
고양이를 부탁해 (2001) ★★★ :::

Djuna | 2001년 09월 26일 조회 3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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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섯 친구들 | [고양이를 부탁해]는 막 스무 살이 된 다섯 명의 여상 졸업생들의 이야기입니다. 증권회사에 다니며 커리어 우먼의 야무진 꿈을 키우는 혜주, 뇌성마비 시인을 위해 타자를 쳐주는 몽상가 태희, 막 무너질 것 같은 낡은 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며 텍스타일 디자이너를 꿈꾸는 지영, 그리고 악세서리 행상에 나선 낙천적인 쌍둥이 자매 비류와 온조.
특별히 선이 강한 줄거리는 없습니다. 영화는 그냥 다섯 주인공들 사이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그들의 삶을 따라갑니다. 전환점이 되는 몇 가지 큰 사건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자잘한 일상의 기록입니다. 학교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 평범한 스무살 젊은이들의 이야기 말이죠. 용감하게 정면 돌파를 하다가 기대 이상으로 냉정한 현실에 부딪혀 실망하는 사람도 있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나 꿈꾸기를 계속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을 충분히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환경에 실망하면서도 필사적으로 자존심을 세우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하나로 이어주는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 이어진 그들의 우정입니다. 물론 우정도 예전 같을 수는 없죠. 그들은 마치 안전띠라도 되는 양 고등학교 시절의 우정에 매달리지만 그들이 택한 다른 삶의 방식은 종종 이전의 소박한 우정을 갈라놓거나 성격을 바꾸어버립니다. 다른 공간으로 던져진 그들을 연결시켜 주는 휴대 전화나 문자 메시지와 같은 것들도 충분한 도움은 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종종 메시지를 위장한 냉정한 장벽이 되기도 하지요.
그러나 [고양이를 부탁해]는 매정한 영화가 아닙니다. 영화는 다섯 주인공들을 별다른 미화 없이 묘사하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매섭게 다그치지도 않습니다. 쉽게 얄미워질 수 있는 혜주의 캐릭터도 그렇게 간단히 평면적으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결정적으로 이 영화에는 이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고양이를 부탁해]는 예쁜 영화입니다. 이들이 사는 거칠거칠한 현실을 무시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예쁩니다. 공업도시 인천의 건조한 모습을 배경으로 담아낸 거친 입자의 화면도 그렇게까지 공격적은 아닙니다. 영화의 '예쁨'이 장식적인 것이 아니어서 오히려 더 맘에 와닿는 것인지도 모르죠. 오래간만에 서울에서 벗어난 로케이션은 느낌이 아주 풍부합니다.
특별한 기둥 줄거리가 없는 각본은 분명한 내용을 기대하는 많은 관객들에게 덫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곳곳에 묻어있는 자잘한 재미와 유머 감각은 그를 보완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성격이 분명한 다섯 주인공들은 영화를 끌어갈만한 충분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조금 더 이야기 선을 분명히 그어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영이에게 발견된 뒤부터 다섯 주인공들의 품을 번갈아 오가는 고양이 티티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봐요. 다섯 캐릭터들을 분명히 차별화하기 위해 도입된 몇몇 설정이나 대사들은 살짝 작위적으로 보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지적하기는 쉽지 않군요. 전체적으로 넓게 보면 큰 문제가 아닌 듯 합니다.
하여간 느낌이 좋은 영화입니다. 요새 젊은이들을 다룬 영화들에서 빠지지 않고 튀어나오는 그 '척하는' 느낌이 없어서 더욱 맘에 드는군요.
기타등등
후반부에 지영이에게 닥친 일련의 사태는 조금 당혹스럽더군요. 이런 경우 이 나라의 법률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직접 확인을 해봐야겠습니다.
감독
정재은
주연
배두나....태희
이요원....혜주
옥지영....지영
이은실....비류
이은주....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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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juna 베일에 가려진 사이버 스페이스의 협객 듀나는 SF소설가, 씨네21 컬럼니스트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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