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감독의 의무

영화돼지 우르릉

신인감독의 의무 :::

이윤형 | 2001년 0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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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자코메티 作

최근 우리나라 영화는 마치 모더니즘에 눈이 먼 듯 하다. 중진감독의 활약은 별로 눈에 띄지 않고 대부분의 영화가 신인감독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있다.(물론 흥행작은 중진감독들 손에서 많이 빚어졌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혹은 그래야만 하는가. .

'공부도 때가 있다' '네가 나이가 몇이냐'. . 이 말들. . 다 시기에 관한 것이다. 사람은 살면서 무언가를 해야 할 시기가 있다. 그 시기보다 이르거나 늦으면 뭔가 조화롭지 않다.

신인감독에게 연출을 많이 맡기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본다. (친한 제작자가 없어서 이 글은 다 추측이다.) 임권택 감독은 엄청난 다작을 한 감독이다. 그는 그만의 스타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막힌 사내들> 같은 영화를 만들 순 없다. 그의 연출력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물론 아이디어는 안 될 지 모르겠다. . 임권택 감독이 지금 그런 영화를 만든다면 과연 누가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흐름을 읽을 줄 아는 감독'이라고 말하겠는가. . 다들 뒤에서 그게 뭔 추태냐며 욕할 것이다.

그 반대로 생각해보자. 신인감독이 로베르 브레송이나 알레한드로 호도로프스키가 평생에 걸쳐 자신의 고뇌를 피력한 것 같은 영화를 만든다면. . 대부분의 사람들은 천재라고 할 지 모르겠으나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저런 능글맞은 놈. . 애늙은이. .' 라고 생각할 게다. (사실 필름만 놓고 감독 이름 바꾸면 생각이 바뀔 지 모르겠다.)

물론 필자는 신인감독은 꼭 시대의 흐름에 맞는 영화를. . 혹은 튀는 영화를 만들라는 것은 아니다. 조금 비껴가서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작품을 만들라고 말하는 것이다.

제작자들의 생각도 같을게다. 지금의 관객 기호에 맞는 영화는 되도록 젊은 사람들이 잘 한다고 생각. . 그것이 딱히 옳은 생각만은 아니지만(흥행 성적이 그것은 입증한다.) 신인감독의 의무는 그것에 편승해야한다. 신인은 신인다운 것이 가장 큰 매력 아니겠는가. . 적어도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면 말이다.

변혁 감독이 우리나라는 신인에게 너무 많은 기회를 준다고 말을 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선 그것은 처녀작을 치른, 그리고 흥행에 실패한 감독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고 다음으로는 신인에게 왜 작품을 맡기는 지 모르고 한 소리다.

며칠 전 누군가가 '한국 영화의 미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필자는 쉽게 대답했다. '용어에 얽매이지 말고 신인은 신인답게 기성감독은 기성감독답게 연출하는 것이, 혹은 그 기준이 모호하다면 눈치보지 말고 자신이 하고싶은 것을 솔직하게 하는 것이 최고이고 그렇게만 간다면 이미 헐리웃과 다른 식의 영화를 만들고 있는 우리는 색다른 매력을 더욱 더 창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

안타깝게도 필자는 신인감독이 어떠한 상황을 겪는지. . 제작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신인일 때만 가능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신인감독의 의무이자 특권'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