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짓말>에 대한 장선우 감독과 영화검열 비판 :::
여임동 | 1999년 11월 01일
조회 4240
비판할 대상은 이 두 부류다. 비판의 이유는 이들이 자유 경쟁시장을 교란시켰다는 혐위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 말고도 비판할 꺼리는 여러 가지가 있고, 오늘은 이들 두 부류를 그 가지가지 항목에 따라 싸잡아 비판의 칼로 난도질 해보기로 하자.
먼저 피고인 장선우의 죄목은 법정을 모독하는 상습적 물타기다. 물론 그의 [논란거리 상습적 제조]에 대한 건도 있었지만 이는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 되었으며, 그런 비판은 도덕적 혹은 인간적인 개인 비판으로 충분하다고 생각 되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습적 물타기]건 만큼은 그의 죄가가 무척이나 크다고 판단 되어지며, 이에 대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
그의 [선문답]을 연상시키는 그런 기이한 행적은 이번 한번의 일이 아니다. 과거 사회 운동을 한 전력까지 있다던, 다같이 전진하자고 했다던 그가 지금처럼 책임을 방기하고, 관객을 모독하는 행위를 한 것은 본 법정을 우롱할 목적을 지니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 다름 아니라고 생각된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어떠한 논의를 거부한 채, 마치 니들 알아서 자르던, 검열하던 말던 상관하지 않겠다는 그런 자세는 도대체 얼마나 방자하기 그지 없는가? 과거 '나쁜 영화'의 경우에도 자신이 무엇을 보여주고 싶어서 영화를 만든 건지조차 도무지 갈피를 못 잡은 상태에서 아까운 필름 낭비한 것은 일단 넘어간다 해도,지금과 똑같은 방식대로 "옛따. 니들 알아서 지지고 볶든 맘대로 해라"라고 하면서 절로 내뺀 것은 [감독]이라는 이름이 아까울 지경이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그 작품이 검열이라는 사회적 재재를 받는다면, 그것에 저항하는 것이 감독의 올바른 자세 아니겠는가? 모든 구별을 없애고, 해탈을 하려고 한다면 도대체 왜 영화를 만드는 건지 모르겠다. 속세에 찌든 중생들을 계도 시키려고? 그럼 영화만 보고 판단 못하는 무식한 중생들에게 더욱 자세한 추가 설명 혹은 해명을 해야 되지 않는가?
선문답을 하시는 걸 보니까, 혹시 진리를 전달하는 것은 [불립문자] (말과 글로는 전달 불가능한)이며, 어떤 순간적인 깨달음만이 그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하지만 웃기는 건, 관객 어느 누구도 진리를 깨우치러 일부러 장선사에게 찾아간 적도 없으며 (그러니까 장선사님께서는 제 발로 찾아오셨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이미 [불립문자]와 어긋난다는 점이다. 이미지가 기억되는 것 또한 언어 구조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이신 장감독께서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은가?
 두번째는 [영화사전심의위헌]이라는 결과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작업을 하고 계시는 [영화 검열 관계자] 여러분들인데, 이 분들의 죄목은 [과도한 사랑] 이른바 스토커 혐위 때문이다. 물론 죄를 뉘우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도덕적으로 매우 비난받을 점이지만,지금까지의 병과를 살펴본 결과, [선천적 철판 과다증]이라는 병명이 있다는 검사 결과 때문에 인간적인 측면에서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이들에 스토커 혐위는 그 무구한 역사와 화려한 범죄행각으로 이미 장안의 크게 알려져 있는 바, 자세한 얘기는 넘어가고 최근의 사건들만 짚어보자면, 97년 [해피투게더], 99년 [노랑머리] 그리고 [거짓말]에 대해 그 짓을 범했다. 하지만 또 웃기는 건, 동성애가 사회 보편적 인식에 저촉된다고 금지 시켰던 [해피투게더]는 절대로 퀴어 영화가 아니였다는 점이였으며,최근에 개봉된 진짜 퀴어 영화의 범주에 속해도 무방할 [벨벳 골드마인]은 상영을 허가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이건 자신들의 무식함을 전적으로 알린 일이며, 영화 전체에 대한 바라보기는 없고 단 몇몇 장면에만 신경쓰는 즉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멍청한 짓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왜 퀴어 영화는 금지시키는 거지?)
하지만 진짜로 중요한 것은, 이들에 검열이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마저 제약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너무 사랑해서 혹시라도 밖에 나가면 다칠까봐 "넌 집에만 틀어박혀 있어"라며 아주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체 관객이 판단해야 될 것을 지들 맘대로 위에서 자의적 잣대를 가지고 재단하려 드는지 그 이유를 정말 모르겠다. [성수치심]과 [보편적 인식]에 어긋나는 것만 자른다는 것이 과연 말이 되는 소리인가?
다양성을 중요시해서 [스크린쿼터제]를 폐지하면 안된다는 말씀을 하고 계시는 것을 상기하면서, 아주 쉬운 증명을 하나 해보자. 독과점 체제가 되면 무엇이 나쁜 것인가? [다양성]이 죽는다. 영화를 검열하면 무엇이 나쁜 것인가? [다양성]이 죽는다. 고로 [다양성]을 영화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시면, 검열을 하면 안된다. 좀 거친 정의지만 말 되지 않는가?
이제 가장 중요한 혐의 [자유경쟁시장] 교란 혐위에 대해 밝혀보자. 영화라는 상품이 극장에 배급되면, 그 이후부터는 마케팅과 언론플레이 (그러니까 이건 가치중립적 용어다) 혹은 영화잡지의 호응 정도에 도움 정도만 있을 뿐, 그 다음부터는 관객들의 판단에 맡겨져야 한다. 영화의 질 혹은 재미에 따라 관객 입장수가 정해지며, 이상적인 시장일 수록 잘 만든 작품에 혹은 상품에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물론 여기에 대한 논의는 더욱 깊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은 이것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아니니까 일단 넘어가기로 하자)
그런데 이거 어쩐 일인가? [거짓말]이라는 작품은 그게 의도적이었던지, 비의도적이었던지는 몰라도, 장선우 감독과 검열기구의 그 몇 번 지루한 상영보류판정의 힘입어 바로 극장에 틀면 [성공]하는 공식 속에 놓여져 버렸다. 그러니까 작품의 질과는 상관 없이, 그저 영화는 유행과 소비의 장 속으로 들어갔으며 아마도 이 영화가 개봉 된다면, 보지 않으면 왕따라는 또다른 공식과 광기어리고 열광스러운 찬반양론의 반응이이어질 것이다. 그렇게 한 영화는 단지 등급보류를 받았다는 판정하에 끝없이 자가증식해서 수많은 상품으로 파생된다는 것이다. (이미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그 호들갑은 보여졌다)
이상적 자유경쟁시장은 똑같은 조건 하에, 오로지 상품의 질을 통해 경쟁을 해야 된다. 물론 미디어의 발달로 광고나 여타 간접적 요인이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지만,그래도 중요한 것은 역시 상품의 질이다 (아무리 광고와 언론에서 떠든다고 재미없는 영화에 절대로 많은 관객이 모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거짓말]은 이미 상품의 질은 상관없어졌다. 그 지루한 [나쁜 영화]가 흥행에서 성공했던 것을 기억해 보자. 이제 [거짓말]은 30-40만의 관객은 충분히 확보할 것이고, 영화사는 논란을 통해 오히려 돈을 더 벌게 것이다. 등급보류 신청을 받고, 감독은 아무 터치도 안하고, 제작자가 알맞게 잘라서 다시 신청해서 허가를 받은 후, 흥행에 성공한다면 대체 그 방법을 사용하지 않을 바보가 어디 있겠는가? 잔머리만 하나 더 느는셈이다.
이상한 감독과 이상한 검열기구가 합작해서 만들어낸 아이러닉한 성과란 바로 이런 것이다. 여기에 뻥튀기 좋아하고, 선정적인 것 좋아하는 언론이 이 유행에 빌붙어 더 크게 부풀려 놓을 것은 의심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영화는 그렇게 이슈만을 지닌 상품으로 전락하고, 관객들은 우롱 당하며, 그렇게 영화판은 이상하게 돌아간다.
(이미 거짓말은 책으로, 각종 스포츠 신문 기사로,
쇼 프로그램의 단골메뉴로 자기증식중이다 - 미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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