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화제 스케치 - 낯선 길에 묻는다 <키아로스타미의 길>

영화제 소식

환경영화제 스케치 - 낯선 길에 묻는다 <키아로스타미의 길> :::

곽은주 | 2005년 09월 10일
조회 4871

제2회 서울환경영화제가 9일 개막작 <키아로스타미의 길>상영을 시작으로 14일까지 34개국 114편의 영화가 씨네큐브 광화문, 정동 스타식스, 서울역사박물관 등에서 상영되고 있다.

개막작 <키아로스타미의 길>

홰외 작품을 포함한 `국제환경영화경선' 부문을 포함하여, 장르와 주제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는 `널리 보는 세상', 유청소년을 위한 `지구의 아이들', 일반인들에게 핵 문제를 심도있고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특별기획된 `테마전2005 : 핵의 시대', 현대 문명 사회의 문제점들을 예리한 눈으로 카메라에 담아 오고 있는 다큐멘터리 감독 레스 블랭크의 작품이 집중적으로 소개되는 `회고전 : 레스 블랭크', TV에 방영된 우수 환경 다큐를 재조명하는 `특별상영 : TV환경 다큐멘터리', 지구 온난화에 주범인 `CO2 줄이기' 운동의 일환으로 SBS 방송과 공동으로 제작한 환경다큐가 월드프리미어로 소개되는 ` GFFS-SBS 공동 제작 방송 다큐' 등 7개의 섹션에 포진한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된다.

환경영화제의 제작으로 선 보이게 된 개막작 <키아로스타미의 길>은 32분 분량의 디지털 영화로 자연과 환경에 대한 키아로스타미의 서정적인 시적 메시지를 담고있다.

어렸을 때부터 길을 좋아했다던 감독은 20여년을 길을 소재로 한 사진을 찍어오다가 영화로 만들게 됐다고. 길은 자연이고 길은 삶이고 길은 인간이라는 감독의 독백처럼 영화는 오로지 길만 응시한다. 길을 노래한 시가 유유히 길 위로 흐르고, 길 사이 사이로 나팔 소리가 봄 햇살같이 반짝이는 프럼펫 협주곡이 단조로운 화면을 풍성하게 받쳐 준다. 하여, 스크린에는 오로지 길 위에 길만이 풍경으로 피어난다.

감독은 핵에 대한 경각심을 상기시키기 위해서 영화 엔딩을 히로시마의 원폭 투하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흑백의 스크린을 서서히 붉은 빛으로 물들이는 이미지가 흡사 소멸 후에 새로운 희망을 노래하는 메시지 같기도 하다. 배경음악으로 일본의 전통 피리인 사크하찌에 연주를 담았는데 이는 원폭 피해자를 애도하는 진혼곡처럼 애잔한 슬픔을 담고 있다. 영화 사운드 트랙은 감독 본인이 직접 선곡한 것이라고 한다.

10일 토요일 3시 30분 씨네큐브에서 <키아로스타미의 길>이 상영되고 연이어 마스터 클래스도 열린다. 현재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에 길을 주제로 한 사진전도 광화문 금호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15일까지).

프로그래머의 추천작인 제시카 아이스너 감독의 <머피 맨>, 야마가와 겐 감독의 <동경 핵 발전소>, 안드레이 파우노프 감독의 <게오르기와 나비들>, 카린 괴이여즈 감독의 <농촌 총각 장가 보내기>, 루 추안 감독의 <커커시리>등을 주말에 골라 보는 재미도 의미 있는 영화 여행이 될 것이다.

다큐멘터리에 관심을 갖고 있는 관객이라면 레스 블랭크의 회고전에 소개되는 작품들을 꼼꼼하게 챙겨 보는 것도 영화제에 큰 수확이 될 것이다. 감독과의 GV도 마련돼 있다.

영화제는 영화만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다. 포럼, 전시회 등의 특별 행사와 야외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부대행사가 영화제 기간 내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줄 것이다.

씨네큐브, 스타식스, 서울역사박물관이 환상적인 트라이앵글로 연결된 광화문, 그곳에는 지금 축제가 한창이다(www.gffi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