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밤이 두렵지 않아!
글: 곽은주
2004년 10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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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5회 부산영평상 수상자들/ 부산영화제 제공 >
7일 부산영화제가 시작됐다.
개막식을 시작으로 남포동 대영시네마와 해운대 메가 박스 앞에는 깊은 밤 불꺼진 극장을 지키는 파수꾼들로 때 아닌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그들은 이미 매진된 영화들에 현장 판매분인 앞 좌석 2열의 할인 티켓과 예매 취소된 표를 구하려고 티켓 창구 앞에 터를 잡은 열혈관객들. 더러는 새우잠을 청하며, 더러는 야식으로 쌀쌀한 밤 공기를 녹이며 `오직 영화를 보겠다'는 열정으로 추위와 단잠의 유혹을 견디며 많게는 200여명이 일렬로 성을 쌓으며 매일 밤 아침을 기다린다.
사람의 발 길도 멈춘 텅 빈 극장 앞으로 그들을 모이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영화제 이틀 째인 8일은 아침 10시부터 첫 필름이 돌아갔다. 기대하며 기다리던 첫 영화를 본 관객의 반응도 제각각, 만족하며 기쁜 마음으로 극장을 나서는 관객이 있는가하면 실망하며 발 걸음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관객도 있기 마련이다. 잠시 쉬어가고 싶은 관객들은 영화제가 마련한 다체로운 행사들을 꼼꼼하게 챙겨 볼 일이다.
8일에도 크고 작은 행사들이 많았는데, 그 중 `인도네시아 영화 세미나'와 `부산영평상 수상'등이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 인도네시아 세미나 *
점심시간 대로 잡혀진 세미나 였는대도 불구하고 객석은 괘 많은 관객들이 함께 했다.
인도네시아 세미나에는 특별기회 프로그램 부문으로 기획된 `가린과 넥스트 제너레이션'에 초청작< 베개 위의 잎새>, <사랑은 빵한조각>, <천사에게 보내는 편지>의 가린 누그로호 감독과 <쿨데삭>의 리리 리자, 미라 레스만 감독, <아리산>의 니아 디나타아 감독과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즈가 참석하여 과거,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인도네시아의 영화에 대한 깊고 진지한 토론이 2시간이 넘도록 이어졌다.
<아리산>은 인도네시아 영화로는 최초로 동생애를 다룬 영화로 개봉 당시 인도네시아 관객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가린은 `영화는 축구와 같다며, 축구에 골키퍼가 있어도 골을 넣는 것처럼 영화도 관객이 있다고 해도 관객이 원한다고 감독의 의도와 다르게 관객을 따라가는 영화를 만들어서는 안되며 오직 감독의 의지대로 예술적인 향기가 느껴지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금까지 자신이 걸어온 영화 인생을 한국 관객들에게 들려줬다.
조금은 딱딱하고 지루한 세미나 였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은 젊은 관객들의 눈빛이 총총히 빛났다.
* 제 5회 부산영평상 시상식 *
8일 오후에 있었던 부산영화평론가협회에서 주최하는 제 5회 부산영평상 시상식엔 원로 유현목 감독을 비롯한 김동호, 김홍준, 민병록 등 부산, 부천, 전주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들이 시상자로 참석하여 수상자들을 축하해 줬다.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여우주연상을 석권한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은 `가장 믿을 수 있고 공정한 상'이라고 배우 설경구가 부러워 하더라고 말문을 열며, 수상자에서 탈락한 최민식이 서운하다고 전해 달랬다고 전하며, 각본상을 단 한번도 받아보지 못해 서운하다며 상 욕심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아는 여자>로 각본상을 받은 장진 감독은 `각본은 좋은데 왜 영화는 못만들었냐고하는 것 같아 각본상 수상이 창피하다고, 감독상에 대한 아쉬움을 고백하여 잠시 웃음을 선사했다.
<송환>으로 특별상을 수상한 김동원 감독은 `특별히 기쁘다며 평양으로 송환된 분들이 그리워 개인적으로 평양을 방문하고자 해도 현재 남북이 냉각된 분위기라 쉽지 않다'며 답답한 심정을 풀어 놓았다.
그외,남우주연상은 <아는 여자>의 정재영, 남우 조연상은 <범재의 재구성>의 백윤식, 여우조연상은 <인어공주>의 고두심, 신인여우상은 <사마리아>의 곽지민등이 수상했다. 신인 남우상은 수상자가 없었다.
영화제는 시작됐다.
표가 없으면 어떠랴, 쌀쌀한 밤 바람이 옷 속을 파고든다해도 정말 보고 싶다면 매표소 앞에 모여 앉아 도란도란 영화 얘기로 날 밤 새우며 기다리는 고통도 훗날 즐거운 추억이 되지 않을까. 어느 시인의 시처럼 고통의 축제를 느껴 보는 것도 의미 있으리.
부산 비엔날레 바다미술 축제도 9일 개막했다.
해운대 바닷가 모래 사장에 설치된 각양각색의 조형물들도 영화처럼 색색의 이야기를 담고 그대에 눈길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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