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는 영화만 보여 주는 것이 아니다
글: 곽은주
2004년 07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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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토크> 따로 또 같이
... 영화제는 영화만 보여 주는 것이 아니다
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의 한결같은 소원은 입맛에 착 감기는 영화들을 원 없이 보는 것 일 것이다. 하여, 예매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날 밤 새우며 수도 없이 예매 스케줄을 짜고 바꾸고, 바꾼 스케줄을 또 바꾼 경험들을 너나없이 갖고 있다. 하루 4편씩, 거기다 심야가 있는 날은 심야까지 욕심껏 예매를 해 보지만 정작 영화제가 시작되면 몸이 피곤해서 혹은 친구들을 만나다 보면 하루에 한 두 편은 날려보낸 경험들을 또한 갖고 있을 것이다. 피곤함을 무릅쓰고 극기 훈련하듯 객석에 앉아 있더라도 분명 어느 순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관객들의 박수 소리에 놀라서 잠을 깬 기억도 더러는 있을 것이다. 전 날 심야를 봤다면. 그때의 허탈함과 쓰라린 후회는 경험한 자만이 알리라.
아무리 영화가 욕심이 나도 하루에 3편 이상 보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영화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영화제가 시작되고 3,4일이 지나면 영화에 대한 집중력도 떨어지고 체력도 많이 탈진한 상태가 된다. 그럴 때 하루쯤은 스크린에 붙박아 놓았던 긴장된 눈빛을 잠시 거두고 다른 부대 행사에 눈을 돌려보면 의외로 큰 기쁨을 얻을 수 있다.
피판의 여러 행사 중에 단연 돋보이는 행사는 메가토크다.
5회 때 시작되어 피판의 간판행사로 이어져 오는 메가토크는 주로 그 해 특별전과 관련된 주제를 선택하여 게스트와 사회자, 관객들이 자유롭게 참여하여 영화가 만들어지게 되는 전 과정 등을 세세히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올 메가토크의 첫 날은 18일 오후 4시 RP1164에서 캅 페스티벌과 이공 프로젝트의 '따로 또 같이'로 포문을 열었다.
일본 캅 페스티벌의 전체 프로젝트의 코디네이터 시노자키 마코토 감독, 영화 평론가 토니 레인즈, 이공프로젝트의 전체 총괄을 맡은 유영식 감독, 현재 영화아카데미 원장인 박기영 감독, 이공프로젝트에 참여한 봉준호 감독, 김태용 감독, 프로젝트의 프로듀서를 맡은 김영 프로듀서가 게스트로 참석하여 2시간 여 동안 한,일 각 국의 프로젝트 진행 과정과 배경들을 풀어 놓아 양국의 각기 다른 영화 제작 환경과 문화 환경 등 다체로운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이공>은 한국영화아카테미 개교 20주년을 기념하여 20이라는 이미지로 아카데미 출신 감독 20인의 20색에 디지털옴니버스20편으로 S.K텔레콤의 제작 지원금으로 탄생된 작품이라면,
<캅 페스티벌>은 감독들의 자비로 제작되다 보니 6MM 테잎값 10달러로 만든 작품도 있다고. 주인공은 반드시 형사고 작품은 10분을 넘지않아야 하고 1분에 한번은 개그를 넣는다는 룰로 현재 40편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두 프로젝트 사이의 차이점에 대한 김홍준 집행위원장의 질문에, 레인즈는 양국의 프로젝트를 객관적인 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한국의 <이공>이 `단편처럼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반면, 일본의 캅 페스티벌은 `장르 영화를 페러디'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하며 이는 양국의 독립 영화 제작 환경이 매우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고(우리가 일컫는 소위 독립 영화라고 칭하는 영화를 일본은 자주 영화라고 한다. 이는 아마도 제작비를 감독이 자급하기 때문인 듯. 그러므로 판권은 온전히 감독의 몫이다. <이공>의 경우도 S.K텔레콤의 지원을 받고 핸드폰 모바일로 20편이 순차적으로 상영되는 반면 <캅 페스티벌>의 경우는 극장 수입을 감독들이 배분하여 갖는다고 한다. 물론 관객수입의 50%는 극장주가 갖고 포스터, 찌라시 제작과 홍보에 든 비용을 빼면 아직 수입을 챙길 수준은 안된다고. 현재 일본에서 <캅 페스티벌>을 본 관객이 1만명 정도이지만 40편이 제작 되었으니 앞으로는 수입이 조금은 있을 거라고 시노자키 마코토 감독은 희망적인 기대를 나타냈다).
일본 프로젝트에는 감독 외에 영화 배우가 연출한 작품도 있는데(아기코끼리 형사) 이는 일본 독립영화 제작 환경의 특성이 잘 나타난 것. 일본 독립 영화 감독들은 저예산 영화에 매우 익숙하고 배우들도 감독들과 친밀하여 영화에 대한 조언을 서로 주고받으며 여러 영화에 중복 출연 한다고. 그런 과정에서 배우가 영화를 찍게 됐다고. < 잊을 수 없는 형사>를 연출한 시노자키 마코토 감독은 본인은 출연 배우에게 교통비와 식사비 정도의 소정의 출연료를 줄 수 있어 다행이었지만 다른 감독들은 일전 한푼도 개런티를 주지 못한다고 한다... 영화를 만드는 것은 재미있으나 돈 문제는 골치 아프다. 부인에게 그런 짓 하지 말라고 혼난다며 솔직 담백하게 고단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시노자키 마코토 감독은 준비해 온<캅 페스티벌> 영화포스터와 이번 피판에서도 상영되는 감독의<개와 함께 걸어봐요> 영화o.s.t1부를 관객에게 선사하면서 일본식, 가위,바위,보로 승자를 결정하여 나눠주는 깜작 쇼도 벌여 호기심에 둘러 모인 청중들을 한 번 더 즐겁게 했다.
이 날 넓은 행사장엔 빈 자리가 없어 서서 경청하는 관객들도 여럿 있을 만큼 매가토크의 열기는 뜨거웠는데, 이는 아마도 11시<이공>, 2시<캅 페스티벌>을 연이어 본 관객들의 참여가 자연스럽게 매가토크 장으로 이어졌기 때문인 것 같다.
아직 메가토크는 끝나지 않았다. 잠시 눈을 쉬고 귀를 열어 놓으면 어떻까
`영화제는 영화만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만들어지는 맥락을 보여 주는 것이고 더 나아가 일반 상업영화와 주류영화에서 잘 이뤄지지 않는 작업을 강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힘 주어 말한 김홍준 집행위원장의 맺는 말이 깊은 울림으로 남는다.
<메가토크 일정>
* 에이모스 16 “영화보기로 세상을 뒤집다”
일시: 7월 20일(화) 16:00 장소: 페스티벌 클럽 RP1164
사회: 김도혜 / 게스트: 폴 보겔과 시네마 크로닌, 요하네스 쇤헤르, 박동현
* 일본 애니메이션의 원류: 테코보에서 모모타로까지
일시: 7월 21일(수) 13:00 장소: 페스티벌 클럽 RP1164
사회: 김영덕 / 게스트: 야스이 요시오, 모리 타쿠야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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