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전주국제영화제 화제작 ㅡ 사탄탱고를 기억하시나요?
글: 곽은주
2008년 03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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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라 타르 감독 |
2000년 전주국제영화제 1회 심야에서 벨라 타르 감독의 <사탄탱고>를 봤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을 빠져 나와 보니, 아침 8시가 넘은 하늘은 봄빛으로 푸르게 빛나고 있었지요. 전북대 문화관 앞 계단에 풀썩 주저앉아, 그 눈부신 아침 햇살에 충혈된 눈을 비비던 기억이 지금도 떨리게 생생합니다.
<사탄탱고, 1991-3년, 435분>에 대한 강한 충격은 좀처럼 모습도 보이지 않으며 한여름 땡볕에 줄창 울어대는 매미 울음 소리처럼 둔한 내 신경을 뇌쇄적으로 괴롭혔지요. 그럴때마다 메인카달로그에 짧막하게 소개된 <사탄 탱고> 벨라 타르 감독을 수도 없이 뒤적거리며 감독에 대한 갈증으로 목 말라 했지요.
그리고 전주영화제 2회 때 감독의 <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1996-2000년, 145분>를 봤습니다.
2001년 5월 1일 노동절 날, 그날은 하루 종일 봄비가 오락가락하여 영화 보러 이동하는 관객들을 짜증나게 했던 날씨였지요. 마지막 시간인 8시 상영을 보고 극장 밖을 나오니, 영화에 배경이었던 헝가리의 황량한 시골 마을처럼 전주 시내영화의 거리의 스산한 밤공기는 눅눅한 습기를 무겁게 머금고 있었지요.
아! 그날,
영화거리 골목 골목을 어슬렁거리며 낯선 거리의 풍경을 찬찬히 두눈에 박었었지요. 며칠동안 영화제는 계속되었지만 아쉽게도 그날, 마지막 기차로 집으로 올라와야 했거든요.
그이후 2005년 6회 때 EU 가입국 25개국 대표 감독들이 5분 분량으로 만든 < 비전스 오브 유럽, 2004년>에 벨라 타르의 단편< 프롤로그>가 상영됐는데, 함께 상영됐던 피터 그리너웨이의 <유럽의 샤워장>만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습니다.
그외엔 국내 어느 영화제에서도 벨라 타르에 작품을 볼 수 가 없었지요.
타는 목마름으로 감독을 흠모하며 보낸 세월이 올해로 8년째입니다.
벨라 타르 감독이 드디어 한국땅을 밟는다는군요. 올 9회 전주국제영화제에 그분이 오신답니다.
이 봄이, 별안간 살맛이 납니다.
구스 반 산트와 짐 자무시가 격찬한 동시대의 가장 위대한 시네아스트,
(재)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민병록) 조직위원회는 올해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위해 헝가리의 거장 벨라 타르 감독의 회고전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간 전주국제영화제는 영화 역사에 큰 업적을 남겼으나 평소 국내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영화감독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회고전을 마련해왔으며, 이를 통해 허우 샤오시엔, 샹탈 애커만,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글라우버 로샤, 소마이 신지, 리트윅 가탁 그리고 피터 왓킨스 등 전 세계 거장 감독들의 작품을 소개한 바 있다.
오는 5월 1일 ~ 9일까지 진행될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동시대 가장 위대한 시네아스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벨라 타르 감독의 장, 단편 전작을 상영할 예정이다. 국내 관객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인 헝가리 출신 벨라 타르 감독은 짐 자무시, 구스 반 산트 등의 유명 감독들과 세계 영화평론가들의 격찬을 받는 동유럽의 대표 감독이자 <적과 백>, <붉은 시편> 등으로 잘 알려진 헝가리의 거장 미클로슈 안초의 진정한 계승자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특히 구스 반 산트가 벨라 타르의 <파멸>, <사탄탱고> 그리고 <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를 본 뒤 영화적으로 ‘개종’, 미학적 변화를 시도하며 <제리>, <엘리펀트> 및 <라스트 데이즈>를 내놓게 되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번 회고전을 통해 소개 될 작품으로는,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심야상영작으로 소개되며 7시간이 넘는 상영시간과 전대미문의 시각적 스타일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사탄 탱고>는 물론, 2007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최신작 <런던에서 온 사나이>를 포함한 총 12편의 영화들이다.
동시대 영화미학 최고의 경지를 보여주는 벨라 타르 감독의 작품들이 ‘창조적 문화도시’ 전주와도 더 없이 잘 어울릴 거라는 기대를 심어주고 있는 가운데, 전주국제영화제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우리 시대 가장 독창적인 영화감독이자 비타협적인 예술가 가운데 한 명인 벨라 타르 감독의 영화들을 마침내 한 자리에 모아 상영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알렉산더 클루게 특별전과 더불어, 본 회고전은 새로운 미학을 모색하는 국내 영화작가들과 영화학도들에게 신선한 자극과 충격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본 회고전을 위해 직접 방한할 예정인 벨라 타르 감독은 관객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한편 특별강연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벨라 타르야말로 진정 시각적인 영화작가다.” - 구스 반 산트(영화감독)
“벨라 타르의 <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한다.
이 영화는 우리로 하여금 (타르의 다른 모든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종종 예측 가능한 관습들과 공식들 뒤에 감춰져 있는 내러티브 영화의 미학적 잠재력을 깨닫게 만든다.” - 짐 자무시(영화감독)
“벨라 타르는 시각적으로 숭고하고 자극적인 영화를 창조해냈다.” - 조너선 로젠봄(영화평론가)
1955년 헝가리 페슈에서 출생. 16세부터 8mm로 아마추어 영화를 만들며 영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함. 이렇게 제작된 작품들을 통해 벨라 발라즈 스튜디오의 관심을 끌게 되었고, 이 스튜디오의 지원으로 22세에 첫 장편 <패밀리 네스트>(1977)를 제작. 이 영화는 당대 벨라 벨라즈 스튜디오의 지원으로 제작된 다른 헝가리 영화들처럼 사회적 리얼리즘에 입각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음. 텔레비전용 영화 <맥베스>(1982) 및 컬러로 제작된 베르히만적 실내극 <가을>(1984) 등을 통해 미학적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으며, <파멸>(1987)에서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흑백촬영과 미학적 롱테이크를 선보였다.
7년간의 침묵 끝에 발표한 <사탄탱고>(1994)는 7시간이 넘는 러닝타임과 전대미문의 미학을 선보이며 세계영화계를 놀라게 했고 1990년대를 대표하는 작품이자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에도 비견할 만한 영화사상 최고의 걸작 에픽 가운데 하나라는 찬사를 받았다. 단 39개의 숏으로 이루어진 음울한 우화 <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2000)는 <사탄탱고>의 롱테이크 미학에서 보다 진일보한 혁신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았고, 구스 반 산트, 짐 자무시 등의 동시대 영화작가들에게도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조르주 심농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최근작 <런던에서 온 사나이>는 2007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다. 현재 그 스스로가 마지막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한 열 번째 장편영화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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