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국제음악영화제 기행
글: 곽은주
2006년 08월 10일
8월 9일 저녁 7시 반
우여곡절 속에 드디어, 제천이다.
수원에서 제천 행 버스를 놓치고 개막식 시간에 늦었다는 압박에 동동거리며 원주를 거쳐 제천에 도착한 시간이 7시 반이었다. 바쁜 내 마음과는 전혀 무관하게 제천 시외버스 정류장 앞에 한 줄로 늘어선 택시들은 한 낮에 더위를 식히는듯 더러는 달콤한 단잠에 빠져 있었다.
9일 제천에 낮 기온이 37도로 전국 최고였다는 라디오 뉴스가 상기 되는 순간이었다.
일단 택시를 타고 메인 상영관 근처 영화제 셔틀 버스 정류장까지 갔다.
역시 나를 기다려 주는 셔틀 버스는 없었다. 제천 시내에서 청풍호반까지의 택시 요금이 작년엔 이 만원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1만 7천원. 제천시에서 제천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을 위해서 할인가격으로 봉사한다는 기사님에 친절한 말씀. 올해는 작년에 비해 셔틀 버스도 많이 운행된다니 객쩍은 데 돈 쓰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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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굽이 산길을 돌아돌아 도착한 청풍호반!
두둥실 환한 둥근 달이 먼저 나를 반겨 주었다. 달력을 확인 해 보니, 음력 7월 15일 보름날이었다. 잔잔한 호수 위로 흐르는 홀로 눈부신 달빛만으로도, 행복감이 충만했다.
ㅡ아, 오길, 잘 ~했어. 오길 잘했지!
시인 바이런이 아름다운 레만 호수를 보고, 밤새 울었다는 시가 마음을 적셨다.
..... 맑고 고요한 레만 호수여, 너는 얼마나 / 내 살아온 어지러운 세계의 반대편에 있는가
교교한 달무리에 감미롭게 감기는 영화음악이라니ㅡ
영화 <대부>의 주제곡이 흐르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노래가 속살거리는 개막식장, 줄 맞춰 빼곡히 앉아있는 3000석 간이 의자엔 우우우우~~ 흥겨움으로 넘실거렸다.
청풍호반 개막식장은 ㅡ 음악에 살어리랏다, 영화에 살어리랏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음악에 영화에.
그렇게 축제는 시작 되었다.
영화제 데일리지와 티켓 카탈로그를 찬찬히 읽다보니, 상영 영화들 뿐 만 아니라 라이브 초이스와 포럼에 눈길이 머문다.
청풍호반 수상아트홀에서 자정(12일 24시)에 감상하는 물위에서의 재즈 공연이라니, 빠~라~ 빳~바~ 기다리는 시간조차 달콤하다. 곽윤찬 트리오와 트리오로그에 연주를 아주 가까이 그대와 나 사이에서 들을 수 있다. 데이트 약속을 기다리듯, 설레는 마음으로 그 시간을 기다린다.
공연이 있는 같은 날 12일 토요일 오후 3시 청풍리조트 레이크 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개최되는 포럼도 꼭 챙겨 볼 생각이다. 같은 시간대에 상영되는 영화 <모짜르트를 위하여>를 포기하기가 못내 망설여지지만. 아으, 이럴 땐 시간표가 원망스러워!
포럼에 주제는 ‘ 한국 영상음악의 미래- 저작권을 중심으로’로 한국 영상음악 저작권의 현 상황과 문제점을 고찰하고 아울러 일본과의 비교를 분쟁 사례 중심으로 살펴보는 포럼이다.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고 생소한 분야지만, 언제 이런 문제를 심도 있게 살펴 볼 수 있을까싶어서, 학구적인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 외, 청풍호반에서 오늘 10일 밤 8시를 시작으로 4일 밤을 뜨거운 음악들로 채울 ‘원 썸머 나잇’도 놓칠 수 없는 유혹이다. 참을 수 없는 매혹이다.
빠라~빳바 허파에 바람기를 다해서 너를 발산 해봐!
작년 1회의 이런 저런 실수와 운영상의 미숙함들을 올 2회엔 말끔히 씻어 내린 듯, 프로그램이나, 행사 준비 사항 등등이 단단해졌다. 그들에 고단한 수고가 영화제 곳곳에서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길 진정 기원한다.
심심산천 깊은 골짜기에 작은 도시 제천, 그곳엔 빠~라 빳~바 음악에 살어리랏다(살리라). 영화에 살어리랏다(살리라). 살어리 살어리랏다 음악에 영화에.
소학교 운동회 날이면 모두 모여 한마음으로 즐거운 동네 찬치 하는 마음이 아마도 이런 걸까? 시민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 손님들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훈훈하다.
영화제 상영관과는 별개로 때깔 고운 치장으로 문화에 거리도 만들고, 야외무대도 만들어 영화제 기간동안 다양한 이벤트들도 선보인다.
빠~라 빳~바! 빠~라 빳~바!
내 지친 영혼도 그 골짜기에 잠시 내려놓는다.
빠~라 빳~바! 빠~라 빳~바!
영화제는 14일까지 계속된다( www. jimff.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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