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영화제 시네토크 <까뮈 따윈 몰라>
글: 곽은주
2006년 05월 05일
폐막을 하루 앞둔 4일, 영화제에 열기는 극장 안과 밖에서 좀처럼 식을 줄을 몰랐다.
`관객 중심에 영화제'를 표방한 영화제 답게 영화제 폐막 하루전인 4일에도 < 로망스 , 문승욱 : 한국>, < 침대에서 , 마티아스 비제 : 칠레>, < 긴 그림자 , 존 조스트 : 이탈리아 >, < 연애의 기술, 칸 루메 : 싱가포르 >, < 생산적 활동, 오점균 : 한국 >, < 헤르미나필드, 피터 할라즈 : 헝가리 >, < 북쪽에서 온 이야기, 우루퐁 락사사드 : 태국 > 등 8개 영화 상영후에 감독과의 대화(GV)가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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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나기마치 미츠오 감독과 모더레이터 변영주 감독 |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보다 심도있게 진행하기 위해 모더레이터가 참여하여 진행하는 시네토크 시간이 올해 처음 시도되어 영화제 기간중 총7회 진행되었고, 관객들에 많은 지지를 받았다.
4일에도 <까뮈 따윈 몰라, 야나가마치 미츠오 : 일본 >와 < 사랑니, 정지우 : 한국> 8시 마지막 상영후에 각각 1시간이 넘게 시네토크 자리가 있었다.
늦은 밤까지 열띤 질의 응답이 오고 갔던 < 까뮈 따윈 몰라> 질의 응답을 소개한다.
<까뮈 따윈 몰라>는 필름 워크샵 학생들의 8일간의 영화 촬영 제작 일지를 뼈대로 하여 영화 속의 영화인 <<지루한 살인자>>를 허구로, 촬영에 참여한 학생들에 영화속의 실생활을 현실로 놓고 교차 구성된 영화다.
< 까뮈 따윈 몰라>는 실제로 영화 워크샵 학생들이 스텝으로 참여했다.
일본 중견 감독으로 10여년만에 신작을 선 보인 <까뮈 따윈 몰라 .2005년>의 야나가즈마치 미츠오 감독은 영화상영전에 무대인사를 통해 전주는 20대에 첫 방문후 2번째이며 영화제에 초청 받아 더 없이 기쁘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모더레이터로는 변영주 감독이 진행을 맡았다.
ㅡ 시네토크의 일문 일답 ㅡ
질문 :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은
ㅡ 와세다 대학에서 3년동안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가 있었다. 그때 젊은 세대들에 관한 영화를 만들면 흥미롭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만들게 되었다. 젊은 학생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기성 세대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의 생활 방식을 찍어야겠다는 의무감으로 영화 작업을 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교수는 7.80년대를 거쳐 90년대의 문화적, 문예적 황금기를 보냈던 일본의 5,60대의 대표적인 기성 세대의 모습으로 더이상 영화를 만들 수 없고 젊은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감독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질문 : 영화에 언급된 영화들은 감독이 좋아하는 영화인가? 영화에 필요해서 차용한 것인가?
ㅡ 영화에 인용된 영화들은 내가(감독) 좋아하는 영화가 아니라 학생들이 좋아하는 영화들이다. 설문을 통해서 선택한 6편을 영화에 인용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영화중에서 예술영화와 상업영화을 극중 배역의 케릭터에 어울리게 배치 시켰다.
인용한 영화 중< 베니스에서의 죽음 , 루치노 비스콘티 1971년작 >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인데 의외로 젊은 영화 감독들이 모르는 것 같아서 의도적으로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영화 속에 패러디하고 싶었고 `영화와 같이 놀자'라는 영화유희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그래서 7,80년대 영화를 패러디 했는데 그때의 작품을 안 본 젊은 감독들도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했다.
(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토마스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주인공 에센바흐가 미소년에 반해 기이한 열정에 사로잡힌뒤 결국 그곳에서 죽음을맞게 된다는 이야기 )
질문 : 감독이 반한 미모의 여학생을 통해 미셜 위엘백을 언급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ㅡ 미셜 위엘벡의 `소립자'는 읽다가 도중에 포기했다 (웃음)
프랑스 문학 교수에게 요즘 젊은 불문학도들은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지 조언을 구했더니,
옛날에 프랑스 문학도들이 빅토르 위고를 좋아했던 것처럼 요즘 프랑스 문학도는 미셜 위엘 벡을 동경한다고해서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영화에 인용했다.
( 프랑스 작가 미셜 위엘벡의 소설 `소립자'는 사회와 성과 종교에 대한 거침없는 통찰을 담은 책으로 세계 30여개국어로 번역되었다)
질문 : 영화가 담고 있는 의미가 삶에 부조리인가, 죽음에 부조리인가
ㅡ 영화 속에서 학생들에 영화 워크 샵 작품이 실화인 <<지루한 살인자>>라는 작품을 토대로 한 영화 제작 과정을 담고있다.
<<지루한 살인자>>는 1980년 나고야에서 있었던 노인 살인 사건이 토대이다. 그당시 17세인 고등학생이 `살인을 하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서 살인을 해다고 한다. 그 사건은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살인한 학생이 1980년 생이고 공교롭게도 내가 가르치던 학생들이 살인한 학생과 출생년도가 같은 1980년 학생들이었다. 그래서 10대를 넘긴 나이이지만, 동시대를 살았고 살아가는 젊은이로서의 공통점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 작업을 하게 되었다.
질문 : 워크샵 지도 교수(감독)의 성정체성이 궁금하다
ㅡ 감독을 게이 코드로 설정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웃음).
<베니스에서의 죽음>에서 주인공이 미소년(타지오)을 만나러 가기 위해 파우더를 바르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이 흠모하는 여학생을 만나러 갈 때 얼굴에 파우더를 바르는 것은 <베니스에서의 죽음>에 나오는 아센 바흐를 패러디 한 것이다.
실제 영화에서 워크샵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지도교수를 아센 바흐로 부르는 것도 일종에 코메디적으로 아센 바흐를 패러디 한 것이다.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본 관객이라면 영화를 보다 재밌게 볼 수 있다.
질문 : 마지막 부분이 이해가 잘 안간다
ㅡ 일본 개봉 당시도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부분이다.
영화 앞부분에 워크샵 영화 제작 과정과 영화 마지막 부분에 15분에 심여를 기울였다. 실제 살인 사건을 저지른 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살인 현장에서 노인을 살해한 시간이 딱 10분 걸렸다는 진술에 근거하여 영화의 살인 과정을 실제와 똑 같이 10분을 촬영하여 허구와 실제를 넘나들면서 교차시켜 공포를 배가 시켰다. 이런 기법은 허리우드 영화에서 종종 사용하는 기법이다.
마지막 부분이 실제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것은 순전히 관객의 몫이다.
살인 장면에서 `컷'사인이 났는대도 주인공이 계속 노파에게 린치를 가해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가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살인후에 느낌을 느끼고 싶어서' 저지르는 것처럼 보여 관객들이 무척 긴장하며 영화를 봤다고 한다. 사실, 그 효과를 노린 것이다. 마지막 부분이 실제이든 아니든 이는 영화를 보는 관객의 관점대로 보면 되는 것이다.
질문 : 실제 일본 학생들은 영화에 등장하는 학생과 어떻게 다른가
ㅡ 일본 사회는 고도로 발달한 정보화 사회이고 정보화 사회에 길 들여진 학생들은 영화에 등장하는 학생들처럼 대체로 연애관계나 인간관계가 가볍고 자기 표현력이 부족하여 타인과의 소통에 문제를 갖고 있다.
학생들은 `가볍다'는 것에 대체로 수긍하지만,
`가벼운 것'이 왜 나쁘냐고 나에게 반문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 영화를 통해서 일본 젊은이들에 `가벼움'을 포착하고 싶었고,
관객은 영화를 보고 느끼는 대로 느끼면 된다.
씨네토크는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질문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기실 일본 청춘들만이 겪는 문제만은 아닌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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