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한여름밤의 꿈] 패트릭 터커, 당신이 이걸 연출했단 말입니까? :::
이종열 | 2002년 08월 21일
조회 3698
MBC가 기획, 가족 뮤지컬을 지향한 [한 여름밤의 꿈](패트릭 터커 연출, 2002.7.30-8.25)은 그 의도한 바대로 어렵지 않게 관객에게 다가간다. 아이들, 부모, 연인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하는 공연은 우리가 익히 아는 스토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꿈같은 사랑의 얘기를 전한다.
단 어렵지 않은 것은 좋지만 무난했다는 것이 이 뮤지컬이 갖는 단점이다. 성인이 보기엔 희(喜)와 비(悲)의 강도가 너무 약했으며 아이들에겐 친절함이 부족했던 것 같다. 초반 호흡이 좀 길어지면서 관객들은 더러 무대로부터 이탈되어가기도 했다. 노래와 춤으로써 관객의 이목을 끌기도 했지만 정작 하모니가 이루어진 건 중후반부에나 가서야였다. 극이 관객을 장악하지 못하고 늘어진 데에는 무대디자인과 음향과 같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지원이 되지 않은 이유도 크다. 마이크 음은 둔탁해 아름다운 목소리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제대로 들을 수 없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귀를 사로잡아야 할 뮤지컬에서 관객의 귀를 즐겁게 하지 못한 점은 정말 아쉽다. 한편 무대디자인과 더러의 의상, 소품 등은 실망이 크다.
 이 부분에 얼마의 돈이 투자되었는지는 몰라도 조악했다. 특히 요정이 산다는 숲의 표현이 그렇게 우중충해서야 되겠는가. 천의 느낌이 팍팍나는 커다란 이파리들이 즐비한 그 숲 속에선 절대 사랑 따윈 하고싶지 않을 것 같다.
이번 공연은 셰익스피어 연출 전문가인 패트릭 터커가 직접 맡았다고 한다. 그런데 어째 전문가나 거장의 느낌이 나지 않는다. 극 전체에 긴장감이 없는 것은 고사하고 단절감마저 들기 때문이다. 특히 종반부에 직공들이 올리는 막간극, "피라무스와 티스비" 공연은 재밌긴했지만 주극(主劇)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지 못해 마치 또 다른 소극을 연이어 보는 듯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서로 손잡지 못한 막간극은 상승곡선을 타고 카타르시스를 느낀 관객들의 자연스런 하강 곡선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뮤지컬이라는 장르로 가족이 다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을 선보이려 했던 MBC의 노력은 반가웠다. 그러나 왠지 이러저러한 부족하고 얄미운 면이 보이는 것이, 이번 [한 여름밤의 꿈]이 장삿속의 기획공연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
홈페이지 http://event.imbc.com/
※덧말
1. 국립극장 앞 플래카드에 "한 여름 밤이 꿈"이라고 되어있어서 이게 꿈인가 싶었다. 어느 업체에 현수막을 맡겼는지 몰라도 장사를 해먹으려면 "한 여름밤의 꿈" 정도의 제목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나? 그리고 공연을 총괄해야 할 MBC의 관심은 어디로….
2. 박상원 씨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실력 있는 전체배우들의 호연에는 박수가 모자랐다. 특히 [오페라의 유령]의 히로인인 티티아나 역의 이혜경 씨는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앗 싸~"로 어린이 관객들을 일순간 까르르거리게 만든 라이센더 역의 서영주 씨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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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열
*취미-비디오 테잎 모으기, 영화일기 쓰기
*해보고 싶은 역할-엑파의 멀더
*내 인생의 영화-수자쿠
*이상형-스컬리+강철천사 쿠루미
*좋아하는 배우-소피마르소, 줄리 델피, 전지현, 조재현, 김유미
*감독-이와이 슈운지, 장선우, 에밀쿠스트리차, 키에슬롭스키, 기타노다케시
*싫어하는 것-아프다는 말, 로빈윌리암스 출연 영화, 가루약, 교복이 어색한 꼬질꼬질한 여중생, 스페이스 A의 루루, 양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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