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동무(2004)

영화보다 대굴대굴

어깨동무(2004) :::

김승환 | 2004년 0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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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97년

우리나라 영화에 조폭들이 주연으로 나선 게 언제부터일까요? 자세히 따지면 얼마든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겠지만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아있는 영화는 1997년 이창동 감독의 <초록 물고기>입니다. 한석규, 문성근, 심혜진이 출연했던 이 영화는 분명 조폭들이 영화의 전면에 섰던 영화였죠. 하지만 이 영화는 쓸데없는 웃음을 난발하는 코미디 영화는 아니었어요. 그리고 영화에 빠져들기 시작하던 그 즈음 <초록 물고기>는 무척이나 인상에 남았던 영화 중 하나였습니다.

같은 해, 한석규는 또 다른 조폭 영화에 등장합니다. 송능한 감독의 <넘버3>. 본격적으로 코미디 장르와 조폭이 결합된 이 영화는 영화의 재미도 재미지만 몇 명의 배우들이 새 연기 인생을 여는 데 크게 도움을 준 영화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어쨌든 개인적으로 아는 한도에서 조폭들의 주연 꿰차기는 저렇게 시작됩니다.

2. 2001년 <조폭마누라>

조폭이란 소재로 초대형 대박을 터뜨린 첫 번째 코미디 영화가 아마 <조폭마누라>인 듯 합니다.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400만이 넘는 관객이 들었고 그 엄청난 관객 수는 <달마야 놀자>, <두사부일체> 등으로 2001년 말까지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느와르란 영화 스타일과 연결돼서 그 시대의 어두움과 삭막함을 표현해줬던 외국 영화의 갱들과 달리 이 때부터 우리 영화에 등장하는 조폭들은 유별난 상황들과 결합해 웃음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전락해 버리죠. 그리고 그렇게 된데 결정적 기여를 한 영화가 <조폭마누라>였고, 이 영화를 통해 두 사람의 이름은 확실하게 머릿속에 각인됩니다. 조진규 감독과 배우 신은경이 그들이에요.

3. 2004년 <어깨동무>

<어깨동무>에서 관심을 끄는 부분은 이성진이란 인물에 있을 거에요. TV에서 많은 끼를 보여주던 그가 주연 배우로 데뷔하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착하고 조금은 어수룩한 나동무 역을 맡은 그는 걱정과는 달리 무난한 연기를 보여줘요. 단점이라면 그가 평상시 TV에서 보여주던 이미지가 가끔씩 교차된다는 점인데 그것도 하나의 전략일 수 있으니 크게 나무랄 바는 아니겠죠.

그런데 이성진 말고 다른 관심사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이 영화감독이 <조폭마누라>를 만들었던 바로 그 감독이라는 점이요. 영화의 완성도와 관객 수가 항상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분명히 보여줬던 그가 이번엔 과연 어떤 영화를 만들어냈을까요?

결과만 놓고 보면 완성도에 대해선 역시 '글쎄'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개연성보다는 웃음에 대한 동기 제공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는 스토리 라인(코미디 영화이니 당연한 결과이긴 해요)은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고, 웃음의 매개체로써 조폭의 역할도 그때와 똑같아요. <조폭마누라>와 다른 점이라면 유동근과 이문식의 능수능란함이 몇몇 배우들과 어울려 억지웃음과 상황의 반전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나간다는 점이죠. 물론 모든 조폭 코미디처럼 웃음과 연결된 조폭들에게 인간미를 담뿍 안겨준다는 특징 역시 빼놓을 수 없겠네요.

그래서 결과는 이렇습니다. 유별난 아이디어는 엿보이지 않지만 <어깨동무>는 조폭 코미디의 전형입니다. 조폭 코미디가 안은 장점과 단점을 대다수 가진 상태고, 세련미는 떨어지지만 어딘지 모르게 능구렁이 같은 수완이 엿보이는 영화이기도 해요. 잘 만들어진 영화라곤 절대 말하고 싶지 않은 영화지만 흥행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겠죠(약간은 부정적이긴 하지만 누가 알겠습니까?^^). 조진규 감독은 <조폭마누라>를 통해 이미 관객과 완성도가 반드시 비례하지 않음을 몸소 증명해 보였고, 저 역시 영화를 보면서 맘껏 웃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거든요.

4. 끝없는 변주

우리 코미디 영화에서 종종 느껴지는 점이지만 감독들은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한 채 끊임없이 변주만을 해 갑니다. 같은 포맷에 다른 이야기를 걸어 놓는 셈이에요. 김상진 감독도 다소 그런 면이 존재하고 윤제균 감독이 그렇습니다. 김상진 감독은 아직까지 건재하지만 윤제균 감독은 이번 <낭만자객>으로 자신의 명성에 분명한 흠집을 남겼어요.

설마 했지만 조진규 감독 역시 두 번째 영화에서 그들과 비슷한 길을 선택했습니다. 이미 관객들에게 제대로 먹힌 적이 있다는 유리함이 있다면 변화에 민감한 관객들이 벌써 식상했을 지도 모른다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요. 과연 그들의 선택이 언제까지 유효할 지 두고 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