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한 오프닝 음악 하나 없이 이 영화는 느닷없이 시작합니다. 올리비에(올리비에 고멧) 얼굴 옆에 들이대듯이 있었던 카메라는 시간이 흘러도 그 범위를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아요. 갑갑할 정도로 꽉 들어찬 화면, 그리고 확 바스라질 것만 같은 건조함. 영화는 그렇게 초반을 장식합니다.
더 황당한 건 올리비에와 그의 전처 마갈리(이사벨라 수파트)가 두 번째 만남을 갖기 전까지 이 영화가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도대체 알 수 없다는 거에요. 그들의 대화에서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그 애는 우리 애를 죽인 아이잖아요."
2. 20분 정도~50분 정도
올리비에와 프란시스(모르간 마리네)의 기묘한 동거가 계속됩니다. 아들을 살해당한 아버지가 그 아들을 살해한 열여섯 짜리 남자 아이를 직업 훈련소에서 가르치는 거죠. 올리비에는 프란시스를 남몰래 관찰합니다. 그 아이가 혼자 사는 집에도 몰래 열쇠를 훔쳐내 가보기까지 하네요.
그러나 올리비에의 의도는 전혀 알 수 없어요. 자신의 아들을 죽인 범인, 그 일로 5년간의 감방살이를 하고 나온 아이. 그 아이를 바라보는 올리비에의 심정이 어떨까는 대충 짐작이 되지만 그의 태도가 무얼 말하는지는 짐작조차 불가능합니다.
올리비에는 프란시스에게 말합니다. "목재소에 가서 재료를 가져오자. 많이 배울 수 있을 거야." 그들은 그렇게 단 둘이 멀리 떨어져 있는 목재소로 향합니다. 카메라는 여전히 딱 들러붙어 있군요.
3. 50분 정도~영화 끝
차 속에서 프란시스에게 과거의 일을 캐묻는 올리비에. 그러나 프란시스의 대답은 여전히 그가 철들지 않은 아이임을 말해줄 뿐입니다. 그들은 목재소에 도착할 때까지 같이 끼니를 때우고 게임을 하기도 합니다. 올리비에의 태도는 아직까지도 묘해요.
외딴 목재소에서 프란시스에게 목재의 특징을 가르치던 올리비에가 갑자기 이런 말을 던집니다. "네가 죽인 아이가 바로 내 아들이다." ...... 그로부터 영화는 15분 정도 더 진행되죠. 그리고 영화는 느닷없이 끝이 납니다. 오프닝과 마찬가지로 엔딩 음악조차 없이.
4. 그 이후
생각합니다. 또 생각합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도 이 영화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네요. 영화 속에서 갈등하는 인물은 올리비에에요. 그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은 두 가지구요. 5년 전 살해당한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부정(父情)이 그 하나고, 엄마에게조차 갈 수 없는, 기댈 데 없는 아이에 대한 동정이 또 다른 하나입니다.
하지만 저 둘의 대립이 정말 가능할까요? 그것도 자신의 아들을 죽인 살인범에게?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렇게 밖에 파악 안 됩니다. 프란시스를 쳐다보는 올리비에와 어색하게 서 있는 프란시스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에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조력자로 바뀌어 있는 셈이에요.
그렇다면 그 고집스렀던 근접 촬영은 올리비에의 심적 갈등을 극대화하고자 했던 것이었을까요? 음악 하나 흐르지 않던 건조함도 비빌 곳조차 마땅치 않은 그들의 메마른 감성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었을까요?
전 지금 지나치게 영화를 이성적으로 파악하려고 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의 건조함과 갑갑함이 저를 숨 막히게 하는데다가 이 영화가 전달하는 감성은 저를 배반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아들을 죽인 자를 놓고 하는 인간적 고뇌. 저에겐 정말이지 감당하기 버거운 감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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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le Fils, 2002)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