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예고편을 보면 대충 분위기가 감잡히는 영화입니다. 게다가 서너 개의 영화 포스터 중 하나에는 한석규와 함께 공형진까지 가세해 있네요. 그러니 두말할 필요 없이 이 영화는 코미디입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일단 제대로 웃겨주느냐 하는 점인데 그 점이라면 딱히 걱정할 필요 없어 보입니다. 영화는 무엇보다 두 남자 배우들의 농익은 코믹 연기가 돋보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것으로 만사 OK는 아닙니다. 사실 어디까지나 취향 문제이긴 한데 개인적으로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확실하게 구분 짓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영화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미스터 주부퀴즈왕>은 바로 그 유형에 속합니다. 현실의 사회상을 반영해 과장시킴으로써 코믹함의 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 영화는 마지막 순간에 가까워질수록 점차 캐릭터를 현실과 분리시킵니다. 다시 말해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치중하다 보니 캐릭터가 완벽한 환상, 비현실 속으로 파고 들어가 버린 거죠. 그래서 그 전까지 현실과의 연계 하에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던 영화는 끝날 때 즈음 돼서 그 힘을 속절없이 잃고 말아요. 만약 이와 같은 느닷없는 이탈을 수용할 수만 있다면 <미스터 주부퀴즈왕>은 아주 재미있는 영화로 기억될 수 있을 겁니다.
'고정관념을 깨자'만 가지고는 안 될 세상
여기서부터는 사실 영화와는 직접적으로 상관없는 얘기가 되겠군요. 영화를 본 후 글을 끼적거리면서 떠오른 생각들이긴 하지만 영화 자체에 이런 생각들이 담겼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랜만에 올리는 글인데 내용이 너무 짧아 덧붙이는... 그런 글이라고 보면 될 듯해요;
1. 남성 전업 주부
영화의 주 소재로 이용될 정도면 우리 사회가 그다지 낯설어할 존재는 아니란 얘기가 되나요? 그러나 존재 자체는 낯설지 않지만 그 존재 의미는 낯설어요. 그것은 아무래도 남자는 바깥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오래 전부터 사로잡혀 있어서겠죠. 장담하기엔 조금 부담스럽지만 저 생각에 사로잡힌 건 남자들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다른 집의 자상한 남편 얘기가 아닌 자기 남자 얘기라고 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지를 가만히 따져보면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데 충분하고도 남으리라 봅니다. 그래서 결국 남성 전업 주부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날 진정한 주부로 인정해 달라는 진만의 호소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영화의 해피엔딩이 아닌 진만의 아내 수희가 처음 나타낸 반응이 훨씬 현실적일 거에요.
2. 가족의 소중함
영화는 다소 무리하게 이야기를 진행시키면서까지 가족의 소중함을 얘기합니다. 그것은 한편으론 소홀했던 약속을 상기시키는 것이기도 하며, 한편으론 관계에서 수반되어야 할 책임을 일깨우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의 주장과는 달리 현실은 다양한 양상을 띠죠. 결혼은 했으나 아이를 갖기를 거부하는 사람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사람들, 결혼 자체를 회피하는 사람들 등등. 과연 이들에게 해피엔딩으로 이끌어지는 이 영화의 결말만이 최상의 가치라고 강요할 수 있을까요? 만약 저들이 '쿨하게 살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댄다면 주저 없이 '인형이나 안고 살아라'라고 외쳐주겠지만 그 외의 이유라면 글쎄요... 그 정도로 이 사회가 변화무쌍하고 다양해져서 일반적이며 보편적인 가치관을 콕 집어내기가 쉽지 않아진 듯합니다.
그러니까 괜히 싱숭생숭해져 적어 내려온 이 어설픈 글의 결론이 무엇인가 하면, 요즘 같아선 고정관념만 깨는 것만으론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이 사회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요지경 세상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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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주부퀴즈왕(2005)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