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노(로맹 듀리스)와 나이마(루브나 아자발)는 프랑스 국적을 가진 아랍인입니다. 둘 모두 파리에서 살아가지만 그들은 사실상 이방인이나 다름없죠. 혈통은 말할 필요도 없고 경제적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풍요로운 도시인 파리지만 돈이 없다면 대다수가 무용지물인 곳이니까요. 전자 음악에 빠져있던 그들은 자노의 제안에 따라 갑자기 알제리로 길을 떠납니다. 알제리는 자노의 할아버지가 떠나온 곳이자 지중해와 접해있는 아랍권의 북단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막무가내 여행이 시작됩니다.
영화는 자노와 나이마의 여정을 통해서 뿌리를 잃은 자들의 방황과 그들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흐르는 시간과 함께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이 되어 버린 데서 오는 괴리감이 드러나고, 심적으로 정착하지 못해 생긴 혼란이 육체적 흉터처럼 도드라집니다. 과거로부터의 단절과 마음의 방황도 상징적으로 나타나구요. 그들은 자신의 뿌리를 잃음으로 해서 물질적·정신적으로 그렇게 겉돌게 되죠.
이런 이방인들에게 감독은 그 잃어버린 뿌리를 되찾으라고 권합니다. 정체성을 확실히 해야만 정신적 방황이 정리되고 그럼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이 영화만의 독특함을 찾아볼 수 있는데, 영화는 자노와 나이마가 변화되는 과정을 음악과 함께 엮어갑니다. 퓨전인 듯한 테크노 음악으로 시작한 영화는 주인공들의 여정에 따라서 점차 지역적 특색을 지닌 음악으로 변모합니다. 최종적으로는 알제리 고유 음악인 듯한 가락을 통해서 자노와 나이마는 신내림 받듯이 자신들의 근원과 마주하게 됩니다.
정체성에 관한 영화는 어렵지 않게 접하는 부류에요.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들이 숱하게 다룬 주제이기도 하며, 우리 사회 역시 자노와 나이마 같은 사람들을 구성원으로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똑같은 입장은 아닐지라도 중국에서 건너온 동포들이 그런 입장일 테고, 이 사회에 자리 잡은 외국인 노동자들도 비슷한 입장에 처해있습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그들의 처지를 제대로 이해 못하고 있는 터라 이 영화 또한 가슴 속까지 깊이 전달되지 못합니다. 어쩌면 일본의 정체성 탐구는 제3자의 관점에서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문제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들과 중국 교포 등의 문제는 가슴으로 이해해야만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제 가슴은 그들에게 열릴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의미이겠구요. 때론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하게 다가오던 이 영화가 언젠가는 뜨겁게 가슴 속으로 들어올 날이 있을지 궁금해지는군요.
국가별 검색
가격대별 검색
국가별 검색
가격대별 검색
추방된 사람들(Exils, 2004)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