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배우가 차지하는 비중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죠. 특히나 영화와 대중들과의 관계에선 더욱 절대적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장만옥이란 이름은 이 영화에 있어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요. 그녀가 아니었다면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관심을 갖기라도 했을지 의문이군요. 어쨌든 숨겨진 제 대중적 속성을 여지없이 끄집어낸 그녀 덕택에 이 영화를 보게 됐습니다.
영화는 관계를 회복하려는 사람들,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얘기를 합니다. 마약 중독과 남편의 죽음 이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생활을 이어가는 에밀리(장만옥), 그녀의 아들이자 자신의 손자를 돌보면서 두 모자의 미래를 보듬어주는 시아버지(닉 놀테), 다가올 미래를 알면서도 아들의 죽음 때문에 며느리를 인정하지 못하는 시어머니(마사 헨리). 그들 모두는 가슴에 상처를 안고 있지만 그 상처를 치유해가는, 그리고 치유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세상 살아가면서 마음속에 상처 하나 안 남기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 수 있을까요? 그런 면에서 볼 때 그들은 곧 우리들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상처를 치유해야만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삶인 거죠.
인물들의 상처 극복을 그렸다고 해서 영화는 감정의 굴곡을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삶은 냉정하기에 세상은 에밀리를 동정하지 않고, 영화도 그 같은 냉정한 세상을 반영한 탓이겠죠. 그녀의 고통, 그녀의 현실 모두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니 세상이 그를 동정할 리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 냉정한 삶 속에서 연륜과 지혜를 쌓은 시아버지의 안목이 영화 내내 더욱 돋보일 따름입니다. 그리고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일어설 가능성을 보여주는 순간 에밀리가 흘리는 눈물이 비로소 가슴에 와 닿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 가능합니다. 시아버지나 마지막 에밀리의 모습이나 삶의 냉정함을 극복해낼 힘을 보여줬으니까요.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자보다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자가 진정 강하다고 했습니다. <클린>은 바로 그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다시 일어서려는 사람들, 삶에 당당해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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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Clean, 2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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