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 동막골(2005)
글: 김승환
2005년 08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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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내부에는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감춰놓은 욕망, 이기심, 증오, 분노, 열등감. 이런 것들은 그것을 소유한 본인이 누구보다 그 존재 여부를 명확히 파악하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때로는 거기에서 비롯되는 부정적 에너지 때문에, 때로는 스스로 인정하지 못함에서 발생하는 창피함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들을 안으로 꼭꼭 밀어 넣기에만 급급하죠. 반면에 이와는 달리 정말 찾고 싶은, 하지만 자신의 내부에 있기나 할까 라는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것도 있습니다. 태어날 때 누구나 지니고 있었지만 시간과 함께 자취를 감추거나 흔적만 남은 것. 그건 바로 순수에요. 때 묻지 않은 맑고 깨끗함. 모든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동경하는 대상.
산 속에 꼭꼭 숨겨져 있는 동막골은 그 같은 순수함의 상징이에요. 총이 무언지도, 전쟁이 무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사는 곳. 이념이나 군복이 아닌 사람 그 자체로 사람을 대우해주는 곳. 동막골은 그런 곳이거든요. 치유 불가능할 거 같은 마음의 상처를 가진 자도 동막골에서는 그 상처를 어루만지며 타인과 어울릴 수 있습니다. 순백의 순수함이 모든 응어리의 검은 물을 빼 놓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이유로 흘러들어온 군인들은 모든 걸 제쳐두고 동막골을 지켜내려 합니다. 국적이나 이념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전쟁을 배경으로 한 전쟁 영화이기 이전에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토록 동경하던 순수가 완전히 짓밟힌다면 그들은 사람으로서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영화 막판, 여섯 명의 다국적 군인들은 그토록 결사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웰컴투 동막골>이 6·25전쟁을 배경으로 한다고 해서 남북 분단이나 전쟁과 관련한 코믹 휴먼 드라마라고 무조건 속단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그 생각도 틀린 건 아니지만 제대로 된 결론은 아닌 듯해요. 이 영화는 뜻밖에도 요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를 그 안에 담아둡니다. 생존 경쟁의 각박함 속에서 있을지도 모를 순수에 목 말라하는 사람들의 얘기를요. 그러니 이 영화는 현재 5,60대 어르신들만의 이야기도 아니고, 오로지 정치적인 이야기도 아닙니다. 영화는 바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에요. 동막골이 존재하기를 바라는, 동막골을 찾아내고자 하는, 순수함에 목마른 자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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