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랙퀸 가무단(艶光四射歌舞團, 2004)
글: 김승환
2005년 07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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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현실에서 '표준'이란 단어는 상상 이상의 위력을 발휘합니다. 상당수를 대표하는 단어이므로 이 글을 쓰는 저를 포함한 대다수 사람들이 그 위력을 실감하지 못할 뿐이죠. 아니, 그럴 뿐이라 추측합니다. 그래서 표준에서 벗어난 소수의 고통은 나누어야 할 고통이 아닌 순전히 그들만의 것이 됩니다. 더구나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고통과 권리에 대해 아는 척 얘기하다가도 막상 자신의 생활권과 소수자의 생활권이 맞닿는 순간, 벙어리가 되어버리는 표준들의 태도까지 겹친다면 그들의 고통은 더욱 증가됩니다(그 표준들의 태도에서 저 역시 예외는 아니에요).
<드랙퀸 가무단>에는 그렇게 고통 받는 소수자가 등장합니다. 소수자 중에서도 남성 동성애자가 그 주인공이죠. 여장을 한 채 여행을 다니며 공연하고, 집에서는 장의사의 남성 도사로서 일상을 보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삶은 그에게 또 하나의 고통을 선사해요. 사랑했던 남성,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는 남성의 장례 의식이 그에게 맡겨진 거죠. 이후 영화는 그의 방황과 고민, 그를 바라보는 주변의 의심쩍은 시선들을 그려냅니다.
그러나 영화는 생각만큼 삭막하지도, 치열하지도 않아요. 사랑과 노래라는 소재가 영화 전체를 서정적 분위기로 이끌고, 감독 자신의 가치 판단이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거든요. 감독은 그저 사랑의 고통 속에서 아파하는 그를 그의 동료들 속에서 그대로 내버려둡니다. 같은 소수자들의 입장과 위안이, 적대적이고 적극적으로 내비치지 않는 다수들의 압박을 희석시켜 그저 한 개인의 아픔으로밖에 보이지 않게 하거든요. 어쩌면 건들거나 동정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두라'는 것이 감독의 생각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전에 글을 쓴 <추방된 사람들>을 보면서도 느낀 거지만 이런 영화들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자신에 대한 의구심이 앞섭니다. 과연 소수자들에 대한 개인적 태도가 일관적일 수 있을까? 생각과 행동이 언제나 함께 갈 수 있을까? 영화 속 로즈라는 캐릭터가 여성스러운 분위기와 외모를 지녀서 거부감이 덜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 판국에 무엇을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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