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오브락(the School of Rock, 2003)
글: 김승환
2004년 0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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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92년 <시스터액트>
1990년대 이후로 한정해서 노래와 영화가 어울린 영화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시스터액트>에요. <사랑과 영혼>으로 전성기를 누리던 우피 골드버그가 출연하고, 뜻밖에도 연기파 배우 하비 키이텔이 우스꽝스런 악당 역으로 등장해 깜짝 놀라게 했던 영화였죠.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들은 배우들이 극중에서 부른 노래들입니다. 그리고 그 노래가 심어준 인상은 어쩌면 그 파격에서 유래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엄숙과 경건을 떠오르게 하는 가스펠이나 찬송가를 아주 신나고 흥겹게 불러제낀 형식의 파괴 말이에요.
<시스터액트>는 93년 또 다시 우피 골드버그를 내세워 속편을 등장시킵니다. 그 속편에서도 형식의 파괴는 여전히 이어지며 영화가 잘 만들어지고 못 만들어지고를 떠나서 보고 듣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바로 이 점이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가 갖는 장점입니다. 영화의 스토리를 떠나서 잘 만들어진 음악만으로도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거죠.
2. ? 잭 블랙
잭 블랙은 사실 개인적으로 낯익으면서도 낯선 배우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 저 영화에서 눈에 많이 스쳐갔지만 그 어떤 영화에서도 눈에 확 들어온 적이 없거든요. 그건 공교롭게도 그가 비중 있게 나왔던 몇몇 영화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 있습니다. 그의 행동(연기), 외모를 보고 있으면 대단한 개성이 엿보인다는 점이에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겠지만 코믹 배우로서, 개성 넘치는 조연으로서 그의 행보가 은근히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더구나 그는 실제로 락 밴드의 일원이기도 합니다. 어설픈 일원이 아닌 작곡과 보컬, 연주 능력에선 어느 정도 인정받은 엄연한 뮤지션인 셈이죠.
3. 2003년 <스쿨오브락>
잭 블랙 주연의 코미디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에 사용되는 음악은 록 음악입니다. 반항과 도전이라는 덕목에 록 음악이 가장 잘 어울리듯이 잭 블랙을 위시한 영화 속 캐릭터들은 획일화, 정형화된 사회에 반항하고 도전합니다. 아이들의 꿈과 재능을 무시한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성적 위주의 교육, 번듯한 화이트 컬러만이 제대로 된 인간으로 대접받는 사회상에 항의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에서 웃음이 이끌어져 나오는 것은 결과야 어떻든 그 결과를 이끌어낸 동기가 결코 순수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불순한 의도가 좋은 결말을 이끌어냈으니 그 변신의 과정이 오죽했을까요. 게다가 잭 블랙의 코믹 연기도 단단히 한 몫 합니다. 짐 캐리처럼 클 수 있는 배우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영화에서 그는 물 만난 고기처럼 보여요. 연주에 노래까지 자신이 직접 한 듯하니 더 말해봤자 입만 아플 노릇이죠.
4. 세대와 무관한 결말
장르 영화에는 공식 아닌 공식들이 숱하게 있습니다. 그 공식에 구속된 가장 대표적인 장르가 공포 영화라고 할 수 있겠죠. 그래서 사람들은 공포 영화를 보다 보면 대충 어디쯤에서 놀라야 할지 대개는 알고 있습니다.
<시스터액트>나 <스쿨오브락> 같은 영화도 그와 비슷합니다. 음악과 선생님이란 소재가 해피엔딩의 대명사인 코미디 장르와 만나게 되면 그 이야기는 새려야 샐 곳이 없어요. 이야기 전개 과정이나 영화의 결말은 보기 전부터 예측 가능합니다. 심지어는 영화 막판 화려하게 춤판이든 노래판이든 한 판 벌리고 끝날 것이라는 사실까지 관객들은 알고 있을 정도에요.
그렇다면 이런 영화를 뭣 때문에 볼까요? 가장 객관적인 이유라면 편하게 웃으면서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장르 영화들은 뻔합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그런 영화를 보는 건 그 장르 영화들만이 갖는 특성을 즐길 수 있어서겠죠. 때론 긴장감을, 때론 애틋함을, 때론 화끈함을, 때론 유머러스함을.
<시스터액트>에서 재미를 느꼈던 사람이라면 <스쿨오브락>을 보는 것도 괜찮지 싶습니다. 단, 배꼽 빠질 듯이 웃을 일은 없어요. 그러니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지나치게 높게 가지지는 말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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