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2005)
글: 김승환
2005년 0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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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하나같은 마음으로 변함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 쯤은 흔들리고 의심하며 돌아보는 게 우리들이니까요. 그런데 그 한 번의 흔들림으로 자신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다면 그 삶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재수 없다? 아니. 그 정도로는 약합니다. '운수가 나쁘다' 정도의 의미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이럴 때의 삶은 냉혹하고 비정하다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어 보이네요.
영화에 등장하는 선우(이병헌)의 삶이 그런 삶입니다. 숨쉴 틈 없이 빽빽하게 들어찬 세상에서 희수(신민아)로부터 얻어낸 조그마한 여백이 그토록 큰 비극을 불러오게 될 줄은 그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겁니다. 그 잠깐의 여백에 대한 호의가 조직이라는 괴물체의 체질과는 맞지 않아서 삶이 그토록 무참하게 무너져 내릴 줄을 어찌 짐작이라도 했겠습니까? 그래서 그는 자신을 버린 조직과 보스에게 총부리를 들이댑니다. 그것은 복수를 위한 것이지만 어쩌면 잔인한 삶을 상대로 개인이 행할 수 있는 최후의 발악인지도 모르겠어요. 달콤한 인생을 꿈꾸지만 좌절하고 만 개인들의 몸부림 같은 것 말이에요.
이렇게 고단하고 끔찍스런 삶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삶에 유혹당하며 달콤한 삶을 희망합니다. 그것은 강사장(김영철)이 희수에게 이유도 모른 채 끌리며 그 안에서 기쁨을 느끼고자 하는 것과 똑같아요. 또한 선우가 희수에게 갖는 묘한 끌림과 같은 감정과도 닮아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의 감정과 상관없이 아무렇지 않게 고통을 선사하는 것이 삶이기도 합니다. 달콤함은 꿈도 꾸지 말라며 깔끔하게 확인 사살까지 해 주는 판이거든요. 이 정도면 그 냉정함과 잔인함은 두 번 말할 필요 없이 충분히 느끼고도 남을 정도죠.
<달콤한 인생>은 느와르 액션이란 광고 카피를 달고 있듯이 대단히 냉정하고 건조한 세상 얘기를 담아냅니다. 사람들은 그 세상 속에서 웃고 싶어 하지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처럼 권투를 하면서 웃을 수 있는 존재는 흔치 않습니다. 그것은 선우가 꿈꾸는 달콤한 인생일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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