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들(the Dreamers, 2003)
글: 김승환
2005년 04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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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릴까 말까 하다가 올립니다. 어차피 제 생각으로 써 내려간 글이니. 영화의 배경과 감독에 대한 지식이 없을 때 그 영화는 종종 엉뚱한 방향으로 받아들여지곤 합니다. 베르톨루치 감독의 몇몇 영화들이 제게 참 난감하게 다가왔던 건 감독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며칠 전에야 알게 됐습니다. 아래 적어놓은 글을 쓰고난 후 다른 분의 글을 읽다가 깨달았죠. 아래 글은 배가 물 위에 있지 않고 산으로 가려는 경향이 있는 글입니다. 다행히 완전히 산으로 올라가진 않았지만요. 참고하고 읽으시길. 충격이 컸어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감독에 대한 검색조차 하지 않았을 정도로 게을렀다니요.)
영화는 현실을 반영합니다. 그 안에는 세상이 담기고 사람이 들어가고 온갖 생각들이 넘쳐납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 때론 보이지 않던 현실이 눈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모든 사람 일이 그렇듯이 생각만 앞서고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현실적인 결과는 뒤따르지 않는 법이에요. 결국 영화에 담긴 생각에는 동조하나 그 바탕이 된 현실에 무관심하다면 그 생각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에 머무를 뿐입니다. 그럴수록 현실은 냄새나고 가식적이며 그 때문에 메스꺼움이 더해지는 동시에 현실과의 괴리는 더욱 커집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사벨(에바 그린)과 테오(루이 가렐)는 자신들만의 세상에 갇혀 살아갑니다. 쌍둥이인 그들은 서로에게 몰두하고 서로를 괴롭히면서 현실과는 담을 쌓죠. 현실에 대한 문외한들은 절대 아닙니다. 그들은 사고할 줄 아는 존재들이며, 그들이 본 숱한 영화들 또는 책을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그들은 이상주의자들이며 영화의 제목처럼 몽상가들입니다.
그런데 이 둘 사이에 매튜(마이클 피트)라는 인물이 들어서요. 셋은 영화를 매개로, 사랑을 매개로 연결이 되지만 인간관계에 있어 셋이란 숫자는 완전함과 더불어 엄청난 반목을 내포한 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매튜의 가세는 이상의 좁은 입지를 거칠게 밀고 들어오는 현실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매튜 역시 현실주의자는 아니지만 그로 인해 이사벨과 테오의 입장이 흔들리니까요.
현실은 이상과 다릅니다. 모택동의 혁명은 결코 영화 같은 것이 될 수 없어요. 하지만 머리 속에서만 그려지는 혁명에선 피비린내가 진동하지 않습니다. 빨간 피가 선명하게 보일지언정 그 냄새는 결코 코를 괴롭히지 않죠. 현실과 결별한 채 행해지는 자신에 대한 몰두는 이와 같은 현실감 결여와 함께 자기 비하와 두려움이라는 부산물까지 만들어냅니다. 그 결과 현실로의 노출은 죽음이란 극단적 방법으로 피해보고자 할 만큼 회피하고 싶은 현상이 되구요.
<몽상가들>은 현실과 거리를 둔 이상주의자들을 그립니다. 그들의 행동은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고 순수하지만 우물 안에만 머무른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그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 그들의 가장 큰 숙제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한계를 탈출해 현실로 뛰어든다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그들이 뛰어든 현실 또한 거대한 이상일지 아니면 그릇된 현실일지 등의 여부는 아무도 모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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