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티페어(Vanity Fair, 2004)
글: 김승환
2005년 0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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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19세기 유럽, 그 중 특히 영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문화가 등장함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 색다르고 독특한 문화를 바탕으로 상류 사회로 편입하려는 매력적인 한 여성의 이야기를 펼쳐내는 게 <베니티페어>에요. 그런 까닭에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여자 주인공인 베키의 매력을 배우가 얼마나 확실하게 표현해주느냐 하는 점입니다. 유머 감각이 풍부하고 매사에 적극적인 동시에 어떤 굴레에도 굴할 것 같지 않은 여성의 이미지로서 베키의 이미지를 잘만 살려준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반쯤은 성공하고 들어간 셈이니까요. 다행히도 영화는 그 반을 먹고 들어갑니다. 그리 예쁜 얼굴이라곤 생각되진 않지만 리즈 위더스푼의 외모는 당차고 야무진데다 구속을 거부하는 분위기까지 내뿜거든요.
이와 같은 배우와 캐릭터의 일치는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 속 상위 계층(돈이든 지위든)의 남성들이 그녀에게 갖는 호감을 공유하게끔 합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영화가 이끌어가는 이야기의 흐름에 관객들이 편승하는 것이 가능해지죠. 물론 타임머신을 탄 듯한 느닷없는 세월의 흐름은 몸을 맡긴 관객들을 내동댕이치는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상 용납 못할 정도의 수준은 아닌데다가 그 점에 불만이 많은 관객들에게도 베키의 이야기가 매력적임을 죽자 사자 부인하는 것은 힘든 노릇일 겁니다.
한 가지만 더. 이 영화처럼 시대 배경을 달리 하는 영화를 볼 때 사람들은 종종 그 시대의 문제점을 그 시대 것만으로 한정시키곤 합니다. 문제점에 가로 막혀 고생하는 주인공을 보며 요즘 같은 세상에 태어난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환경에 따라 확실하게 변해가는 게 사람이지만 무섭도록 변치 않는 것 역시 사람입니다. <베니티페어>에선 신분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등장해요. 사회가 혼란스럽고 계층간 유동성이 심한 탓에 그 폐쇄성은 많이 엷어졌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그들은 자신의 특권과 정통성에 더욱 집착하고, 그럴수록 위선이란 요소는 그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갑니다. 그리고 이 점은 현재에도 그대로 적용되죠. 빛과 어둠이 항상 같이 있는 것처럼 인간과 위선 역시 그들의 동거를 그만 둘 수는 없음입니다.
그러나 영화를 항상 그렇게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는 없어요. <베니티페어>에 따르면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사람의 진심과 적극적인 태도라는군요. 그 점을 무의식중에 느끼고 주인공의 삶에 한 순간이나마 동화되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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