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대굴대굴 베이직(Basic, 2003) 글: 김승환 2004년 02월 06일
1. 1999년 <식스센스> 개봉할 때만 해도 이만큼의 후폭풍을 가질 것이라곤 예상하지 않았던 영화가 하나 있습니다. <식스센스>.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관객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갈긴 이 영화 때문에 그 후로 숱한 스릴러 영화들이 죽을 써야만 했다는 사실을요. 사람들은 반전이 없는 영화를 아예 스릴러란 장르에 넣기를 거부했고, 숨겨진 비밀을 밝히는 것만으론 절대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영화 끝부분엔 반드시 반전이 있어야 했고 그 반전은 그때까지 진행되어온 영화의 모든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 정도의 파괴력이 있어야만 했죠. 그런 의미에서 <식스센스>는 관객들에겐 좋은 선물을, 감독들에겐 최악의 부담을 선사한 영화에요. 관객들에게 재미와 함께 전율을 선사한데다 재미있는 스릴러에 대한 하나의 기준을 마련해줬으니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었을 테고, 영화를 만드는 감독 입장에선 그 기준이란 것이 결코 넘기 쉽지 않은 장벽이었기에 그만한 부담감도 따로 없었을 테니까요. 2. 1988년 존 맥티어넌 존 맥티어넌 감독에게 1988년이란 해는 아주 뜻 깊은 해였을 거에요. 그 해에 그는 <다이하드>란 영화로 액션 감독의 대명사로 떠오르면서 헐리웃의 중심에 서게 되죠. 폐쇄된 또는 한정된 공간 내에서 보여주는 그의 액션 스타일은 단순한 통쾌함을 떠나서 묘한 긴장감을 함께 안겨다 주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는 87년 <프레데터>, 90년 <붉은10월>까지 전성기를 구가하지만 그 후 몇몇 영화의 실패로 침체기에 빠집니다. 공교롭게도 <식스센스>에 주연으로 등장했던 브루스 윌리스는 <다이하드>로 인기 상종가를 치게 됩니다. 3. 영화 <베이직> <다이하드3>부터 언제나 고만고만한 영화를 만들어오던 맥티어넌 감독이 이번엔 존 트라볼타와 사무엘 L. 잭슨을 앞세워 본격적인 스릴러 영화를 내놓았군요. 전성기 때 그의 스타일과는 달리 이번 영화의 주인공들은 액션을 보여주는 대신 미스터리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정글에 투입된 군인들 사이에 벌어진 사건이 그것이죠. 총 7명 중 2명이 살아남았고 1명은 사살, 나머지 4명의 사체는 행방불명이에요. 그런데 살아남은 2명은 같은 사건을 두고 딴 얘기를 합니다. 이 정도 스토리 구조면 흥미를 끌기에 충분해 보이네요. 하지만 결과를 보면 영화는 그다지 만족스럽지가 않아요. 이야기의 인과 관계도 어딘가 이상한 듯하지만 그건 여기 저기 끼워 맞춰지긴 하니 그냥 넘어가죠. 문제는 두 가지에요. 하나는 이름과 얼굴을 연결시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특히 뮬러, 던바, 켄달, 이 백인 3명은 시작하고 나서 2~30분쯤 있어야 제대로 구분이 가능합니다. 사람 얼굴 제대로 구분 못하는 사람은 영화 진행 속도 따라잡기 꽤나 곤란할 듯 합니다. 둘은 이 영화가 내세우는 반전입니다. <식스센스>의 반전이 주는 놀라움은 갈 길은 하나뿐인데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고 누군가 알려줬을 때 느끼는 놀라움과 같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반전은 그게 아니에요. 앞에 수십 개의 길이 놓여있는 상태에서 누군가가 그 중 어떤 한 길을 선택해줬을 뿐입니다. 길을 가던 자는 어떤 길로 가게 될 지 애초에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니 그런 상황에서 놀라야 할 필요가 없겠죠. 즉 <베이직>의 반전은 예측 불가능한, 감독 마음대로의 결말일 뿐입니다. 4. 충격적 다중반전, 당신은 처음부터 속고 있다! 이 영화의 우리나라 광고 문구입니다. <식스센스>의 망령이 아직까지 모든 스릴러 영화에 드리워져 있는 모양이에요. 한 번의 반전도 모자라 여러 번 거듭하고 그것도 충격적이기까지 하다네요. 글쎄... 주어진 증거로 누구나 도달 가능한 결론으로 간 것이 아니기에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는 데 한 표 던집니다. 그러나 '당신은 처음부터 속고 있다'라는 말은 맞는 얘깁니다. 무엇에 속고 있는지는 영화를 보고 직접들 확인해 보세요. 제 생각엔 <태극기 휘날리며>에 휘둘려 제대로 기 한 번 못 펴고 내려올 거 같지만 그래도 직접 속아보는 게 조금은 나을 겁니다. This article is from http://www.cinelin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