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대굴대굴 인어공주(2004) 글: 김승환 2004년 06월 29일
1. 1978년 <가을소나타> 어머니와 딸이 있습니다. 딸이 사랑을 필요로 할 때 어머니는 멀리 있었고, 어머니가 사랑을 베풀 때 그 사랑은 딸에게 버거웠습니다.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만 그들 사이의 벽은 여전히 두텁기만 합니다. 삶과 죽음을 기반으로 모녀 사이의 관계를 그려낸 이 영화는 일반적인 드라마 장르에 속합니다. 하지만 두 배우의 연기는 물론 모녀 사이를 가로막는 그 벽은 치가 떨릴 정도에요. 2. 2000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순간엔 논리와 이성보다는 그 순간에 느끼는 감정이 전부죠. 이 영화를 보면 그 점이 잘 드러납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사랑 이야기.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납니다. 3. 2004년 <인어공주> '아줌마’ 억척스러움을 대변하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단어입니다. 창피란 단어는 아줌마 앞에서 고개 쳐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억척스러움이 극에 달할 경우 세상 모든 게 꽁무니를 빼야 하는 대상이 아줌마에요. 하지만 ‘아줌마’는 우리 어머니, 할머니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아들들은 그 막강 전투력에 경의를 표하기도 하지만 딸들은 미래의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싶어 은근히 두려워하기도 하는 거 같습니다. 나영(전도연)의 엄마 연순(고두심)도 그런 아줌마의 전형입니다. 하지만 나영이 엄마의 모습을 보고서 내심 꺼리는 이유는 하나가 더 있습니다. 바로 아버지와의 관계에요. 어깨 축 쳐진 우리 시대 아버지의 모습과 그런 아버지를 포용하지 못하는 어머니의 모습, 그리고 착하기만 한 아버지로부터 비롯된 힘든 현실이 나영과 어머니, 나영과 가족을 떨어뜨려 놓은 셈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이 난감한 현실 타개의 방책을 현실이 아닌 판타지에서 찾아요. 자식이라면 누구나 궁금할 법한 부모님의 연애시절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되는 것이죠. 이 판타지는 단순히 문제 해결의 수단만을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칫 심각해질 수 있는 주제를 가볍고 재미있게 풀어주는 역할까지 도맡습니다. 젊은 시절 엄마와, 과거로 간 딸이 만난다는 설정, 때 묻지 않은 부모님들의 연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세세한 에피소드들은 영화 속에 웃음을 풍부하게 해줍니다. 그리고 그 웃음을 있게 해준 젊은 아버지, 어머니의 연애를 지켜보면서 훗날의 딸은 그들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게 되는 거죠. <인어공주>는 박흥식 감독의 전작인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와 같은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는 아니에요. 어머니, 아버지의 연애담이 펼쳐지긴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관찰자로서 딸을 개입시킴으로써 크게는 세대간 갈등, 좁게는 모녀간 애증까지 풀어 헤쳐 나가거든요. 그 이야기 속에서 1인 2역을 한 전도연 등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음은 두 말 하면 잔소리겠죠. 4.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 박흥식 감독의 영화는 캐릭터들의 감정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게끔 하는 묘한 힘이 있어요. 우리 주변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고, 출연 배우들의 힘일 수도 있겠죠. 어찌됐든 그가 만든 두 편의 영화는 분명 관객들을 이야기 속으로 편안하게 몰입시킵니다. 만약 그 몰입에 호응하지 못한 관객이 있다면 그 관객은 분명 영화를 논리적으로 해체하려 들 것입니다. 하지만 부디 그런 일은 가능한 한 적었으면 합니다. 사랑할 때 그 순간의 감정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인어공주>를 볼 때도 이성보다는 그 순간의 느낌이 최우선이었으면 하는 바람이거든요. This article is from http://www.cinelin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