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시간 17일 폐막된 제52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宮崎 駿.61)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최우수 작품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영국과 아일랜드가 공동 제작한 영화 '피의 일요일'와 공동수상이긴 하지만 권위있는 국제 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이 그랑프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 이 작품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생각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지난해 7월 20일 개봉된 이래 지금까지 모두 2천3백여만명이 관람, 일본 영화 사상(애니메이션 사상이 아니다!)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5월까지 일본 인구의 25%에 달하는 3천만명이 관람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다.
사실 일본 최고 흥행 기록은 지난 1997년 개봉된 미야자키 감독의 '원령공주'(1천4백30만명)가 세웠었다.
그러나 그 이듬해 '타이타닉'(1천6백70만명)에 의해 곧 깨졌다. '센과 치히로…'는 그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그래서 일본내 영화 흥행기록 1위와 3위는 미야자키 감독이 갖는 셈이 됐다.
이 작품은 부모와 함께 우연히 귀신들이 사는 곳으로 들어가게 된 어린 소녀 치히로의 모험담이다.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다가 돼지가 되어버린 부모를 구하기위해 치히로는 그곳을 지배하는 마녀에게 복종하며 온갖 시련과 싸워 나간다.
센은 마녀에 의해 얻은 치히로의 새 이름. 관객들은 마법의 세계가 아닌 마치 현실에서 일어난 듯한 생생한 이야기 구조와 화려한 화면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최대 매력은 일본의 토속 정령(精靈:죽은 사람 혼백)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데 있다. 귀신들이 사는 곳은 일본식 전통 온천장이다.
이곳에 등장하는 일본 각지 전래 민화와 토속 신앙 속 귀신과 정령들은 현대 일본인들에게 향수와 추억을 불러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실 미야자키는 '천공의 성 라퓨타'나 '마녀배달부 키키' '붉은 돼지' 등에서 보여주듯 다소 '버터 냄새가 나는' 서구식 화면구성을 선호해왔다. "그 빚을 갚고 싶다"고 한 것이 지난해 국내에서도 개봉됐던 '이웃집 토토로'(1988)였고 '원령공주'도 그 연장선 상에서 나왔다.
결국 미야자키는 "가장 일본적인 것이야말로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구호를 실천한 셈이다.
특히 이 작품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야자키가 처음으로 제작의 일부를 한국 업체인 DR무비에 맡겼고 대단한 만족감을 표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 실력과 수준을 간접적으로 증명했던 것. 그간 미야자키의 작품을 국내 공급해 왔던 대원C&A는 이번 수상작의 국내 조기 상영을 위해 구체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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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회 베를린 황금곰상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블러디 선데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