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삼 - CINELINe

오우삼 (John Woo)

吳宇森

성별: 남성
생일: 1946년 09월 23일
직업: 감독, 제작자, 작가, 연기자
출신: 중국, 광둥성, 광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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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지: 중국 광둥성(廣東省) 광저우(廣州)
학력: 홍콩 마테오리치 학교(Matteo-Ricci-College)
가족관계: 아내 앤 우(Ann Woo)와의 사이에 1남 2녀
팬레터: c/o Lion Rock Productions MGM Studios 2500 Broadway Building F, Suite 370 Santa Monica, CA 90404, U.S.A.

가난했던 유년기

오우삼은 1946년 중국 광둥성의 광저우에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그의 가족은 공산화된 중국을 떠나 1951년 홍콩으로 이주합니다. 오우삼의 가족은 너무나 가난해서 낡은 오두막집에서 살 수 밖에 없었고, 그나마 그것도 1953년 대화재로 불타버려 그후 몇 년간을 거리에서 집 없이 살게 됩니다. 몇 년 뒤 빈민가로 이사하게 되지만 나아진 것은 없었습니다. 철학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결핵으로 10년 동안 투병 중이었고 그의 어머니가 전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습니다. 빈민가에서 오우삼은 폭력과 마약, 매춘 등 많은 사회악들을 접하며 자라게 됩니다.

다행히 오우삼 가족은 교회를 통해 어느 미국가정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소년 오우삼 역시 이 가정의 도움으로 8년 동안 학교를 다닐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오우삼은 한때 신부가 되겠다는 생각을 갖기도 합니다. 그는 미국인에 의해 운영되는 루터교 학교에 다녔는데, 이 때문에 그는 제임스 딘(James Dean),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등의 미국문물을 쉽게 접할 수 있었고 그것들에 매료됩니다.

한편, 그의 어머니는 대단한 영화광이어서 아들인 오우삼을 데리고 거의 매일 영화를 보러다녔습니다. (그녀는 특히 클라크 게이블(Clark Gable)과 캐리 그랜트(Cary Grant)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오우삼 역시 영화를 좋아했는데, 당시 그가 좋아했던 영화들은 진 켈리(Gene Kelly)나 프레드 아스테어(Fred Astaire)가 나오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같은 뮤지컬 영화나 프랑스 영화들이었습니다. <페이스/오프>(Face/Off, 1997)에 삽입된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Wizard of Oz)의 주제곡이기도 한데, 이 영화는 그가 본 첫 뮤지컬 영화였습니다.

영화에 빠져들다

15, 16세 때 그는 영화와 예술에 빠져 도서관, 박물관, 영화관을 다니느라 학교공부를 소홀히 했습니다. 그러면서 고등학생 때 비로소 연극을 연출해보고 직접 연기도 해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철학자였던 아버지는 영화에 미쳐있는 아들의 행동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영화란 가공의 것이며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은 철학뿐이라고 생각했고 자신이 해오던 중국문화 연구를 아들이 계속 이어주기를 바랬습니다. 그러나, 아들의 결심을 꺾지 못하고 그의 아버지는 이런 말을 남긴채 눈을 감게 됩니다. "너가 하고 싶은 일을 하거라. 하지만, 정도(正道)를 걷고 기품 있게 살아야한다."

오우삼은 본격적으로 영화를 배우고자 했지만 1960년대 당시 홍콩에는 영화학교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그는 더이상 학교에 다닐 수 없었고 일자리를 구해야했습니다. 그는 "Chinese Student Weekly"라는 신문사에 취직하게 되었는데 그곳의 사장은 매우 친절한 사람이어서 신문사 사무실을 예술공간으로 마련해주었습니다. 시, 미술, 철학 등 몇가지 분과로 나뉘어진 모임에서 오우삼은 자신처럼 영화를 사랑하는 친구들을 만나게 됩니다. 신문사는 그들을 위해 영화를 빌려주기도 했고, 그들은 그것들을 보고난 뒤 그에 대해 토론하고 분석하면서 서로의 지식을 늘려나갔습니다. 또 한편으로, 오우삼은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영화 관련 서적을 읽기도 했습니다. 그는 대단한 책벌레였고, 심지어는 몇몇 책들을 훔쳐오기까지 하면서 영화이론을 익혀나갔습니다.

오우삼과 그의 친구들은 특히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의 예술영화, 실험영화들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유럽영화가 하락세를 보이고 미국영화가 급부상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오우삼 역시 샘 페킨파(Sam Peckinpah), 프란시스 코폴라(Francis Coppola),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과 같은 감독들의 영화세계에 깊이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스탠리 큐브릭은 오우삼과 그의 친구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감독이었습니다. 오우삼은 <닥터 스트레인지러브>(Dr. Strangelove)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2001: A Space Odyssey)를 가장 좋아하는 영화들 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오우삼과 그의 친구들은 예술영화 외에도 많은 것들에게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의 소설을 좋아했고 실존주의의 영향도 강하게 받았습니다. 한편,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까지는 다른 어떤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홍콩 역시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공산당원과 국민당원의 충돌로 촉발된 두 번의 대규모 시위를 비롯해 크고 작은 시위가 끊이지 않았고, 갱들의 세력다툼도 치열했기 때문입니다. 오우삼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합니다. "히피에 가까웠다고나 할까요. 제가 살고 있는 사회와 전쟁에 관해 항상 고민했고 반전시위에도 참여해봤으니까요."

어쨌거나 오우삼과 그의 친구들은 꽤 지적인 집단이었고 수준이 낮았던 당시의 홍콩영화계를 통렬히 비판하는 글을 여러 잡지에 기고하기도 했습니다. 훗날 이 평론 때문에 영화사들은 영화계에 입문하려는 이들을 문전박대하기도 했습니다. "홍콩의 영화산업은 젊은 세대들에게 결코 개방적이지 않았죠. 특히 인텔리들에게는 더욱 심했어요. 당시 홍콩영화인들은 정규영화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습니다. 경험으로 배우는 거죠. '이봐, 자네. 자네가 영화에 대해 뭘 안다는 거야?' 그래서 항상 이런 식이었어요. 우리에겐 너무나 잔인했던 겁니다. 우리 같은 젊은 영화인들 중 많은 수가 당시의 홍콩영화계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고발한 평론을 썼습니다. 그래서 영화인들이 우릴 싫어했나봐요." 그들은 자신들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고 항상 자신들이 홍콩영화계를 송두리째 뒤바꿔버릴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 친구들 중에서 지금까지 영화계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오우삼을 비롯해 몇명 되지 않지만, 적어도 오우삼만큼은 정말로 홍콩영화계를 송두리째 바꿔버린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계 입문, 그리고 장철과의 만남

1968년부터 1970년 사이에 오우삼은 영화클럽의 회원으로서 몇편의 8mm, 16mm 단편영화들을 찍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그는 의욕적이고 패기있는 젊은 영화인들을 필요로 하는 몇몇 독립영화사들이 찍는 영화에 참여함으로써 본격적인 영화감독으로서의 길을 모색합니다. 급료는 형편없었지만 영화를 배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끼니를 때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에게는 충분했습니다.

오우삼은 드디어 23세 때 대본검토인(script-supervisor)으로서 캐세이 스튜디오(Cathay Studio)에 처음으로 취직하게 됩니다. 캐세이 스튜디오의 이사는 이탈리아에서 영화를 공부한 엘리트인데다가 열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젊은 영화인들에게 그렇게 자리를 마련해주었던 것이죠.

1971년 그는 캐세이 스튜디오를 떠나 홍콩에서 가장 큰 영화사였던 쇼브라더스 영화사(Shaw Brothers Film Company)로 이적합니다. 쇼브라더스 영화사는 1958년 동남아 최대의 극장주였던 사이오푸 형제가 설립한 영화사로서, 홍콩 상업영화의 전통을 세운 영화사입니다. 그곳에서 오우삼은 당시의 유명한 영화감독이었던 장철(張徹)의 조감독으로 일하며 <수호전>(水滸傳, 1971), <마영정>(馬永貞, 1972), <사기사>(四騎士, 1972), <자마>(刺馬, 1973) 등의 영화에 참여합니다.

오우삼이 존경해마지않는 감독 장철은 뛰어난 무협영화들을 만들어 홍콩영화계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입니다. 1960년대 초에는 여성들간의 유대감을 다룬 영화들이 인기를 끌었지만 장철은 그와는 반대로 남성들간의 유대감을 다룬 영화를 만들어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전에는 주연으로 여배우들만이 인기가 있을 뿐, 남자배우들은 조연에 불과했습니다) 그가 만든 액션영화들은 홍콩영화인들로부터 샘 페킨파의 작품들처럼 리얼리티가 뛰어나면서도 홍콩 액션영화의 테크닉과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적룡(狄龍), 왕우(王羽), 이수현(李修賢) 등은 장철의 영화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배우들입니다.

오우삼은 1년 반 정도 장철의 조감독으로 일하며 촬영, 편집, 사운드 더빙 등 많은 것을 직접 해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편집작업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웠다는 그는, 지금도 젊은 후배들에게 감독일을 하고 싶다면 먼저 편집을 배울 것을 권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기술적인 면 외에도 그는 장철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장철의 무협영화 전편에 흐르는 우정과 의리, 명예에 대한 것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오우삼이 자신의 갱스터 영화들을 "총을 든 무협영화"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제가 장철에게서 영향을 받았던 것은 그가 액션을 어떻게 촬영하느냐 하는 것보다는 의협심과 감정을 표현하는 그의 거침없는 방식이었습니다. 중국영화는 항상 단조로웠죠. 좀더 표현을 풍부하게, 영화 속에 우리 자신을 좀더 많이 대입시켜야 하는 거에요."

마침내, 감독 데뷔

1973년, 오우삼의 감독 데뷔작인 <철한유정>(鐵漢柔情)은 영화산업에 투자하고 싶어했던 오우삼의 친구 때문에 시작한 영화였습니다. 오우삼과 그의 또 다른 친구는 그 친구를 위해 영화사를 세우고 1973년 독자적으로 <철한유정>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골든하베스트 영화사(Golden Harvest)가 오우삼을 스카웃하면서 이 영화를 같이 사들여 재편집하고 수정작업을 거쳐 1975년에 개봉할 때까지 이 영화는 2년 동안 개봉이 연기되었습니다.

<철한유정>은 당시의 일반적인 쿵푸영화들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영화였습니다. 청일전쟁 당시 무기밀매를 하던 갱들간의 치열한 세력다툼이 이야기의 줄거리인데 엄청난 액션과 놀라운 슬로모션의 사용이 이때부터 "오우삼 스타일"이 성립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오우삼은 <철한유정>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원래는 약간 센티멘탈한 쿵푸영화를 계획했어요. 저예산영화였고 그럭저럭 괜찮은 배우들이긴 했지만 사실 캐스팅도 별로였죠. 어떤 사람들은 저에게 그 영화 괜찮다고 말해줬는데, 불행하게도 홍콩에서는 상영이 금지됐습니다. 너무 폭력적이라는 이유였어요. 사장이었던 내 친구는 완전히 돈을 날릴 뻔 했죠. 그래서 그 친구는 그 영화를 골든하베스트에 팔았는데 뜻밖에도 영화사측에서 영화를 보고 마음에 들어했어요. 그래서 저랑 계약이 된 겁니다."

그래서 그는 겨우 27세의 나이로 홍콩에서 가장 젊은 영화감독이 되었습니다. 당시 홍콩의 감독들은 대부분 적어도 45세 이상이었고, 그들도 최소 15년간은 조감독 생활을 거친 사람들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겨우 1년 반 동안만 조감독 생활을 했던 오우삼을 못미더워하는 사람들이 생긴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믿고 기회를 준 골든하베스트사에 대해 오우삼은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는 1974년부터 골든하베스트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꾸준히 영화를 찍을 수 있었는데 1977년까지는 쿵푸영화를 주로 찍습니다. 여기서 잠깐 1976년 <소림문>(少林門)을 찍을 때의 에피소드 한 도막. 주인공 성룡(成龍)이 발을 너무 세게 차다가 호흡곤란으로 기절하는 바람에 오우삼과 그 스탭들이 너무 놀라 성룡을 소생시키려고 난리가 났었다는군요.

쿵푸에서 코미디로

한편, 1977년 오우삼은 허관영(許冠英)와 함께 그의 첫 코미디물 <발전한>(發錢寒)의 각본을 쓰고 감독을 맡게 됩니다. 이 영화에는 기발한 장면이 몇군데 등장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도기(陶器)공장을 이리저리 헤집고 돌아다니며 싸우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라고 합니다.

이 영화 이후로 오우삼은 주로 코미디영화의 각본과 감독을 맡게 됩니다. 자신의 코미디영화들 중에서 그는 <전작괴>(錢作怪, 1979)를 가장 좋아합니다. 주인공 허관영은 어느날 자신이 6개월 시한부 인생이라는 것과 복권에 당첨됐다는 것을 동시에 알게 됩니다. 그는 자신을 편안히 잠들게 해줄 킬러로 오요한(吳耀漢)을 고용하지만 얼마 뒤 마음이 바뀝니다. 다행스럽게도 오요한은 서투른 킬러였고 이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집니다. 이 영화에서는 클로즈업의 적절한 사용이 돋보입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면을 그려내는 걸 즐기죠. 이 영화는 인간의 서로 반대되는 면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라 할 수 있어요."

<활계시대>(滑稽時代, 1981)는 오우삼이 시네마 시티(Cinema City)에서 찍은 첫 영화입니다. 아직 골든하베스트와의 계약이 만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우삼은 이 영화를 찍을 때 본명을 숨기고 작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이후에 그가 대만에서 만든 두 영화 <소장>(笑匠, 1984)과 <양척로호>(兩隻老虎, 1985) 역시 거듭 흥행에 실패하고 오우삼의 인기는 시들해지기 시작합니다. 80년대 중반까지 그는 점점 쇠락의 길에 접어든 듯 했습니다.

<영웅본색>, 신화가 되어버린 드라마

하지만, 1986년 서극(徐克)이 제작을 맡고 그가 감독한 <영웅본색>이 모든 것을 바꿔놓게 됩니다. 예전에 오우삼은 많은 젊은 영화인들을 도와주곤 했는데, 서극 역시 그때 오우삼에게 도움을 받은 후배입니다. 몇 편의 실험성 짙은 영화로 주목받던 서극이 골든하베스트와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데에는 오우삼의 도움이 컸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류제작자 겸 감독으로 유명해진 서극이 같은 방법으로 오우삼을 도와줍니다. 그의 도움으로 다시 골든하베스트와 계약할 수 있게 된 오우삼은 자신이 오랫동안 꿈꾸어왔던 프로젝트 <영웅본색>의 제작을 서극에게 맡기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홍콩누아르", 서양에서는 "Heroic Bloodshed"라고 알려진 독특한 홍콩 갱스터영화들의 효시가 된 <영웅본색>은 전통적인 무협물의 스토리에 누벨바그(nouvelle vague)적 요소(서로 대립되는 캐릭터의 설정은 그 한 예입니다)와 샘 페킨파의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현란한 폭력 등을 결합해 만든 영화였습니다. <영웅본색>은 1986년 최고의 흥행성적을 거두었고, 주윤발(周潤發), 장국영(張國榮), 적룡(狄龍) 등 출연배우들을 스타덤에 올려놓았습니다. 적룡은 원래 유명한 쿵푸영화배우였는데 무협영화가 시들해지면서 인기가 하락하던 중 <영웅본색>으로 제2의 황금기를 맞게 됩니다. 주윤발 역시 TV 드라마를 통해 그럭저럭 낯익은 B급 배우였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준 우수(憂愁)에 젖은 아웃사이더의 이미지로 단숨에 A급 배우로 도약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무엇보다도 오우삼에게 가장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평범한 무협, 코미디영화감독에서 일류 액션영화감독으로서의 평가를 받게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내재되어있던 예술적 재능을 깨닫게 해주었으니까요.

거듭되는 성공, 서극과의 결별

1987년, <영웅본색 II>의 촬영 도중, 오우삼과 서극의 관계가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서극은 더이상 자신이 제작하는 영화에 오우삼을 감독으로 쓰지 않기로 결심했고, 오우삼이 제출한 <영웅본색 III>, <종횡사해> 프로젝트를 연거푸 반려합니다. 하지만 서극은 베트남을 무대로 하겠다는 오우삼의 <영웅본색 III> 컨셉트를 이용해 자신이 <영웅본색 III>의 감독을 맡겠다고 선언하고, 이로 인해 두 사람은 사실상 완전 결별하게 됩니다. 훗날, 오우삼은 자신이 계획했던 <영웅본색 III>의 컨셉트를 수정하고 보완해 <첩혈가두>(1990)를 찍게 됩니다.

서극과 완전히 결별하기 전, 오우삼은 <영웅본색> 1, 2편의 대히트 이후에 이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어했습니다. 이 프로젝트 역시 회사로부터 거절당했지만, 오우삼이 주연으로 캐스팅하고자 했던 주윤발이 그 역을 강력히 희망했고, 회사측에서도 대스타가 된 주윤발에게 이래라저래라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영화는 가까스로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사의 간섭으로 오우삼의 원래 의도와는 약간 다르게 만들어졌습니다) 이 영화가 바로 오우삼 불후의 명작 <첩혈쌍웅>(1989)입니다.

할리우드 진출

<첩혈쌍웅>의 성공으로 전세계는 오우삼을 주목하게 되고, 할리우드에서는 그에게 할리우드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하게 됩니다. 홍콩에서의 마지막 작품 <첩혈속집>(1992, 원제 <날수신탐>(辣手神探))을 보면 주인공들의 대화 속에서 오우삼이 1997년 반환될 홍콩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할리우드로의 이주를 심각하게 고려 중임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첩혈속집>을 끝으로 오우삼은 할리우드로 이주하고 액션배우 장 끌로드 반담(Jean-Claude Van Damme)과 랜스 헨릭슨(Lance Henriksen)을 앞세워 <하드 타겟>(Hard Target, 1993)으로 본격적인 할리우드 데뷔를 신고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오우삼의 스타일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한 범작(凡作)에 머물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 오우삼은 많은 프로젝트들을 제안받았습니다. 마틴 스콜세즈(Martin Scorsese)와의 공동 프로젝트, 브루스 윌리스(Bruce Willis)와 찍기로 한 액션영화,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와의 프로젝트, 그리고 주윤발과의 첫 할리우드 영화까지... 하지만, 최종적으로 그가 맡은 프로젝트는 존 트래볼타(John Travolta), 크리스찬 슬레이터(Christian Slater), 사만다 마티스(Samantha Mathis) 주연의 <브로큰 애로우>(Broken Arrow, 1995)였습니다.

마침내 3년 후, <브로큰 애로우>가 개봉되었습니다. 이 영화 속의 남자주인공들은 오우삼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전형적인 양웅대립구도의 재현이었습니다만, <하드 타겟>과 마찬가지로 본격적인 오우삼식 영화라고는 말할 수 없는 평범한 할리우드식 액션물이었다고 평가 받습니다. 그렇지만, 흥행에서는 크게 성공하여 오우삼의 입지를 다져주게 됩니다.

더 나은 내일(A Better Tomorrow)을 위하여

1997년, 존 트래볼타, 니콜라스 케이지(Nicholas Cage)가 주연한 그의 세 번째 할리우드 영화 <페이스/오프>가 개봉되었습니다. 이 영화에 이르러서야 오우삼의 스타일은 제자리를 찾은 듯 보입니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흥행에도 크게 성공했습니다. 1997년 여름, 이 영화의 홍보를 위해 오우삼 감독은 우리나라를 방한하기도 했습니다.

<페이스/오프>의 성공을 전후해 그는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합니다. 3인조 미술품 절도단의 이야기를 그린 자신의 코믹액션물 <종횡사해>(1991)의 TV판 리메이크 <오우삼의 신 종횡사해>(원제 John Woo's Once A Thief, 1996), 돌프 룬드그렌(Dolph Lundgren) 주연의 또다른 TV 씨리즈 <블랙잭>(Black Jack, 1998), 주윤발의 할리우드 데뷔작 <리플레이스먼트 킬러>(The Replacement Killers, 1998), 호나우도를 비롯한 브라질 축구대표팀을 모델로 한 나이키(Nike)사 CF 등... 이제 그의 이름은 할리우드 내에서도 성공을 향한 보증수표처럼 여겨지고 있는 듯 합니다.

최근 그는 2000년 6월 17일 <미션 임파서블 2>의 한국개봉에 맞추어 6월 3일 주연배우 톰 크루즈와 함께 두번째로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편에 이어 제작까지 겸한 톰 크루즈는 "브라이언 드 팔마의 전편과 오우삼의 2편은 완전히 다른 영화다. 오 감독은 2편 제작에 난색을 표했지만 '전혀 다른 영화를 만들자'고 설득했다"며 "<영웅본색>, <첩혈가두> 등을 보면서 오 감독을 존경하게 됐고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며 오우삼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스포트라이트는 톰 크루즈쪽에 집중된 감이 없지 않았지만 이튿날인 4일 오전 출국할 때까지 오우삼 역시 톰 크루즈라는 톱스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할리우드에서 완벽하게 입지를 굳힌 인기감독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혹자는 그의 영화들이 지나치게 감상주의적이고 "겉멋"에 사로잡혀있으며 폭력을 미화한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페이스/오프> 정도를 제외한다면 그의 할리우드 참여작들은 그의 예전작품들과는 어딘가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영웅본색> 연작들과 <첩혈쌍웅>으로 소위 "홍콩누아르" 붐을 몰고 온 역량있는 액션감독으로서, 할리우드로 스카웃 되어 전세계를 상대로 한 영화를 찍게 된 최초의 중국계 감독으로서 오우삼이라는 이름과 그의 작품세계가 가지는 위상은 결코 무시될 수 없을 것입니다.

원본: The Criterion LD [The Killer]
번역/편집: 윤현중 Hyun-Joong, Yoon
출처: http://www.johnwoo.pe.kr/abt

<윈드토커> 오우삼 인터뷰 - 라인지기 (2002/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