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카모토 신야의 작품은 60년대적이다. 오시이 마모루나 오토모 가쓰히로처럼, 쓰카모토 신야의 작품에는 거대 시스템에 대한 부정과 공격 그리고 때로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비대해지는 증오가 마구 뒤엉켜 있다. 그런데 증오와 폭력이 꿈틀거리는 그의 영화와는 달리, 쓰카모토 신야의 인생역정은 꽤 즐거워 보인다. 60년 도쿄에서 태어난 쓰카모토 신야는, 도쿄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왔다. 어린 시절에는 곳곳에 있었던 녹지가 고층건물에 침식되는 과정을 봐왔고, 조그맣던 건물들이 쓰카모토의 성장과 ‘자라는’ 광경도 목격했다. 쓰카모토 신야의 영화가 ‘도시화’에 대해 애증의 감정을 교차시키는 것은 당연한 발로다. “빌딩과 도시에 묘한 친숙함이 있다. 부모에게 친숙함을 갖는 것처럼. 그러나 동시에 압박감과 두려움을 갖는다.” 산업디자이너였던 아버지는 카메라나 영상에도 관심이 많아서 중학생이던 그에게 카메라를 사줬다. 처음 만든 영화는 74년 만든 단편 <원시상>. 고등학교 때에는 그림을 그렸고, 한편으론 영화도 계속 만들었다. 쓰카모토의 미술적 재능은 그의 영화를 시각적으로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줬다. 일본 대학 시절에는 연극에 관심을 가졌고 각본, 연출, 연기 등 다방면으로 활동했다. 쓰카모토 신야는 대학 시절까지 영화 만들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차곡차곡 쌓아나갔다.

대학을 졸업한 82년에는 의외로, CM 광고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직장생활은 단 4년뿐. 86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해수 시어터’란 극단을 만들어 세편의 연극을 제작한다. 언제나처럼 각본, 연출, 연기를 병행했다. 그러면서 87년에는 근미래를 무대로 한 <전봇대 소년의 모험>을 만들었다. 89년의 <철남>이 일본과 해외에서 호평받으면서, 쓰카모토 신야는 쇼치쿠에서 <히루코/요괴 헌터>를 만든다. 학교 아래에서 고대의 괴인 히루코를 봉한 고분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모험극이다. 다시 자주제작 방식으로 만든 <철남2>(1991)는 몬트리올, 시체스 등 8개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다시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쓰카모토 신야는 4년간 MTV저팬에서 단편을 만들며 제작비를 모으고, 다케나카 나오토의 <119>, 하야시 가이조의 <내 인생 최악의 때> 등에 배우로 출연하며 충전을 한다. 그의 작품목록은 각각 96년, 98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된 <도쿄의 주먹><총알발레>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