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우의 영화 바로보기 #1

기타노와 이창동의 차이 그 첫번째 - 작가와 코메디언,그 둘의 교집합에 대한 탐구

'박하사탕'의 영호는 1999년 어느 화창한 봄 야유회에서 죽음을 기다린다.철길위에서의 클로즈업된 그의 모습에서 인생에 대한 고뇌와 세상에 대한 원망 그리고 갖은 세상 풍파를 겪고 자신을 포기하는 영호의 얼굴에서 누구나 그것을 읽을수 있다.그것,바로 산다는것,그리고 죽는다는 것.그 차이라는 것은 무엇일까하는 질문.그 지극히 근원적이며 비극적인 질문앞에 영호는 자신의 생명을 버리면서까지 철길위에서 물음을 내던지고 해답을 찾으려 한다.그 근원적 문제는 바로 '인간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정의에 대한 의구심으로부터 뿌리를 두고 있음이리라.만약 인간답게 살지 못할바에야 죽는것이 오히려 더 인간적일것이라는 영호가 맞아야하는 역설적인 현실속에서 관객은 고민하며 자신을 반추하게 된다.

<소나티네> 역시 이러한 박하사탕과 동일선로에 있다.즉 주인공 무라카와는 박하사탕의 영호와 동일한 인물이다.살인을 업(業)으로 삼아야하며 그 업이 자신을 인간다운 삶을 영위시키지 못하게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애초부터 인지했고 그러기에 그는 이미 현실에서의 인간다움을 포기했다.사람을 죽이는 일쯤은 이제 그의 가슴에 어떠한 동요를 느끼지 못했고 그에게 남은것은 현실에 대한 포기후에 있을 또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뿐이다.그것은 흡사 코메디언이었던 기타노가 웃음이 있는 삶과 없는 삶에 대한 자신의 직업적인 노하우에서 나온 삶과 죽음에 대한 유추적 성찰이었음이라.웃는다는 것과 그 웃음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야하는 자신의 처지에서 죽음과 산다는것에 대한 궁극적 의구심에 도달하였음이리라.

그러나 이창동의 그것은 작가로서의 끊임없고 줄기찬 문제제기 의식속에서 나오는 하나의 작품이었을 것이다.


기타노와 이창동의 차이 그 두번째 - 이창동은 시간을,기타노는 공간을 다룬다

<소나티네>의 무라카와가 꿈꾸는 이상향은 다른곳이 아니다.바로 다시 동심으로 태어난다는 것.<환생>.기타노가 항상 그의 영화에서 향했던 곳이 어머니의 품인 '바다'였고 그는 어린아이같이 그의 어머니가 보는 앞뜰에서 즐겁게 뛰놀았다.자식이 어떠한 잘못을 하더라도 그것을 감싸줄수 있는 어머니와 같은 그곳.바로 그곳으로 돌아가고자 하는것은 자신이 어릴적 시절 아버지를 죽였을만큼 처절하게 잔인해진 그의 본성을 치유할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다.즉 기타노가 보여주는 '바다'는 바로 <박하사탕>에서의 영호가 스무살때 놀러왔던 그 강변가와 동일한 장소가 된다.

영호가 과거를 거슬러올라가는 과정의 종착역은 결국 그가 가장 인간다웠던 시절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 미치도록 기뻤던 시절,그리고 '순수'를 느끼면서 자신이 '인간다움'을 느끼게 된 소풍이다.무라까와 역시 그러하다.야쿠자로 살면서 찌들고 살인을 일상으로 여겨야 하는 비인간적인 40평생의 일상속에서 몇일이나마 '순수'로 돌아갈수 있었던 바다에서의 유희야 말로 그가 가장 인간다움을 맛볼수 있었던 순간이다.그러기에 그의 영화에서 항상 기타노는 찌들고 병든 과거를 의미하는 도시를 저버리고 항상 '바다'라는 공간을 지향하며 앞으로 간다.

그러나 이창동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기타노와 이창동의 차이 그 세번째 - 선비 이창동, 무사 기타노

기타노와 이창동이 시공간을 다루는 방식의 차이는 염연히 존재한다.하지만 굳이 평가하자면 이창동이 현재에 대한 삶에 대한 반추를 '백투더 패스트'라는 기차를 대여하면서까지 태우고 그것도 모자라서 친절하고 차근차근하게 관객들에게 설명해주고 있다.우리는 그 열차를 타고 기장인 이창동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우리가 이렇게 까진 끌고온 과거의 업보를 천천히 보면서 너무나 서글퍼져서 눈물이 나온다.

이에 비해 기타노는 열차를 태우는 수고는 커녕 관객에게 무자비하게 '총질'을 해댄다. 기타노가 말하는 방식은 관객들에게 영화 상영중에 일절의 생각할 여지조차 주지않는다.찌든 현실에서 아직도 '순수'로 쉽사리 가지 못하는 관객들에게 조인트를 까고 마구 총질을 헤대며 우리를 그길로(바다) 인도하는 불친절한 아니 무례한 방식을 쓰고 있다.하지만 얼핏 보기에는 다르지만 어찌보면 역설적으로 기타노가 화자로서의 역할에서는 더욱 친절하다고 생각할수도 있다.왜냐하면 관객이 쓸데없이 빠져나갈 틈을 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그만큼 그의 확고한 가치관을 엿볼수 있는 점이기도 하다.)무라까와의 그 생각없는 듯한 총질은 '살인'이라는 도덕적 사회적 의미를 떠난지 오래이다.그것은 단지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떠나서 인간의 본연의 존재의 의미를 희구하는 수단으로 넘어버린 것이다.

그 이유를 기타노는 그것을 너무도 단순하게 말해준다.리볼버를 돌리면서 러시안 룰렛을 즐겨도,불꽃놀이를 하면서도 총을 아무렇지도 않게 쏘아대는것도,사람을 매달아서 물속에 빠뜨려 익사를 시켜도 무덤덤한 것등의 일련의 죽음과 삶에 대한 경계를 일부러 무너뜨리려하는 무라까와의 모습에서 우리는 비로소 우리의 삶에 대해 반성할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된다.이러한 면에서 기타노는 자신이 모든 짐을 떠맡으며 관객에게는 일종의 안도감을 준다.

그러나 이창동은 관객과 같이 이 사실을 즐기고 또 슬퍼한다.


기타노와 이창동의 차이 그 네번째 - 마지막 시퀀스,영호는 울고 무라까와는 자살한다.

마지막 시퀀스의 영호가 우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도 자신이 살아있음을 그리고 존재했음을 느끼면서 미치도록 기뻤기 때문이이라.그가 살아있다는 현실,그리고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할수 있다는 인간 본연의 감정에 대한 인지,그리고 사람들안에서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지극히 기본적이면서도 필수적인 존재감을 획득했기 때문이다.이창동은 관객들이 그제서야 영호 자신임을 알리게 하고 관객들은 그 슬프고 기나긴 여정에서 순수를 찾고 눈물을 흘리는 영호가 자신임을 비로소 깨닫게된다.

하지만 기타노는 최후까지 우리를 인도하며 그가 얻어 쟁취한 자유를 결국 관객에게 넘겨준다.9이러한 표현을 쓸수밖에 없는 것은 그의 무사적 기질이 다분했음에 기인한다.)인간적인 고통과 번뇌는 그가 도맡았다.그가 모든 자신의 작업을 마치고 사랑하는 연인을 두고있는 바다 앞에서 그리고 포근한 머니가 그를 기다리는 바다앞에서 의연히 자살하는 까닭은 바로 관객에 대한 감독의 배려이자 의도이다.기타노는 이점에서 예수와 같다고 볼수 있다.'모든 짐진 자들이여 다 내게로 오라'하면서 자신이 십자가를 선뜻지고 있는 기타노의 모습에서 그점을 읽을수 있다.차안에서 마지막 자살할때의 그 흐뭇한 만족감과 행복에 젖은채 총구를 들이대는 그의 모습은 아마도 생각건데 예수의 마지막 모습과 동일한 적어도 유사한 모습이었으리라.

그러나 이창동은 에수 컴플렉스에 얽매이지 않고 관객과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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