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영화 너무 잘 봤습니다! 임상수 감독님의 다른 영화들도 좋아하지만 저는 그 영화들 중 '돈의 맛'이 가장 가슴깊게 와 닿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정리하던 중 궁금한 점이 있어 이렇게 질문드릴 길을 찾게 되었습니다. 두 가지 질문과 나머지는 영화에 대한 저의 감상입니다. 감상은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질문 만큼은 읽으시고 아래 이메일로 답장을 주신다면 너무나도 감사하겠습니다.

질문1
거의 마지막 장면에서 에바가 눈을 번쩍 뜨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질문2
저는 대학생입니다. 저 스스로에 대한 개인적인 돈의 맛이 아닌 대중적인 대학생의 돈의 맛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명품, 도박, 게임 등 지금의 대학생은 돈의 맛에 저도 모르게 중독될 수밖에 없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무슨 맛인지도 모른 채 돈의 맛에 중독되어 있는 이 시대의 대학생이 돈의 문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지 ‘돈의 맛’을 멋지게 제작하신 임상수 감독님께 묻고 싶습니다.


질문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rabit357@naver.com



감상
돈의 맛

사랑, 부, 명예, 섹스, 성공 등으로 부터 오는 모든 환희는 그 끝이 동일할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속에서는 그렇다. 그 환희의 절정을 갈망하는 것이 삶 속 모든 행동의 근원이며, 그 환희를 느끼게 하는 뇌 속 위치는 정해져있다. 하지만 ‘돈의 맛’속의 영작은 달랐다. 그는 환희로 가는 지름길을 뻥 차버리고 부 속에서 벗어난다. 물론 영작도 초지일관으로 돈을 거부하진 않았다. 처음엔 따로 돈을 챙겨두라는 윤회장의 말에도 돈을 차분하게 내려놓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영작은 돈들을 허겁지겁 챙기기 시작한다. 이러한 영작의 변화는 그의 넥타이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남색, 검은색과 같은 어두운 색의 넥타이는 장실장이 ‘돈의 맛’을 느끼면서 점점 화려하게 그 색이 변하고 절정에 다라서는 금색 넥타이를 매고 나온다. 하지만 그 넥타이가 다시 어두워지고 심지어 옷에서 넥타이가 사라지게끔 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사모님, 금옥과의 섹스다. 이로 인해 그는 비로소 돈에 대한 강한 모욕감을 느낀다. 그의 목에서 넥타이는 더 이상 사라지고 없다.
“모욕이야.” 부의 원천이던 자신의 집을 나서며 윤회장이 영작에게 자조적으로 내뱉는 말이다. 영작 또한 윤회장과 마찬가지다. 그 또한 돈으로 인해 자존감에 ‘모욕’을 받았기 때문에 돈을 거부하고 저택에서 나온다. 윤회장과 영작이 다른 점은 한 가지다. 윤회장은 영작에 비해 더 오랫동안 돈에 중독되어 있었다는 점. 그렇다면 베르나르의 ‘뇌’와는 달리 모든 환희의 끝이 같지 않다는 말이 된다. 영작의 환희는 적어도 돈이 아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