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친구들과 어울려 〈귀여운 여인〉을 본지가 벌써 10년전 추억이 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아직도 줄리아 로버츠 이야기냐?'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녀의 풋풋한 미소에 반해 잡지를 뒤적거리며 잠 못 이루던 추억을 간직한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줄리아 로버츠'는 정확히 10년전 〈귀여운 여인〉으로 우리에게 알려졌다. 세상물정 모르는 백치같은 얼굴을 하고 시원하게 웃던 이 귀여운 창녀에게 사람들은 한눈에 반했고 지금은 헐리웃 최고의 개런티를 받는 스타가 됐다.

유난히 큰 입과 긴 다리가 특징인 '줄리아 로버츠'는 67년 미국 조지아주 스미르나에서 태어났다. 부모가 연기학원을 경영했고 오빠 '에릭 로버츠'는 일찌감치 배우의 길을 걷고 있었다. 이런 집안 분위기 덕분에 그녀가 연기자의 길을 택한건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그녀의 출연한 첫번째 출연작은 〈블러드 레드〉. 오빠 '에릭 로버츠'의 상대역으로 출연했지만 그녀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후 〈미스틱 피자〉로 주목 받았고 '셜리 멕클레인', '샐리 필드', '돌리 파튼' 등 쟁쟁한 스타들과 함께 출연했던 〈철목련〉으로 입지를 굳혔다.

그녀를 순식간에 세계적 스타로 만든 작품이자 대표작은 '게리 마샬' 감독의 〈귀여운 여인〉. 이 영화를 통해 남부럽지 않은 성공을 이뤘지만 〈귀여운 여인〉의 한계를 한 동안 벗어나지 못했다.(성공엔 항상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

백혈병으로 죽어 가는 남자를 끝까지 사랑하는 여인의 〈사랑을 위하여〉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실패한 프로젝트 〈후크〉의 팅커벨, 〈아이 러브 트러블〉의 전문직 여성, 심지어 〈메리 라일리〉에선 하녀 역까지 선보이며 변신을 시도했지만 팬들의 반응이 냉담했다. 실패의 원인으론 형편없는 연기도 한 몫 했지만 그 보다 작품의 성격과 영 맞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귀여운 여인〉의 이미지가 강했던 것. 뿐만 아니라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은 '맥 라이언'에게,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산드라 블록'에게, 그리고 〈투 다이 포〉는 '니콜 키드만'에게 뺏김으로서 점차 헐리웃 중심부에서 멀어져 갔다.

하지만 지난해 〈노팅 힐〉과 〈런어웨이 브라이드〉, 두 편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그간의 부진을 한 방에 만회했다.(말 그대로 대박!) 한 배우의 출연작 두 편이, 그것도 비슷한 장르의 영화가 같은 시즌에 나란히 개봉하는 것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우려를 표명했지만 정작 그녀는 별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난 그저 두 편의 뛰어난 시나리오를 읽었던 건데, 우연히 두 편 모두 로맨틱 코미디였다. 〈노팅 힐〉은 일생 동안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일에 관한 매력적인 이야기라 맘에 들었고 '게리 마셜', '리처드 기어'와 재회할 수 있었던 〈런어웨이 브라이드〉는 내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영화였다."

두 편의 연타석 홈런으로 그녀의 출연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에린 브로코비치〉에선 무려 2천만 달러의 출연료를 받았다. 이는 여자배우중 역대 최고. "받는 만큼 열심히 일할 수 있어요. 여자와 남자라는 차이 때문에 출연료에 차이가 난다는 건 말도 안 되죠. '마이클 더글러스'가 얼마 받는지 몰라요. 어쨌건 누구라도 고생한 만큼 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내 친구 '수잔 서랜든'을 보세요. 그렇게 쉴 틈 없이 일하는데도 일한 만큼 벌지 못하잖아요." 그녀는 일한 만큼 제 몫은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진짜 프로다.

출연료도 최고지만 스캔들도 남부럽지(?) 않다. 유명세에 자유분방한 생활까지 곁들여져 그는 늘 언론의 단골 표적이 됐다. '키퍼 서덜랜드', '제이슨 패트릭', '리암 리슨', '딜란 맥더못', '에단 호크', '벤자민 브래트'... 끝간데 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던 남성편력도 가수 '라일 로베트'와 결혼해 잠시 멈추는가 싶더니 끝내 헤어지고 말았다. 언론이 가만 놔 둘리 없었다. 때문에 거의 혐오에 가까울 만큼 언론에 염증을 느낀다고 한다. 어쩌면 그녀는 평범한 사랑을 원했던 〈노팅 힐〉의 '안나'를 꿈꿨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 2천만달러짜리 평범한 인간은 없다.

스무편이 넘는 필모그래피를 이어가면서 '줄리아 로버츠'가 거쳐간 직업은 다양하다. 잘 나가는 헐리웃 영화배우, 웨이트리스, 창녀, 의대생, 간호원, 혁명가의 애인... 그만큼 다양한 장르, 다양한 영화에 출연했다. 하지만 배역의 폭이 넓다고 해서 아무도 그녀를 연기파 배우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 만큼 한정된 이미지를 지녔다는 말이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에 관해선 아무도 그녀를 따라올 수 없다. 그녀만큼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이라는 수식어가 딱 어울리는 배우도 드물기 때문이다. 이제 성공한지 10년이 지났다. 앞으로 '줄리아 로버츠'가 어떤 변신을 시도할지는 모르겠지만 로맨틱 코미디 영화만큼은 당분간 그 누구도 그녀의 자리를 넘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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