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은 미국에서 몇 안되게 살아남은 포스트 스튜디오 시대의 작가이다. 61년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데뷔, 그리니치 빌리지의 클럽 거리에서 유명 인사가 되었다. 그리고 65년 우디 앨런은 클라이브 도너의 풍자극 <고양이에게 무슨 일이?>에 시나리오를 쓰고 배우로도 데뷔했다. 이후 일본 스파이 영화를 각본을 무시하고 재편집해 자신이 직접 쓴 영어대사로 더빙한 이상한 데뷔작 <타이거 릴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를 발표했다. <007카지노 로얄>에서도 각본을 쓰고 출연한 우디 앨런은 66년 <그 물을 마시지 마라>라는 연극을 브로드웨이에서 상연하였고, 69년 CBS TV 스페셜 프로그램으로 두 편의 단편을 찍었다. 바로 채플린의 <시티 라이트>를 패러디 한 <큐피트의 화살>과 우디 앨렌 자신이 유태교 랍비로 출연한 <피그 말리온>이다. 이때부터 우디 앨런은 독특하고도 성공적인 자신만의 영화 만들기로 접어들게 된다.

직접 감독한 데뷔작이자 가짜 다큐멘터리인 <돈을 갖고 튀어라>는 갱스터 영화를 신랄하게 비꼬며 흉내내는 작품으로 느슨한 구조 위에 특유의 "원 쇼트-원 개그" 스타일의 시작을 보여준다. 유태계 뉴요커가 산 마르코스로 가서 난데없이 대통령이 되는 된다는 <바나나 공화국>은 정치와 매스미디어에 관한 풍자극으로 <전함 포템킨>의 오뎃사 계단 시퀀스가 패러디 되며 <당신이 섹스에 관해 알고 싶은 모든 것>은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섹스 매뉴얼 제목을 인용해 만들었다. 72에 우디 앨런은 허버트 로스의 <카사블랑카>를 교묘히 패러디 한 허버트 로스의 <계속 연주해, 샘>에 출연한다.

73년 <슬리퍼>는 그리니치 빌리지의 재즈 뮤지션이자 건강식품 가게의 주인인 주인공이 냉동인간이 되었다가 눈을 떠보니 미래세계에 있더라는 황당무계한 코미디 영화이다. 1977년 <애니 홀>을 만들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다. 여전히 코미디이지만 이 작품은 극중 우디 앨런 자신이 카메라를 향해 말을 하는 등 보다 철학적인 내러티브 장치를 시도하며 감독/시나리오 작가/배우인 자신이 경험을 통해 어떤 방법으로 주제와 문제의식에 다가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애니 홀>에서 우디 앨런의 페르소나는 그 당시 자기 자신의 실제적 삶의 모습을 반영한다. 여러 면에서 <애니 홀>은 우디 앨런 영화의 정수라 부를 만한 유쾌한 풍자 속에 담긴 개인적이고도 사려 깊은 성찰이 빛나는 작품이며 그 해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수상했지만 고소공포증을 이유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우디 앨런이 광적으로 좋아하는 조지 거쉰의 음악과 배우들의 앙상블이 만난 흑백영화 <맨하탄>은 자전적이고 로맨틱한 코미디 작품이다. 90년대에 들어선 우디 앨런은 훨씬 자유롭게 이전의 영화들과 자기 자신, 영화의 역사와 코미디가 창출하는 의미구조의 스펙트럼을 안팎으로 넘나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디 앨런의 부부일기>는 마치 다큐멘터리 같은 네 인물의 인터뷰로 이루어져 그 자신이 웃음거리가 된 '순이 스캔들' 에 대한 안과 밖의 해설서처럼 만들어졌고, <맨하탄 미스테리>는 히치콕의 <현기증>과 <이창>에서 비롯된 기본 구조 위에 오손 웰즈의 시각적 스타일을 빌려 왔으며 <브로드웨이를 쏴라>는 1920년대 브로드웨이를 무대로 갱스터 무비와 코미디를 섞으면서 마지막 순간 예술이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며 허를 찌르는 노회함을 보여준다.

그리스 원형비극의 구조로부터 도덕과 성에 대한 코미디를 재창조한 <마이티 아프로디테>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호평 받았고, 헐리우드 스타들을 대거 캐스팅 한 뮤지컬 코미디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 이후 최신작 <헨리를 파괴하기>는 그 해 깐느에 초대되었다. 우디 앨런은 자신이 사랑하는 뉴욕에서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찍는 프라이버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일관된 세계를 그려왔다. 그는 코미디의 형이상학자이며, 뉴욕이란 공간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내면을 성찰하는 철학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