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그리고 둘>에서 인생의 정점에 오른 듯하지만 왠지 허무한 공복감에 시달리는 NJ는 에드워드 양(53)의 페르소나다. NJ는 중년의 컴퓨터회사 간부로 인생이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느낀다. 이는 에드워드 양 의 실제 이력과 닮은 구석이 있다.
그는 NJ처럼 대만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뒤 미국에서 마이크로컴퓨터 및 시스템 디자이너로 7년간 일한 엔지니어다. 뒤늦게 영화가 하고 싶어 USC에 들어갔으나 한 학기 만에 뛰쳐나왔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들이 이론과 모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러다 어느 날 뉴저먼시네마를 이끈 독일감독 베르너 헤어쪼크의 <아귀레, 신의 분노>를 보고 그를 정신적 스승으로 삼고 영화 만들기를 시작했다.
81년 대만으로 돌아와 영화계에 뛰어든 그는 83년 <해탄적일천>으로 주목받으며 후 시아오시엔과 함께 '대만 뉴웨이브'를 이끌었다. 할리우드와 홍콩을 본뜬 상투적인 영화에서 벗어나 포스트식민주의 세대들의 현실에 대한 자각과 성찰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 흐름은 대만의 영화 제작을 축소시키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았다.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뉴웨이브 이후 제작자들이 점차 손을 떼면서 이들 감독이 국내 자본만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기란 불가능해졌다"며 "다만 차이 밍량, 린천솅 등이 대만의 역사적 사실과 자신 의 개인사를 같이 담았던 선배 세대와 달리 젊은이들에게 좀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전혀 다른 스타일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양은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으로 후 시아오시엔의 <비정성시>와 더불어 뉴웨이브의 최고 성과를 남겼으나, 이후 <독립시대>(1833)와 <마종>(1996)에서 난해한 실험에 몰두해 침잠하는 듯했다. 그러다 올해 <하나 그리고 둘>로 대만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거장으로 다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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