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의 저주, 혹은 염사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 실로 많은 후편들이 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의 증식 이후 한국, 미국에서 차례로 그 번식은 계속되었다.

<링 0 - 버스데이>(이하 <링0>)는 그 번식의 마지막 종이라고 밝히는 듯 하지만 끝 장면을 보면 <링>의 분열은 끝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물 안에서의 사다코의 절규, 그것은 머지 않아 죽음이 다가올 이의 소리이기에 한없이 소름끼친다. 그렇게 끝나기에 영화의 공포감은 받아들이는 이의 상상력만큼 깊어진다.

<링0>에서의 주목 대상은 역시 사다코다. <링0>는 저주의 출발점인 사다코의 젊은 시절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링0>는 <링>의 전사(前史)이다. <링>을 비롯한 이후의 이야기가 대부분 저주의 기운이 서린 데 반해 <링0>는 슬픔의 정서가 많이 배어난다. 왜냐면 사다코는 평범하고자 한 여자였지만 지닌 비범함으로 인해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고 결국 죽임을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영화는 사다코가 왜 우물에서 발견될 수밖에 없었는가를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저주의 근원을 차근히 밝히는 <링0>는 그래서 공포물 보다는 휴먼 드라마 성격이 짙다.

영화의 중추적 역할인 사다코 캐스팅은 합격점이다. 사다코가 청순한 미인이라는 점은 그녀에 대한 사연을 깊이 있게 듣게 만들며 동정을 산다. 무엇보다 관절을 뒤틀며 걷는 사다코의 걸음마는 제대로다. 이를 연기한 청순하고 늘씬한 나카마 유키에(Yukie Nakama)는 안노 히데야키가 만든 감각적 원조교제 영화 <러브 앤 팝>에 출연한 바 있는데, 남성들을 빨아들이는 마력을 갖고 있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든다.

그 때문에 보지 않았으면 좋을 <링0>의 끝 장면까지 보고야 말게 된다. 사다코가 우물 속에서 절규한다. 그리고 손톱으로 벽을 긁는다. 영화는 여기가 끝이지만 이내 상상력은 작동되고야 만다. 그녀의 육신은 차츰 뭉크의 그림 [절규]에 나오는 사람처럼 일그러져 갈 것이다. 그리고 기어오르려 벽을 긁다긁다 손톱도 다 빠지겠지. 으, <링0>는 이런 식으로 우리에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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