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여자, 그녀의 외도, 단란한 가정, 두 세계를 오가며 주도면밀하게 자신의 이중생활을 꾸려 가는 이 여자의 이야기는 사실상 영화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오프닝 자막에 연이어 하얀 화면에 등장하는 두 손의 교차는 심상치 않은 고다르의 영화를 예감하게 하고 결국 마지막까지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고다르의 철저한 계산 하에 정밀하게 짜여진 형식은 오히려 내용을 넘어선다. 고다르의 초기영화를 특징지웠던 전형적인 콜라주 스타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임의로 몇 개의 장으로 나뉘어 영화 안팎을 오가며 온갖 텍스트를 인용하는 인터뷰, 짧은 구문으로 세분화된 맥락을 알 수 없는 나래이션, 조각조각 찢어놓고 이어 붙인 인체의 단편들을 조합해낸다. 깊이감 없는 평평한 화면에 파편화된 이미지들은 관객을 매료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것은 기존 영화의 구성방식을 한 번 뒤집고 그로 인해 생성된 열린 공간에 눈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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