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식과 자기애의 과잉(혹은 정열)이 보여주는 약간은 혼란스러운 극히 사적인 이미지들에서, 명확하지는 않지만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통찰과 지적인 고양과 시적인 향기를 느낀다면, 그 이미지들은 위장된 진실을 앞세우는 리얼리즘과 내러티브가 말하는 대중성이라는 것보다 더 보편적인 강렬함을 줄 수 있다. 이 영화는 뭔가 아주 사적이며 공격적인 태도로 일관된, 전혀 극적이지 않은―그래서 더더욱 극적인―이미지들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비선형적이고 총체적인 감상을 요구한다. 데릭 저먼은 훌륭한 정원사다. 에이즈 양성으로 진단 받은 데릭 저먼은 핵발전소가 있는 섬 덩게니스로 집을 옮겼다. 방 두 개 짜리 오두막집인 프로스펙트 코티지는 그 바깥세계 즉 섬전체가 돌과 널판지, 기이하게 보이는 식물 등 파도에 떠밀려 온 것들로 꾸며진 정원이었다. 영화는 황량한 정원의 이미지와 자신의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예수 이미지(에이즈가 깊어진 상태에서 영화를 찍었던 데릭 저먼은 죽음에 직면한 게이 주인공과 예수를 겹쳐 놓는다)가 조합되어 있다. 일기처럼 마구 흩어놓은 이 이미지들은 보는 사람이 재구성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주고 볼 때마다 새로움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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