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rry의 영화읽기 #9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 대해 얘기하면서 장황한 논설은 어쩌면 가장 안 어울리는 수식어가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단촐한 매체로 찍은 소박한 삶의 기록에 대한 올바른 느낌이 아니다. 그 자신이 열성적인 음악 매니아인 빔 밴더스는 쿠바 뮤지션들의 음악적 성과를 다큐멘타리에 담기 위해서 쿠바를 방문한다. 그러나, 노익장 뮤지션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은 그들의 삶과는 구분되어져 담아질 수 없다. 그들의 음악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우러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맴버들의 삶의 모습들이 수더분하게 보여지는 영화의 진행은 그들의 실제 연주장면과 함께 그들이 살아온 삶을 이룬다. 카메라 앞에서 편안하게 자신의 삶을 털어놓는 인터뷰장면은 그들의 음악에 묻어 있는 삶의 손자국들을 드러낸다. 빔 밴더스는 뮤지션의 삶을 다루려하기보다는 쿠바에서 살아온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담아낸다. 음악은 그들이 말하는 자신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선댄스에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공개되었을 때, 그들의 음악은 이미 대중에게 알려져 있었다. 사실상, 밴더스의 작품 기획은 MTV에서 제작하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에 대한 작품 기획과 별 다르지 않다. 그는 쿠바의 뮤지션들에 대한 다큐멘타리를 찍기 위해 하바나에 갔으며, 그들의 공연모습을 연주일정에 맞추어 찍는다. 스테이지 뒤에서의 뮤지션들의 모습 또한 꼭 담아두어야 할 모습들이다. 따라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서 밴더스의 기교적인 지문을 찾아내려고 한다면, 그것은 주름투성이의 늙은 쿠바 뮤지션들에 대한 모욕이 될 수도 있다. 이 영화에서 느껴야 하는 것은 밴더스의 카메라가 아니라, 벤더스이 시선이 머무는 곳이며, 그곳에서 스스로를 드러내는 삶이다. 다큐멘타리 작업에 있어서 가장 힘든 점은 대상이 자신을 스스로 드러낼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카메라에 담아내는 대상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가 있어야만 한다. 변영주 감독이 <숨결>에서 보여주는 그 감동적인 장면은 결코 우연으로 담아진 것이 아니다. 다큐멘타리 작업에서 우연이란 없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어쩌면 밴더스 자신에 대한 영화인지도 모른다. 라이 쿠더가 이끄는 노익장 뮤지션들의 음악은 작곡되어진 것이 아니라 연주되어지는 것이다. 그들의 목소리와 손에 들려진 악기가 스스로 노래한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촬영하는 밴더스에게 주어진 카메라는 뮤지션들에게 주어진 악기와 같다. 그들은 음악 스튜디오에서, 촬영 대상앞에서, 자연스레 연주를 하고 촬영을 한다. 다큐멘타리 작업에서 연출자의 시선은 곧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반영이다. 자신의 삶을 통해서 깊이 있는 통찰력을 길러온 사람이 아니라면, 그래서 카메라 앞에 서 있는 대상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결코 훌륭한 다큐멘타리를 만들 수 없다. 그는 쿠바 뮤지션의 음악과 삶과 쿠바인들의 모습을 담아내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감성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변영주 감독만이 <숨결>을 만들어낼 수 있었듯이, 빔 밴더스만이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만들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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