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동안 극장에서 영화를 꽤 본 편이다. 아마도 흥행작이나 기대작이라 이름 붙은 영화들은 다 극장에서 본 것 같다.
( 뭐, 그러고 보니 다는 아닌 것 같군....--;; )

어쨌든 최악이었던 작년 여름과 달리 이번 겨울엔 그럭저럭 탁군의 마음에 드는 영화들이 많이 나왔다.

반지의 제왕을 필두로, 공공의 적과 블랙 호크 다운....사실 블랙 호크 다운은 정말 맘에 안 드는 뭐같은 영화였지만, 마지막으로 선택된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주위의 썰렁한 반응과 달리 상당히 괜찮은 영화였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이 영화는 최근 한국 오락영화의 한 경향이라고 할 수 있는 '블럭버스터' 라는 단어를 달고 나온 액션영화다.

총 제작비 45억원에 일본 로케촬영도 있고, 장동건이라는 톱스타와 나카무라 토루라는 일본 배우, 그리고 많은 돈을 쏟아부었음에 틀림없는 특수효과등이 영화를 '블럭버스터'적이게 보이는 요소들이다.

그리고 영화는 딱 이 정도의 액션영화에서 보여 줄 수 있는 재미만큼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쉬리' 이후로 딱총에서 벗어난 총격전은 적당히 멋있고, 후반부에 나오는 타임 워프 장면도 예전 '퇴마록'의 튀던 특수효과들에 비하면 영화 안에 잘 녹아 들어 있는 편이다.

가상역사라는 소재를 풀어내기 위해 타임머신이라는 SF 적 요소를 끌어들인 것이 유치하다라는 평가를 많이 받는 것 같지만 탁군의 경우엔 이미 다 각오하고 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리 눈에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다.

( 그렇다고는 해도 역시 비틀린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시간여행을 한다는 설정은 조금 아쉽기는 하다. 비틀린 역사 안에서 음모론을 파헤치는 정통 액션 스릴러였다면....하긴 그렇다면 굳이 가상역사를 끌어들일 이유는 없었겠지. )

한 마디로 말하자면 흔하디 흔한 액션영화 한 편을 본 기분이라고나 할까. ( 물론, 이건 탁군의 영화에 대한 칭찬이다. )

제작사측에서는 민족주의를 고양시키고 어쩌구...하지만, 실상 영화는 그런 진지한 소재를 말하기엔 너무 가벼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어쩔 수 없는 단점 몇 가지도 동시에 안고 있다.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금까지는 분명 칭찬이었다. )

우선 자잘한 문제로 '쉬리' 때도 말이 많았던 포카리 스웨트의 재등장. 쉬리의 유명한 도심 총격전 장면에서 화면을 온통 시퍼렇게 물들였던 포카리 스웨트 자판기는 이번엔 극중 JBI 본부로 장소를 옮겨 또 한 번 화면을 시퍼렇게 물들인다.

물론, 이건 위험부담이 큰 영화에서 외부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사업방식이고, 그걸 욕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노골적인 제품광고는 언제나 관객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기 마련이다.

( '웨인즈 월드 2'에서는 노골적으로 영화 속 제품광고 -음...PPP라고 하던가?? 나 광고과 맞냐....--;; - 를 패러디하기도 하지만, 로스트 메모리즈는 패러디가 아님에도 노골적으로 광고를 하고 있다! )

또한 영화는 많은 볼거리를 줄 것이라는 기대를 배반하고 요즘 무슨 헐리우드 오락영화의 경향처럼 되어버린 '후반 1시간에 볼거리 몰아주기' 전략을 취하고 있다.

처음 박물관에서의 후레이센진과 JBI 요원들과의 총격전 이후 ( 이 장면은 정말 멋있었다! ) 영화는 미스테리를 풀어가려는 방식을 취하지만, 후레이센진 아지트 급습까지 영화는 너무나 늘어져 버리고 만다.

( 중간중간 액션씬이 끼어들기는 하지만, 너무 약하다. )

마지막으로 거의 대부분의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그렇듯, 이 영화도 타임 패러독스의 함정에 빠지고 만다.

2009년에 이노우에는 과거로 가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하지만 장동건이 역시 2009년에 과거로 돌아가면서 시간여행장치인 영고대는 배 위에서 박살나버렸다.

즉, 애초에 이노우에는 마지막 장면에서처럼 과거로 올 수가 없는 것이다. ( 미리 와 있었다고? 설마....영고대를 여는 열쇠인 월령은 여주인공이 갖고 있었다. 아닌가..?? )

그리고 만에 하나 과거로 왔더라도 이노우에는 장동건이 올 걸 미리 알고 있었어야 말이 된다. 그렇게 마구잡이로 당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뭐 일단은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는 영화가 거의 없다시피한 것이 현실이니까.
( 탁군이 생각하건대 영화의 장르는 SF 판타지 액션이다. 따라서 약건의 논리적 결함은 용서될 수 있다고 본다. )

여러가지 단점은 찾아보면 볼수록 많이 드러나겠지만, 일단 영화는 탁군이 보고 후회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조금만 더 액션 시퀀스에 신경을 썼더라면 ( 최소한 모든 시퀀스들이 초반의 박물관 장면 만큼만 되었더라도 ) 훨씬 더 괜찮은 영화가 나왔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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