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집단운동이다. 물론 뛰어난 기량을 지닌 몇몇 스타급 선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향도 없지 않아 나타나는 면이 있지만 그러한 개인플레이가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것은 항상 아니기 때문에 팀플레이가 가장 강조되는 스포츠 종목임을 아무도 부인키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한 전제 속에 월드컵이라는 세기의 이벤트를 따라 기발한, 하지만 약간은 덜 떨어진 영화가 개봉되었으니 바로 교도소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가장 대중적인 월드컵이라는 축제를 빙자하여 토탈전과 75범의 짬뽕들을 발바닥에 땀나도록 그려낸 영화가 있으니 바로 "교도소 월드컵"이다.

영화는 정말 골 때리는 시대성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짜증스런 반응을 유도해내는 마력을 사정없이, 그것도 줄기차게 뿜어댄다. 의미를 가다듬는 시간을 절대 허용치 않으려는 감독의 치밀한 계산(?)에 의해 관객이 영화 속 다양한 인간군상들에게 애정과 관심을 쏟으려는 의도는 애초부터 허락되지 않는다. 지나친 쇼컷의 남발과 숨가쁘게 이어진 편집 탓에 방금 본 화면의 이미지조차 떠오르지 않는 것은 영화가 부표를 상실한 듯한 느낌을 갖기에 충분한 핸디캡으로 다가온다. 더욱이 빈번하게 들려오는 효과음의 무분별한 차용은 영화의 흐름을 재미있게 이어 붙이기는커녕 한 컷 한 컷의 꼬리표로 인식시키며 영화의 맥을 끊어 놓는 사오정으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제작사인 신씨네는 1999년 영화 "거짓말"이후 기획력과 제작측면에서 항상 새로운 모습을 도모했던 자신들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 시켰으리라 여겨졌다. 물론 "교도소월드컵'이 그들이 간직해 왔던 기존의 이미지를 크게 벗어났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작사 신씨네를 마케팅만이 전문이라는 엄청난 오해를 사도록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영화가 제작사의 기획력으로 좌지우지되는 작금의 현실을 태생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간접적인 시사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제안서와 시나리오를 들고 영화사를 찾아 자신의 영화를 홍보(?)하는 예비 감독들의 입장에서는 영화의 모든 후반행보를 기획사에 일임하는 것이 관례가 되어 버렸다. 그것은 흥행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초연해질 수 없는 양측 모두의 바늘방석 같은 기다림에서 양보되는 어쩔 수 없는 전례가 되어 버린 것이겠지만. 그 안에서 영화를 도매급으로 취급당하게 하는 것은 볼 성 사나운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이 영화 역시 어디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인가를 잘 살펴본다면 그 같은 물음의 해답은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간간이 들려오는 대한뉴스 풍의 계몽의 메아리는 이 영화가 갖고 있는 70년대 코미디 영화에 대한 아련한 향수와도 같아, 보는 이로 하여금 뜻밖의 심금을 울리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영화사가 의도했던 것은 왁자지껄한 실소를 관객이 머금도록 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드림팀과 같은 구성원을 이루는 사람들이 함께 할 때 나타나는 반응이지 무기수와 사형수에게 그것을 바라는 것은 한 가닥의 미련한 기대가 아니었을까 한다. 웃음의 출처가 불분명한 코미디영화가 난무하는 지금의 현실에서 이 영화 또한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축으로 자신의 엉성함을 만회하려 했지만 그들의 토크가 그들만의 토크로 끝나는 바람에 사탕에 시네루 들어가게 보지 않아도 되는 또 하나의 민무늬 영화가 된 것 같다.

내 의견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