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응모한 시사회에 당첨되어 거의 일년만에 시사회에 가봤다..
전혀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대해서 모르던 상태에서 그저 감독의 이름과
류승범이 나온다는 것 정도만 알았고... 연강홀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보고서야..
이 영화에서 밴드가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영화는 한 나이트클럽의 밴드가 마지막 연주를 알리는 화면으로 시작했고....
어수선한 그 술잔이 널려있는 테이블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웨이터들..
그리고 그 앞에서 고개 숙이고 묵묵히 연주하는 밴드의 모습이 보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요새 내가 생각하는 것과 너무도 닮아있는 걸 알았다..
대학교 4학년...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 휴학한 상태에서 뭘 하면서
앞으로 살지를 결정하는 내 시기... 알차게 보내겠다던 휴학생활을 벌써 3달째 하고 있지만
아직도 아무런 결정도 하지 못하고 시간을 훨훨 보내고 있는 내 모습을..

그리고 주인공들...
음악이라는 것..하나에 쉽게 몸을 내던지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해버린 어릴적 같이 밴드하던 친구들과, 그들의 변한 모습..그리고
여전히 그때처럼 음악을 하고 싶지만 어쩔수 없이 변해야만 하는 사람...

소주 몇병에 몸를 맞긴채 여전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예전 블루스 음악에
심취해 있는 늘 눈이 풀려있는 거의 할아버지뻘의 그 아저씨...

조금은 안타깝게...어쩔수 없이 변해버린 세월의 흐름과..
어쩔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을 바라볼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희망을 가질수 있었다..

여전히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기에..
결국 같이 할수 있었던...그 야채를 파는 아줌마....

그리고 아직 세월에 덜 깎였기에... 신나는 마음으로 나이트클럽에서
노래를 불러대던 그 아이.....

작은 희망의 모습....
그리고 꿈꾸며 사는 삶....


그리고 마지막에 황정민씨가.. 관객들과의 대화를 마무리하며 불렀던 노래까지..

김광석의 서른즈음에...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 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지만..
뭘 채우고 있는지도 모른채.. 마냥 흘려보내기만 하고 있지만..
그래도...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