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17번 가에 위치한 낡은 집의 문을 열고 들어선다. 삐걱거리는 나선형 계단에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집에서 그는 수상쩍은 한 남자와 2층에 쓰러져 있는 남자의 시체, 갑자기 지붕에서 떨어진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 집에 서서히 낯선, 하지만 뭔가 연관이 있는 듯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그들은 왜 모인 것일까. 64분이라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에 한정된 공간, 일정수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이 영화는 배우들의 표정 연기나 발성 등을 보고 있으면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하다. 히치콕 스스로는 그닥 맘에 들어하지 않는 영화라고 하지만, 20, 30년대 독일 표현주의 영화를 연상시키듯 벽에 비친 그림자를 통해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는 촬영 기법이나 미니어처를 사용한 기차 추적 시퀀스에서의 긴박감 등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대가의 작품이란 걸 느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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