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의 차갑기 그지없는 <아이스 스톰>에서 볼 수 있듯이
'스와핑'은 60년대 실패한 사회 혁명의 흔적에 대한
70년대 중산층들의 부르주아적인 향유였다.

성혁명은 끔찍한 실패로 끝났고 보수주의자들은 가족의 가치의
복권을 외치며 60년대의 성적 자유를 공격했다. 중산층 사이에
스와핑이 유행한 것은 바로 그 때였다.

물론 이 '키 파티'에는 혁명이나 사회적 변화에 대한 기운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은 단지 풍요가 가능하게 해준
유희였고 조금 '덜'한 위선이었을 뿐이다.

'그는 내 것이다', '그녀는 그에게 속한다', '그대의 남편',
'소유욕 강한 남편' 등의 어구에서 볼 수 있듯이 결혼관계에
관련된 언어들은 독점 소유의 언어이다. 일부일처제은 바로
이 독점 소유의 원칙이다.

얼핏 보면 <클럽 버터플라이>의 스와핑은 이러한 이성애적인
일부일처제에 대한 극단적인 도전처럼 보인다. 스와핑에서의
사람들과의 관계는 일대일의 관계가 아닌 합의에 의한 다대다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탈성에도 불구하고 스와핑은 독점적 일부일처제에 대한
전복적인 비판이라기 보다는 기존 제도와 아주 조금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이형태일 뿐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일부일처제라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전혀
지켜지지 않는 제도이며 특히 남성들에게는 거의 무한하게
다수의 파트너로의 접근이 일방적으로 보장되어 있는데,
남녀의 합의에 의한 것처럼 보이는 스와핑도 사실은
소유권에 대한 일시적인 양도나 사용권을 의미할 뿐이기 때문이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독점성은 '와이프 스와핑'이라는 단어의
사용에서 더욱 명확해진다.

<클럽 버터플라이>에서 스와핑은 부부 위기의 해결을 위한 대안
중 하나 정도로 제시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단지
소재주의 차원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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