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이며 소설가 그리고 시인이면서 감독이기도 했던 장 꼭도의 이 영화는 오르페우스 3부작 <시인의 피>,<오르페>,<오르페의 유언>중 마지막 작품이며 그 자신의 원형적이면서 신화적인 시의 세계 그 자체이다. 삶과 죽음, 영원성에 대한 시인의 깊은 통찰이 들어있으며 시의 역할, 영화의 역할에 대한 개인적인 비젼까지 갖추고 있다. 나르시시즘, 죽음에 대한 로맨틱한 탐닉, 특히 실제세계와 정신세계와의 갈등에서 초월하고자 하는 시인의 모습은 감독 자신의 모습인 듯이 보인다. 이 영화는 다른 세계로의 매혹적인 여행이다. 부조리한 이야기 구조와 초현실적인 진행은 영혼의 세계, 초월적 세계로의 접근이며 오히려 비현실적인 것에 현실감을 불어넣는다. 현실적 시각으로는 볼 수 없는 잠재의식 속의 세계를 꿈, 슬로우 모션, 역회전 등의 트릭촬영으로 그려내면서 동시대의 리얼리즘에 열중했던 다른 작가들과 자신의 영화를 구분 짓는다. 하지만 사십여 년 전에 만들어진 그의 영화들에서 리얼리즘을 넘어선 영화적 상상력과의 새로운 만남, 그리고 감독의 시적 감성과의 만남을 경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