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밟힌 올빼미의 城

전국시대 말, 강력한 카리스마로 혼란한 정국을 제압하고 있던 오다 노부나가는 언제나 어둠 속에 숨어서 모든 정보를 장악하고 있는 닌자의 존재를 두려워하여, 몰살을 명령한다. 그 표적이 된 것은 닌자 가문의 최대 명문가인 '이가'. 참혹한 살육 속에서 가문의 후계자인 츠즈라 쥬조가 살아남는다. 그날 이후, 뿔뿔이 흩어진 '이가' 닌자들. 쥬조는 홀로 은거지에 몸을 숨긴 채, 복수를 꿈꾼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암살하라!

10년 후, 쥬조의 옛 스승 자에몽이 찾아와 청부받은 임무를 맡긴다. 바로 노부나가 사후 최고권력을 승계받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암살. 쥬조는 그의 가문을 몰살시킨 수뇌부에 복수하기 위해 임무를 받아들인다. 히데요시의 거처인 교토로 향하는 쥬조. 그런 그에게 매혹적인 여인 오하기가 창녀로 가장해 접근한다. 사실 그녀는 히데요시의 암살을 조종하고 있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심복이 잠입시킨 쥬조의 감시인. 그러나 그녀와 평생을 함께 할 운명의 밤을 보내는데..

연인을 암살해야 하는... 원수를 사랑해야 하는 어둠의 눈동자들

쥬조는 교토에서 뜻밖에 '이가'의 생존자들을 만나게 된다. 곡예사로, 대장장이로, 검술사범으로 위장한 채 복수를 꿈꾸는 그들. 그러나 어느 날 밤 스승의 딸인 키사루와 쥬조를 제외한 '이가' 닌자 전원이 암살당한다. 놀랍게도 그 배후에는 옛 '이가' 닌자이자 친구인 고헤이가 있었다. 야망을 향한 그의 투지는 두 닌자의 피할 수 없는 결투를 가져온다.

가문의 명예를 위해 히데요시를 암살해야 하는 쥬조.
출세의 댓가로 쥬조를 죽여햐 하는 고헤이.
고헤이의 구애를 받았지만 쥬조를 흠모하는 키사루.
그들의 뒤편에 숨겨진 베일의 여인 오하기.

이들의 숨막히도록 아찔한 운명의 엇갈림.
그들은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고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1. Second 신화 완성!

<올빼미의 성>은 오오토모 류타로 주연, 구도 에이치 감독에 의해 1963년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다. 원작에 충실한 시노다 감독의 영화와는 대조적으로 구도 감독은 원작을 대폭 각색하여 만들어냈다. 감독은 배우들에게 원작도, 구독 감독의 영화도 보지 말고, 백지 상태로 촬영에 임하라 당부했다고 한다.

이처럼 한번 영화화된 작품을 두 번째로 손을 대어 성공한 선례는 이마무라 쇼헤이의 <나라야마 부시코>. 그 이후 2000년 <올빼미의 성>이 다시 두 번째로 영화화되어 성공함으로써 일본 영화계는 '2nd 신화(두 번째 영화의 신화)'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게 되었다.

2. 내 생의 기둥이었던 작가에게 이 영화를 바칩니다.

라스트씬부터 촬영된 이유 -

<암살>을 영화화하던 당시, 시노다 마사히로는 원작자의 허가를 위해 시바 료타로의 자택을 방문한다. 시바와 마찬가지로 신문기자 출신이었던 그의 아내 후쿠다 미도리가 료타로 옆에 앉아 그의 원고를 검토해주고 있었다. 마사히로 감독은 두 사람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신문기자 출신으로 권력과 사회의 실체에 대해 고심해 온 작가에게 인간적 존경을 품게 되었다.

'시바 료타로에게 바친다'는 헌사로 시작되는 영화 <올빼미의 성>은 세속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지내는 츠즈라 쥬조와 오하기의 모습을 담은 라스트 씬부터 활영이 시작되었다. 그 장면은 마사히로 감독이 처음으로 만났던 료타로 부부의 추억을 되새기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