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t away는 잘라버린다는 뜻인데 이 영화에서는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인다. 우선 스카이다이버들이 자신의 주직업을 버리고 스카이다이빙만 하는 것을 cut away라고 하고 혹은 '빅 쿠퍼' (스티븐 볼드윈)의 경우 스카이다이빙 대회를 위해 직무를 잠깐 유기하는 것도, 혹은 '레드라인' (톰 베린저)이 자신의 명예를 위해 생명 줄을 자르는 것 역시 cut away이다.

영화에도 이 단어가 참 많이 나온다. 퍼뜩 떠올려보면 <타이타닉>이나 <포레스트 검프> 말고는 영화 제목 이렇게 많이 댄 영화도 없겠단 생각이 든다. (이런 예상은 언제나 누군가의 지적을 받고는 결정적 실수라는 것을 깨닫지만. .) 이렇게 제목이 많이 등장하는 건 보통 영화의 주 소재 혹은 주제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럴 경우 영화는 관객을 불러들일 관대함을 잃어버릴 수가 있다. <컷 어웨이> 역시 안타깝게도 그렇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단어에 너무나 집착해버린 나머지 그 단어 하나만을 혹은 창공을 나는 스카이다이버만을 위한 영화로 전락해버렸다.

<컷 어웨이>는 감독이 그것에 미쳐 있어서 그런지 줄창 나는 것만 보여준다. 진짜 말 그대로다. 줄창 난다. 나는 모습, 굉장히 멋있다. 촬영은 극도로 역동적이며 살 떨림까지 잡아내는 섬세함마저 갖추고 있고 거기에 음향은 그 역동성을 배가시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금 지나치게 오래 보여줬으며 삽화적 플롯의 미비함이 개연성을 끌어내지 못했다.

나는 것만큼 뛰어넘기 역시 잘해서 '빅 쿠퍼'가 '스타'(맥신 반스)와 사랑하게 되는 것, 혹은 그가 스카이다이버의 명수가 되는 것. 혹은 그가 '레드라인'과의 우정을 추억하는 것. 모두 이해할 수 없을만큼 생각보다 멀리 나가있다. 성큼 성큼 달려가 영화 안의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감도 잡을 수 없게 하고 '마게이트' (론 실버)와 '빅 쿠퍼'가 가끔 나누는 대화는 이 영화가 장르 영화의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그만큼의 재미도 보여주지 못하는 회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화하니 생각이 나는데. . '빅 쿠퍼'와 '레드라인'이 '레드라인'의 본명 얘기를 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필자는 바로 이 생각을 했다. '저런 유치한!! 저 장면은 우리 영화 <고수>에서 나오는 장면이랑 똑같잖아.' 사실 <고수>나 이 영화나 별반 다를 것 없다. 개연성 없다는 것. 많은 인물들의 성격을 설명하지 않은 것. 화려한 볼거리가 있다는 것. 공통점이 꽤 많군. .

'마약 밀매 범을 잡기 위해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가 스카이다이빙을 배우다 정이 들고 그것에 빠져버린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몇 자 내로 줄거리를 요약할 수 있는 영화여야 흥행한다고 했는데 이 영화는 정말 몇 자로 요약이 가능하다. 아니. . 중간까지만 말해도 끝이 보인다. 뻔해도 너무 뻔하지 않은가. . 우리네 삶이 아무리 평범해도, 혹은 아무리 극적인 상황이 혼재돼 있어도 이런 식으로 뻔하지는 않다. 뻔한 우리 삶을 보여준 게 아니라. . 그토록 보아왔던 많은 영화들의 공식이었으니까. .

하지만 생각해보자. 우리는 그 많은 장르 영화들을 접하면서도, 그래. . 지금까지도 전혀 싫증내지 않는다. 아니. . 싫증은 내지만 그래도 계속 본다. 그렇다면 장르 영화라고 해서. . 뻔하다고 해서 욕먹을 건 아니다. 우선은 관객이니까. . 여기서 이 영화의 단점이 드러난다.

위에서도 말했듯 그런 영화들이 만들어놓은 (장르 영화는 오히려 완벽한 내러티브를 갖고 있는 영화일 수 있다. 그것이 너무 오래 계속 돼 와서 그렇지. .) 틀에서 개연성을 싹 드러내 버렸다는 것. 이 영화의 감독 '가이 매노스'는 실제 스카이다이버라고 한다. 88올림픽 때 시범도 보였단다. 그리고 세계 신기록도 많이 갖고 있단다. 이것.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 그것은 쉽게 감성적이 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영화는 극과 극이다. 최대의 이야기 미장센과 은유로 만들어낸 영화이거나 남들은 궁금해하지도 않은, 오로지 감독 자신만이 재미있어하는 이야기의 영화. 이 영화가 바로 후자이다. (사실 감독이 스카이다이버인지는 보도자료만 믿을 뿐이기 때문에 깊이 들어가지 않는 게 낫겠다. .)

이 영화가 편협한만큼 역으로 그런 재미에 열광하는 관객도 있으리라 본다. 바로 현란한 촬영. 위에서 언급했듯 다 제쳐두고 볼거리의 백미는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장면이다. 그 중에서도 '레드라인'이 '터보' (데니스 로드맨)를 구하는 장면. 감독의 역량이 나타난 장면이라면 바로 이 장면이다. 많은 사람들이 봤을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하늘에서 뭉쳐갖고 잠깐 회의하는 듯 싶더니 갑자기 뭔 보자기를 가운데에 두고 여럿이 벌어지는. . (허걱. 이건 무슨 광고였다. .) 혹은 외국인들이 즐기는 스포츠라며 보여주는. . 그 다이빙. 그 중에서도 직강 하는 장면. 그 역동성만으로도 이 영화는 한 몫을 해낸다. (한 영화에 몫은 따지고 보면 수십 가지 된다. .)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볼거리는 '톰 베린저'의 '배'와 '가슴'이다. <가면의 정사> 때까지만 해도 좋은 몸은 아니더라도 그정도는 아니었는데. . 이건 뭐 아주 할아버지가 돼버려서 감독이 '노인들에게 이 영화로 희망을 주고 싶다'라고 생각한 건 아닌지 까지 의심하게 된다. 정말 울 아버지보다 배가 더 나왔다.

오락 영화는 감독이 관객의 눈치를 봐야한다. 그건 영화의 기본이다. 재미라는 것은 감독의 재미가 아니라 관객의 재미인 것은 당연한 것이다. 가이 매노스는 관객의 감정 진폭은 개의치 않고 오로지 자신만 좋은 얘기를 한 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오락영화 필자처럼 머리 싸매고 볼 거 아니면 영화의 거의 반을 차지하는 스카이다이빙만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는 충분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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