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의 화제의 영화 #13

감독: 여균동
출연: 이지현, 오지호

사람이 타인을 사랑할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 사람의 채취다. 그 독특한 내음은 한편으로는 동물적인 속성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타인의 존재를 자신에게 각인시키는 행위이기도 하다.

<미인>은 그런면에서 달콤한 사랑을 얘기하기 보다 몸으로 느끼고 몸으로 보여주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총 5억5천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영화는 단촐한 세트에 4명의 등장인물이 나오는 절약형 시스템에서 제작된 영화다. 그만큼 감독의 자신감이 컸던 때문일 것이다.

이명세 감독 <지독한 사랑>의 방안에서 벌이는 열정적인 정사 장면만을 확대해 환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다고 보면 될 듯. 누드 모델인 여자는 잃어버린 사랑에 집착하고, 남자는 그런 여자에게 무한한 사랑을 느끼면서 그녀를 기다린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서로에게 탐닉하고 마침내 서로를 죽이는 극단적인 행위로까지 이르는 많은 영화들이 세기말을 겨냥해 쏟아진 가운데 유독 새천년이 절반이나 지나간 시점에서 나온 <미인>은 신선함이나 새로움을 주는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개봉 후 관객들이 조금씩 극장을 찾고, 개봉관도 확대 개봉하는 데에는 몸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한국적인 영화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 16mm가 아닌 다음에는 적나라한 몸짓을 엿보기 쉽지 않은 까닭도 있다. 다만 두 남녀의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영화의 완성도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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