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고 땅 위에 비닐우산 무더기가 떨어집니다. 그 안에 숨겨져 있는 건 칼이었고 한 남자는 그 칼을 맞고 쓰러집니다..


소독차가 지나가면 동네아이들은 누가 먼저 랄 것 없이 소릴 지르며 따라갑니다..그러나 조금 다른 목적으로 따라가는 네 명의 아이들이 있습니다..연기를 방패 삼아서 과일과 야채를 서리하는 재미에 폭 빠져있는 친구라 불리 우는 그들의 이야기입니다...

1976년 13살..
네 친구는 조오련과 바다거북 중 누가 더 빠를까를 가지고 내기를 합니다..이소룡의 흉내를 내고, 플레이보이를 오려서 다른 아이들에게 돈을 받고 팔기도 합니다..야한 비디오를 보며 자기들 멋대로 줏어들은 용어를 정의하기도합니다..

1981년 18살..
중학교는 떨어져 있었지만 고등학교에서 그들은 다시 만납니다..그들의 위치는 13살 때처럼 동등하지만은 않아보입니다..준석은 통이라 불리우는 학교의 짱이며, 동수는 그의 오른팔이 되어 있습니다..
상택은 전교1,2등을 다투고 있으며, 중호는 공부는 뒷전이고 회수권을 모자라게 잘라서 11장으로 사용할 생각만 하고 있군요...인근 여학교의 축제에서 본 레인보우라는 그룹의 보컬인 진숙에게 호감을 느낌은 그 나이 또래가 그렇듯 그들에게 자연스러운 일일테죠..



*칼리토

기차에 오르는 한 남자를 누군가 부릅니다..그의 이름은 칼리토인 듯 그리곤 그 누군가가 쏜 총을 맞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쓰러집니다..그리고 그는 자신이 출소하는 날을 회상합니다.

칼리토 브리칸토는 30년형을 받고 감옥에서 복역하다가 친구이자 변호사인 데이브의 도움으로 5년만에 출소하게 됩니다..자신을 교화되었다고 생각하는 칼리토는 바하마에서 차 임대업을 하리라는 꿈을 갖고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데이브가 지분을 갖고 있는 클럽을 운영하게 됩니다..옛 애인 게일과도 재회하게 되고 그는 그 꿈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습니다..너무 순조롭게 풀려간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친구

시간은 한 번 더 흘러 그들이 스물 남짓 되었을 때로 갑니다..상택과 중호는 대학생이 되어 준석의 집으로 찾아갑니다..그런데 그들을 맞는건 진숙이지요..엄마가 죽은 뒤 그 충격에 마약중독자가 되어 버린 준석과 한 살림을 한게죠.. 마른 침을 연신 내뱉으며 오한에 몸을 심히 떠는 준석에게 이 친구들은 욕하거나 피하지 않습니다...다만 친구를 편하게 해줄뿐...이게 준석이 말한 그의 길일까요...




*칼리토

어느날 칼리토에게 예전의 동료가 찾아옵니다..그의 독백에서 알 수 있듯이 뒷골목의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지만 그만은 믿을 수 있다고 하는...

하지만 그에게서 녹음기가 발견되자 그를 추궁하는 칼리토는 검사에게 정보를 대주는 조건으로 보석되었단 사실을 압니다...아니 이젠 그 누구조차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안거죠..
하지만 그는 데이브만큼은 믿고 있죠..아니 믿고 싶어합니다...그게 그의 인생이라 믿는 그에게...심지어 게일이 데이브가 맘에 안 든다고 하자 칼리토는 거울을 깨부수곤 그녀에게 이게 나이고 내 길이야라고 소릴칩니다...마음은 그게 아니었지만요...



*친구

준석의 아버님의 장례로 그들은 다시 만납니다..동수는 그의 어머니
장례때처럼 아버지를 도와 염을 치뤄주지요..하지만 이미 그들은 서로 칼을 겨루는 조직의 일원이지요..항상 2인자컴플렉스로 준석에게 열등의식을 가진 동수의 선택은 어쩜 당연할 수도 있겠지요..
어엿한 중간보스가 된 준석과 행동대원부터 시작해서 크기 위해 비열한 짓도 가리지 않는 동수를 비춰주며 그 둘 사이의 애증의 골은 점점 더 깊어만 갑니다..
이를 지켜보는 상택...그리고 결혼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중호..




*칼리토

어느날 데이브는 이탈리아 마피아 보스를 탈옥시키는 일에 칼리토의 도움을 청합니다..마피아의 돈을 떼먹은 데이브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분명 없었지만 칼리토는 일언지하에 거절할 수 있었죠..하지만 그는 거절하지 않고 그를 돕습니다..
그러나 이는 데이브의 계략으로 마피아 보스와 그의 아들마저 죽여버립니다..
검찰의 검사는 데이브를 의심하고 오히려 칼리토에게 증인으로 출석해달라 하지만 칼리토는 부인하죠..이 때 검사는 데이브가 칼리토의 정보를 계속 주고 있었던 거래를 했음을 미끼로 던지웁니다..
칼리토는 친구의 배반에 이용당하고 있었음을 깨닫고 복수에 들어갑니다..그리고 그동안 모아왔던 돈으로 게일과 떠나기 위해 마피아들을 따돌리고 기차에 오릅니다..
아니 오르는 순간 그를 부르는 건 예전에 칼리토가 죽이려다가 놓아준 신흥조직의 보스인 베니였죠 그에게서 발사되어진 총알...베니 옆에는 그의 충복이 있습니다..우리가 본 15분간의 그 멋진 기차역 추적에서 벗어나는 찰나에 엉뚱하게 당하고 만거죠...
죽어가는 찰리 칼리토 브리칸토...자신의 2세와 게일이 바하마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그리며 저 세상으로 그렇게 떠나갑니다..



*친구

마지막 결론을 두고 양분되어진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한 편은 동수를 죽이게끔 사주한 건 준석이다라는 건데 현실성 있는 결론이죠..준석과 동수가 마지막 대화를 나누고 준석이 떨어뜨린 담배가 두 번이나 클로즈업된 것이 그걸 상징한다는 이야기이죠..
다른 하나는 동수를 덮쳤던 준석의 부하처럼 충성심과 복수심에 불타서 자체적으로 범행을 했다는...
영화적으로는 후자에 결론을 맡겼을거라 생각합니다...
계속 그를 찌르는 자에게 동수는 힘겹게 한 마디를 하지요...
'많이 묵었다 아이가..고마해라..'
이전의 준석이 인턴건달들에게 사람을 죽이는 법을 설명했을 때 가슴을 찌르면 뼈 때문에 쉽게 죽지 않는단 장면과 연결되어 있지요...
그러니 동수를 죽인 건 전문적인 킬러나 건달이 아닌 초보였던거죠..준석이 사주했다면 그를 보내지 않을 테니요....
동수의 아버지마저 준석이 그러지 않았을거라 확신하지만 재판에서 준석은 자기가 사주했노라고 당당히 말하죠...그 이유는 자신도 깡패고 동수도 깡패인데 동수가 얼간이 초보에게 죽였다는 건 쪽팔리다는 이야길 합니다..
웃을 수도 있는 대사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그는 자신을 배신한 친구도 마지막까지 친구로서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친구로 끝까지 남기우길 바랬으니깐요....




검은 교복, 공포의 소독차, 뻥튀기 장수, 개장수, 장미희-유지인 -정윤희의 화장품 포스터 사진, 포니 승용차, 노란 택시, 디스코 청바지, 대유행했던 실크터치 파마, 동네 담벼락에 붙은 <어우동><디어 헌터> 포스터, 틴에이져 스타-브룩쉴즈, 피비 케이츠, 소피 마르소의 브로마이드, 롤러스케이트장...
이만하면 70년대와 80년대를 지칭할 만하지 않겠어요?

추억이란게 정확한 코드로 남기워져서 당시를 있는 그대로 끄낼 수 있진 않지요..
바로 책상 서랍 한켠에 있는 낡은 옛 일기장이나 사진 한 장으로 약간의 살붙임과 과장으로 미화되게 마련이지만 우린 그 추억이 있기에 아름다운 인생이라 할 수 있구요..

어느덧 우리는 JSA에서 보아왔듯이 그 추억과 향수가 주는 아름다움과 재미에 푹 빠져있음을 알게됩니다...친구에서는 한 발 더 나가지만...
우리는 영화 친구를 보고 있지만 우리의 어린 시절과 십대를 둘러보고 있지 않았을까요?

저게 진짜 실화일까?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우리의 삶은 언제나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이 쉬지 않고 벌어진다는 것 아세요?

칼리토의 원제는 Carlito's Way입니다...그가 가고자 하는 길과 친구에서 준석이가 상택에게 했던 니는 니길을 가라..내는 내 길을 갈끼다라고 말했고..단란주점에서 멋지게 불러 대던 my way의 길은 분명 공통점이 있겠지요..

제 길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진 초입길입니다..어느 길을 언제 가느냐가 아닌 어떻게 가느냐를 더 중요시하고 싶습니다...다만 진정한 친구가 옆에서 같이 가준다면 그보다 든든한 일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