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0일 개봉하는 영화 <광시곡>은 기승전결을 따르지 못하면서도 그것을 아우를만한 내러티브의 묘미도, 혹은 적절한 에토스도 없다.

영화의 시작 부분은 정원의 여유로움과 특수 대원들의 당찬 모습을 번갈아 가며 그들의 상황을 잘 묘사한다. 그렇게 여유로움과 당참이 만나는 순간 스릴러의 암시마저 던져주어 영화의 흐름을 예측하도록 관객들에게 부채질을 한다. 하지만 점점 <광시곡>은 보여줄 것과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것. 다른 말로,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하기 시작한다. 좀 더 더럽게 표현해볼까. . 한 마디로 '똥오줌을 못 가린다.'

정작 중요한 사건. 즉 관객이 확실히 알고 넘어가야 영화의 전말을 판단할 수 있는 장면은 그저 그들의 상황처럼 '연습'이라는 이름으로 설명되며 그러기에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한 관객은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되는 영화 음악에만 귀기울이게 될 것이다. 이 말은 관객의 감정 진폭에는 신경도 안 쓰고 그들 사건, 전갈 A팀 대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사건만을 감성적으로 잡아냈다는 것이다. 여기서 관객이 보일 반응은. . 실소이다. 난 안 심각한데 지들 질질 짜면. . 어찌 안 웃기겠는가. .

아리스토텔레스가 저술한 [시학]에는 '희극론'이 빠져있다. 필자는 그걸 정말 보고 싶다. (물론 절대 침 바르며 넘기는 바보같은. . 지저분한. . 어이없는 짓은 안 할게다.) 학자들이 '비극론'으로 유추해낸 '희극론'으론 내 욕구를 채울 수 없다. 거기엔 아마 이런 말도 있지 않을까 한다.. '가장 웃긴 것은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것일 때이다. 독자(관객)는 어이없어서 웃고 작가(감독)가 우스워서 또 웃을게다.' 바로 <광시곡>이다.

영화의 큰 흐름은 전갈 A팀이 독자적인 특권을 행사하며 그 사이에 벌어지는 윗선과 아래의 혈전에 특권을 행사하며 팀장과 벌어진 전갈 A팀을 지휘하는 부팀장 강민식 중위(장동직 분)의 사랑 이야기이다. 그 애절해야 할 사랑에서 관객에게 설득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친동생인 줄 알았던 여동생(박예진 분)이 강중위의 말에 따르면 친동생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선천성 맹인이 아니라는 두 가지. 그리 중요하지 않은 두 가지에 유성준 대위(김유석 분)는 오버하고 거기에 눈치 없는 음악이 장난 같이 초를 친다.

사실 우리는 강중위와 여동생 사이에서 발견되는 사랑의 코드를 감지한 순간 놀라야 한다. 그래야 이 영화는 멜로로써도 훌륭한 무언가가 된다. 하지만 관객은 머리가 나쁘다. 두 가지에 신경을 쓸 순 없지 않은가. . 홍보 과정에서 <쉬리> 얘기가 나온 걸로 아는데. . 이 영화 저 영화 비교하는 걸 참 싫어하지만 <쉬리>가 그리 놀라울 것 없으면서도 유치하지 않았던 것을 멜로 코드로 생각해보면 이방희가 유중원과 같이 살던 여자라는 사실이 밝혀질 때 관객은 다른 데에는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왜냐. . 우리가 신경 쓸 곳이 그 두 사람에게 몰려 있으니까. . 하지만 <광시곡>에서의 상황은 다르다. 이미 여동생은 이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관객은 믿지 않으니까. . 그런 긴장감 따위는 독백으로 부여잡을 수 없는 거니까. . 관객은 그 둘의 사랑 이야기보다 빨리 사건이 끝나기만을 기다릴게다. 왜냐. . 시간 아까우니까!!

줄여 말하자면 어떤 게 중요한 것인지. . 어디에 신경을 써야 하는지. . 그것을 관객에게. . 좀 더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어야 했다. 그리고. . 관객에 어느 부분에서 긴장할 지 감을 못 잡으면 차라리 평이하게 가는 게 상책일게다.

항상 말미에 말하지만 어떤 영화든. . 아니. . 대부분의 영화는 그 영화만의 매력이 있다. 나름대로 볼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광시곡>의 매력은 웅장한 음악이다.

웅장한 음악이라고 영화에 딱 맞는 음악을 말하는 건 아니다. '웅장하다'. 그냥 웅장만 하다.영화랑은 전혀 안 어울리고. . 대체 영화라곤 눈꼽만큼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시나리오만 보고 만든 음악 같지만. . 화면 안 보고 음악만 들으면 좋다. . 물론 극장료도 인상했는데 음악 들으러 극장 가는 거야 말이 안 된다. . 그렇다면 이 미끼는 어떨까. . 동생 역의 박예진씨. 오우~ 혹평 쓰는 게 미안할 정도다. 진짜 살 떨리게 예쁘다. 예쁜 걸로 끝이 아니다. 무지하게 매력적이다. 손 떨려서 더는 못 쓰겠다. 아무튼 진짜 예쁘다. (자꾸 예쁘단 소릴 하니까 영화를 더 낮추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 )

아. . 나는 2시간 가량의 지루한 뮤직 비디오를 봤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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