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로 순수하고 천진난만할 것이라는 유년기에 대한 달콤한 환상을 깨버린 토드 솔론즈는 <해피니스>에서 더욱 과격한 어법으로 미국 중산층 가족 신화를 공격한다. 외형만으로는 헐리우드 가족드라마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따르고있지만, 그 얇은 포장 밑에 드러나는 것은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다. 너무도 밝고 평온하게 진행되는 외피 밑으로 '행복'이라는 가치를 둘러싼 위선적인 행태를 노골적이고 독설적으로 비판하고있는 <해피니스>는 세 자매를 주축으로 한 다양한 세대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순간순간 우리의 낯을 붉히게 한다. 마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앉은 식탁 위에 던져지는 정액과 같은 영화이다. 단 두 편의 영화로 자신의 영화세계를 입증해낸 토드 솔론즈는 오랜만에 만난 솔직하고 용감한 감독이다.
토드 솔론즈 감독은 재능은 일찍 발견됐지만 뒤늦게 꽃핀 미국 독립영화계의 재목이다. 1985년 뉴욕대 재학 시절에 만든 단편 <스카우트의 마지막 총성>이 헐리웃 제작자들의 눈에 띄어 스카우트의 표적이 되는 바람에 컬럼비아와 20세기폭스 양회사에 3편씩의 작품 계약을 맺었고 그는 너무 빠른 성공가도를 다릴 듯했다. 그러나 그의 데뷔는 이 계약이 깨진 뒤 1989년의 <두려움과 불안과 우울함 Fear, Anxiety and Depression>(1989)로 이뤄어졌다. 그러나 이 영화는 흥행에서도 실패하고 비평의 주목도 거의 받지 못한 채 잊혀져가는 신세가 됐다. 생계를 위해 러시아 이민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새로운 기회가 오기를 오랫동안 기다려 만즉 작품이 자전적 영화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이다. 못생기고 성격마저 비뚤어진 11살 소녀의 성장기를 통해 유년기의 공포와 우울을 극대화한 이 영화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으며 비로소 재기에 성공했다. 그의 후속작인 <해피니스>는 뉴저지에 사는 한 가족의 생활사를 전작과 비슷한 차갑고 우울한 톤으로 그린 작품이다.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아동에게 성욕을 느끼는 아버지 등 결핍과 이상 욕구에 갇혀 사는 현대인의 세밀한 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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