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에 발표한 이와이 감독의 첫 필름작업인 단편 <언두>는 다시 한번 이와이 슈운지의 전설을 낳은 작품이다. 감정들을 겹겹이 덧칠한 유채 같은 색채와 조명으로 형상화된 이 영화는 '지쳐 버린 일본 뉴 웨이브의 정신속에서 90년대를 대표하는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94년 베를린 영화제 NETPAC(포럼부문 최고의 아시아 영화)상을 수상하면서 이와이 슈운지의 작가정신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작품은 파멸되는 남녀의 관계를 부조리극적 수법으로 나타낸 작품이다. '비현실적인 화면'과 '비정상적인 행위'의 실험 영화이기도 한 <언두>는 마치 내러티브가 모두 소멸되어 버린 듯, 주인공의 강박증적 정신세계를 영화의 이미지 그 자체로 풀어놓은 듯 실험 영화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마음에 호소하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모든 것으로부터 풀어 헤쳐져서 버림 받았다고 생각하는 '표류하는 세대'에서 마조히스틱한 방법, 즉 역설적인 애정표현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이런 비현실적인 행위에 설득력을 가지게 하는 것은 그들이 사는 공간의 유화적인 색채가 주는 묘한 느낌과 아름다운 화면구도때문이다. '묶다'와 동반되는 시각적인 이미지인 선/끈은 묶는 행위 이외에도 많은 부분에서 동일한 이미지를 만든다. 감독은 때로 인위적으로 때론 자연스럽게 화면을 선들로 포박한다. 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언덕에서 둘이 키스하는 장면을 구성하는 선들 (언덕의 능선, 그들의 주변을 뛰어가는 유치원 아이들의 펄럭이는 치마가 만들어내는 선, 화면 전체를 가로지르는 수많은 전선줄 등)의 절묘한 설정이 인상적이다. 이와이 감독은 현실적이라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데, 놀라운 것은 그런데도 전혀 억지스럽지 않고 영화적으로 강한 설득력을 가진다는 점이다. <불꽃놀이...>가 젊은이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작품이라면 <언두>는 컬트적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가까운 인간 사이에도 '건널 수 없는 섬'이 있다.
작가인 유키오와 토모코는 부부사이이다. 어느날 토모코는 비누 거품에 실을 감고, 그 후부터 자신이 사랑하는 주변의 모든 것들을 실로 묶기 사작하다. 증세는 점점 더 심해지고 '날 더 단단히 묶어줘요'라고 말하는 토모코를 유키오는 이해할 수 없다. 다음날 토모코는 유키오를 묶어둔 채 사라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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