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대문>도 한눈에 김기덕 영화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는 이번에도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다. 새장여인숙의 아침풍경은 영화전체를 지배하는 이미지다. 과묵한 아버지는 집안 한쪽 구석에 붙박이장처럼 앉아 휴지, 콘돔, 삼류잡지 같은 쓰레기를 태우고 있다. 이를 닦고 있는 혜미는 치약을 나눠쓰자는 진아의 요구마저 매몰차게 거절하고, 성적 호기심에 가득찬 혜미의 남동생 현우는 애처로운 눈길로 진아를 바라본다. <악어>에서도 외부에서 온 여자가 사건의 발단이었듯 진아가 오면서 새장여인숙 식구들의 면면이 하나둘 드러난다. 영화의 주축인 진아와 혜미의 갈등은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청해와 홍산의 대립을 연상시킨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둘은 서로 기대고 위로해야 살 수 있다는걸 깨닫는다. 디카프리오의 사진이 걸린 혜미의 방과 에곤 실레의 누드화가 있는 진아의 방은 처음부터 닮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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