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느끼고, 아파하는, 혹은 서로 소통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작은 미련들에 관한 떨구지 못한 소중한 고백들로 채워진, 앨범을 펼쳐보는 기분으로 영화는 다가온다.

3류 개그맨 정용기(이정재)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금의 아내인 박정연(이영애)과 살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고달픈 처지로 인하여 정연과는 항상 티격태격이다. 용기는 자신에게 무관심하다고 아내에게 화를 내고,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관한 우울함을 항상 아내와 다투며 이겨내려 한다. 하지만 정연은 그를 위해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고, 자신의 병마저 숨기게 된다. 용기와의 과거에 젖어 살면서.....,

영화 '선물'은 자신이 굳이 멜로영화가 아닐 것이다. 라는 뉘앙스는 전혀 풍기지 않는다. 오히려 곳곳에서 그러한 전형적인 멜로영화라는 장르의 관습을 인용하고, 차용하며, 은근슬쩍 기대기까지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솔직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감독 자신이 밝혔듯, 이것은 관객에게 편하게 이 영화를 대하라는 얘기다. 익숙하게 읽혀지고, 보여지는 얘기가 '선물'이며, 어느 정도 관객의 구미를 당길 수만 있다면 영화의 모든 부분을 저해하더라도 상관없다는 직/간접의 의사표시인 셈이다. 그것은 우리의 멜로 영화들이 지켰던 하나의 풍습(!)과도 같은 것이며, 연출의 기본 베이스를 점쳐 보겠다는 영화계의 오랜 관습과도 같은 규칙이기 때문이다. 제작여건의 풍토에서 이런 시스템의 유형을 창조했는지는 몰라도 근래 제작된 멜로영화들을 보면 거의가 신인 감독들에게서 나왔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제작사측에서 보면 모험을 하지 않아서 제작비의 긴축을 요할 수 있고, 어느 정도 수지 맞는 장사를 이루어 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장르의 안정성이 이러한 선례의 주요한 원인임에는 분명 하지만 여전한 구습의 악취미는 벗어난 느낌을 주는 것이 요즘의 멜로영화의 한 경향임을 감안한다면 '선물'은 어느 정도 괜찮은 수준을 지켜나간 것 같다.

하지만 여전한 기다림의 차용. 누군가 죽어야만 얻어지는 슬픔들. 거기에 인물들간의 어설픈 간극은 '선물'을 보호하고, 아름답다고 주변에 일러주기에는 어딘가 모르게 어설픔과 유치함이 간간이 들어나는 것은 아쉬움이 남기에 충분한 이유를 갖게 만든다. 죽은 아이를 한 그루의 나무로 기리는 것과 용기의 성공을 위해 연출자를 찾아가 부탁하는 정연의 모습은 그들의 슬픔이 과연 현실에서 오는 것인지, 막연한 회상에서 오는 것인지를 판단할 수 없게끔 만든다. 이들의 슬픔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분명하게 알아버렸던 관객들은 더욱더 옥죄어오는 눈물의 코드들로 인하여 부담스러움을 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번지점프를 하다'가 새로운 형식의 멜로드라마의 발로였다면 곧이어 나온 이 영화는 '하루'가 갖는 조합형의 공식들을 그대로 답습했다고 보면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영화 '편지' 가 남겼던 멜로드라마의 흥행요소들을 반만 정당히 집어넣고, 얼마간 버무렸다가 꺼내 본 것이 '하루'였다면 이 영화는 그곳에 다시 반만 적당히 혼합해 놓은 셈이다. 흥행수표로 입증된 두 남녀 배우의 기본기에 충실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젊은 부부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안타까운 실연들의 눈물샘들을 압축 요약해서 풀어놓은 것이다.

그렇지만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인연의 실타래에 항상 한숨짓고, 가슴 아파하면서 떠나감을 주저하는 것은 우리네 사람들의 공통된 감정의 굴곡들이 아닌가 싶다. 어떻게 하면 좋을 지도 모르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당신들이 베풀 수 있는 감정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조그만 둥지를 만들어 달라고 떼쓰는 것이 이 영화의 소심한 코멘트이자, 조금은 괜찮은 이 영화의 미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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